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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에 속수무책 잠긴 차량 2백여 대... "예견됐다" 주민들 분노

2022.08.20 오후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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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8일 수도권에 내린 폭우로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오피스텔에서는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차량 270대가 물에 잠겼습니다.


주민들은 이미 수년 전 입주할 때부터 침수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시행사와 지자체 모두 나 몰라라 했다며 예견된 인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안동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하주차장 안으로 황토색 흙탕물이 폭포처럼 쏟아집니다.

흰색 SUV 한 대가 주차장을 빠져나가려 해보지만, 전기가 끊어진 탓에 차단봉은 요지부동입니다.

30분도 지나지 않아 지하주차장은 물바다가 됐고 차량 270여 대는 꼼짝없이 물에 잠겼습니다.

지난 8일 폭우로 침수된 지하주차장입니다.

바닥에는 아직 빼내지 못한 물이 그대로 고여있고, 견인되지 못한 차량은 진흙으로 뒤덮여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김동현 / 오피스텔 입주민 : 지하 2층에 이미 차들은 바퀴 위쪽으로 다 잠기고 아비규환 상태고…. 참담하다고 그래야 하나. 많이 심적으로 힘들었고….]

입주민들은 침수 피해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호소했습니다.

이미 4년 전 입주 때부터 비슷한 피해가 반복돼 시행사에 항의했지만, 비가 오면 직접 세워야 하는 임시 물막이판이 전부였습니다.

이마저도 폭우가 내릴 땐 사실상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윤성로 / 오피스텔 입주민 : 비가 갑자기 내리기 시작하면 먼저 땅바닥에 이렇게 박아야 해요. 그런데 바닥에 있는 이 구멍이 평상시에는 흙으로 가득 차 있는 상태이다 보니까…. 양쪽을 모래주머니로 막아놨는데, 고정이 제대로 안 돼요.]

[시행사 관계자 : 저희도 조금 난감해서. 지금 내부에서도 확인 중이라고는 하시거든요.]

주민들이 직접 지하주차장보다 지대가 높은 도로에 물막이벽을 설치하려고도 했지만, 이번엔 구청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대신 배수 시설을 추가로 설치했는데 폭우에 토사가 흘러내리면서 빗물받이가 막혀 제 기능을 하지 못했습니다.

[분당구청 관계자 : 도로 상에 설치할 수 있는 도로시설물에 물막이벽은 해당이 안 되거든요. 도로에다 물막이벽을 설치하게 되면 평상시 차량 주행이라든지 문제가 당연히 될 거고….]

전문가들은 시행사가 오피스텔을 설계한 과정부터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비가 오면 뒷산 비탈길을 타고 지대가 낮은 지하주차장에 빗물이 모이는 구조지만, 물을 막아줄 시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단 겁니다.

[안형준 / 건국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 물은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흐르게 돼 있거든요. 방수턱이 안 돼 있기 때문에 여기서 흐르는 물은 다 지하주차장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차량 피해를 제외해도 침수된 전기와 수도시설 등을 복구하려면 80억 원 가까이 드는 상황.

반복된 대책 마련 요구를 시행사와 지자체가 외면하지 않았다면 막을 수 있었던 참사라는 생각에 주민들의 허탈감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YTN 안동준입니다.


YTN 안동준 (eastju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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