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정치인들, 코로나19 때 파티하며 자가격리자 조롱...보건장관 메시지 유출

맷 행콕 전 보건장관

보리스 존슨 전 총리 등 영국 정부 최고위층이 코로나19 때 보인 이중적 행태는 '파티 게이트'로 드러났지만 최근 유출된 맷 행콕 전 보건장관의 왓츠앱 메시지는 이를 더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2일 영국 텔레그래프지 보도에 따르면 행콕 전 보건장관 등은 코로나19 방역 규정에 따라 호텔에 머물게 된 자가 격리자들에 관해 농담을 주고받았습니다.

영국이 초강력 봉쇄 중이던 2021년 2월 16일 사이먼 케이스 내각부 장관은 행콕 전 장관에게 "우리가 어제 호텔에 몇 명을 가뒀는지 아냐"고 물었습니다.

영국은 전날 고위험 33개국에서 오는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정부 지정 호텔 10일 자가격리를 도입했습니다.

행콕 전 장관은 "149명이 입국해서 자유 의지로 격리 호텔에 있다"고 말했고 케이스 내각부 장관은 "정말 재밌다"고 답했습니다.

행콕 전 장관은 "큰 방은 대가족들에게 나눠주고 팝스타는 상자 같은 방을 주고 있다"고 말했고, 케이스 장관은 "일등석에서 내려서 저가 호텔 신발 상자 같은 방으로 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2021년 3월에 행콕 전 장관이 두바이에서 입국해서 자가격리를 안 한 2명에게 각각 벌금 1만 파운드, 약 1천564만 원이 부과됐다는 기사 링크를 보내자 존슨 전 총리는 "훌륭하다"고 답했습니다.

메시지 중엔 경찰에 방역 규정 단속 강화를 주문한 내용도 있습니다.

행콕 전 장관은 2020년 8월 28일 코로나19 규정 단속에 관해 대화하던 중 "경찰과 함께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고, 2021년 1월에도 경찰에 단속 강화 지시가 내려갔다고 말했습니다.

제1야당인 노동당 예비내각 이베트 쿠퍼 내무부 장관은 "자신들은 봉쇄 중에 법을 어기고 파티를 했으면서 경찰에는 방역 규정 단속 강화를 주문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영국은 2020년 3월 이후 여러 차례 강력 봉쇄정책을 펼쳤으며, 심할 때는 외출이나 동거인 외 사람들과의 만남을 막고 식당·학교 등을 폐쇄했습니다.

그러나 정부 고위인사들과 총리실 직원들은 모범을 보이긴커녕 이 기간 술판을 벌인 것이 발각돼 국민적 공분을 촉발했고, 결국 존슨 전 총리는 사임으로 내몰렸습니다.

행콕 전 장관도 보좌관과 집무실에서 키스한 사진이 공개된 후 거리두기 규정을 어겼다는 비난을 받고 2021년 6월 물러났습니다.

행콕 전 장관의 왓츠앱 메시지는 코로나19 봉쇄에 비판적이던 한 기자가 폭로했습니다.

함께 책을 쓰면서 이 자료를 확보한 토크TV의 이사벨 오크숏 국제 에디터는 메시지 10만여 건을 텔레그래프지에 제공했습니다.

그는 신뢰를 깼다는 비판에 국가 이익을 위한 행동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한편, 영국 의회는 3일 존슨 전 총리가 '파티 게이트'와 관련해 거짓 증언을 한 것 같다는 내용의 중간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의회 특권위원회는 존슨 전 총리가 '파티 게이트'와 관련해서 의회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는 2021년 12월 의회에서 총리실에서 봉쇄 규정이 완벽히 지켜졌다고 말했으나, 이후 본인이 생일파티에 참석한 것이 드러나 벌금을 냈습니다.

위원회는 증거를 보면 존슨 전 총리가 총리실의 봉쇄 규정 위반 행위를 분명히 알고 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보고서에는 존슨 전 총리가 등장하고 사무실에 술병이 있는 미공개 사진 5장이 첨부됐습니다.

이 중 2021년 1월 14일 파티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일정입니다.

존슨 전 총리가 의회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결론이 나면 그는 정직 징계를 받거나 나아가 소환 투표에 부쳐져서 의원직을 상실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의회 보고서나 존슨 전 총리 제재는 의회 표결을 거쳐야 한다고 BBC가 전했습니다.

존슨 전 총리는 이달 20일에 시작하는 주에 의회에 출석해 공개 답변을 할 예정입니다.

그는 마침 파티게이트 정부 조사보고서를 주도한 고위 공무원 수 그레이가 야당인 노동당의 대표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것을 두고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는 위원회 보고서가 수 그레이가 조작한 증거에 기반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위원회는 이번 보고서는 수 그레이 보고서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YTN 임수근 (sglim@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