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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즈픽] "빚내서 집 사라" 이후는?…9년 만에 소환된 '초이노믹스'

2023.06.09 오전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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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는 한겨울에 여름옷을 입는 격"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했던 유명한 말이다. 두고두고 회자된다. '한겨울론', '한겨울 여름옷론'으로 불린다. 이 말은 박근혜 정부 경제부총리에 내정된 날 나왔다. 정확히 9년 전이다.
내정 이후 최 전 부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확신에 차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부동산이 불티나게 팔리고 프리미엄이 붙던 한여름이 아니고 한겨울이다" "한여름 옷을 한겨울에 입으면 감기 걸려서 죽지 않겠나. 한여름이 다시 오면 옷을 바꿔입으면 되는데, 언제 올지 모른다고 옷을 계속 입고 있어야 되겠나" 경기가 안 좋은 한겨울에는 두껍게 옷을 입어줘야 한다며 돈을 빌려줄 테니 겨울옷 사 입으라는 뜻이었다.
결국 2014년 국회 마지막 본회에서 부동산 '3법'이 통과됐다.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를 유예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사실상 없애며 재건축 조합원 주택 수를 늘리는 게 핵심이었다. 억지 경기 부양을 위한 '재건축 특혜법'이라는 비판이 나왔을 정도였다. 이런 "빚내서 집 사라"는 기조는 박근혜 정부 내내 이어졌다. 이른바 '초이노믹스'. 박근혜 정부 경제 정책의 핵심은 부동산 규제 완화였다.

'최경환 18개월' 어떻게 됐을까?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취임한 건 2014년 7월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가계의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164.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 비율은 2015년 2분기 말 166.9%로 올랐다. 반년 만에 2.7%포인트 증가했다. 한국은행의 거듭된 기준금리 인하와 맞물린 결과이기도 하다.
가계부채 전체 규모는 2015년 한 해 동안 계속해서 올랐다. 정부가 적극 나서 "빚내서 집 사라"라는 말을 설파한 결과다. 결국 2015년 말 가계부채는 1,200조 원을 돌파했는데 2002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처음이다. 최경환 당시 부총리가 적극 나서 가능한 모든 부동산 규제를 푼 이후 1년 동안 가계부채가 121조 원이나 늘어났다. 증가분은 주택담보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빚을 또 빚으로 해결하려는 현 정부

윤석열 정부에선 "빚내서 집 사라"는 말은 절대 안 한다. 정확히 말하면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신 많은 거품이 낀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경계한다. 최대한 충격을 줄이면서 연착륙하는 방안을 찾는 데 고심한다.
다만 '추가 빚'을 예고하는 건 9년 전과 비슷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9월 역전세 대란 우려와 관련해 전세금을 반환하기 위한 대출을 받을 때 규제를 일정 부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증금 반환 목적의 대출에 대해선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임대인 측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는 것으로 "빚을 빚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는 지난해 이미 1,800조 원을 넘어섰다. 가계 빚이 국가 경제 규모 대비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계부채를 추가하는 건 집값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경우 위험해질 수 있다. 경제는 돌고 돈다지만 9년 전에도 비슷한 지적이 있었다.


함께 소환되는 박근혜 대통령 '경제교사'의 비판

2014년 박근혜 정부 경제 수장에 오른 최경환 전 부총리가 규제 완화 가도로 달릴 때 이한구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공개적으로 비판한 적이 있었다. 이 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불린 인물이다. 그는 부동산 규제 완화를 기본으로 한 최 전 부총리의 경기부양책을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베낀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박근혜) 정부의 빚내서 집사라 하는 정책은 잘못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빚내서 집 샀을 때 집값이 유지가 돼 주면 모르겠는데 그게 안 될 수가 있다", "하우스푸어 문제를 더 키우게 되고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생긴 부담을 금융기관이 지게 되면 금융기관은 대외신용도가 떨어진다", "그러면 우리 경제가 위험해진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PF 부실 문제를 안고 있는 2023년 올해에도 충분히 참고할 만한 지적이다.
최경환 전 부총리 말대로 한겨울에는 여름옷을 입는 게 아니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생활비도 모자란 데 돈까지 빌려서 그 겨울옷을 무리하게 샀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봄이 오면 그 겨울옷은 그냥 옷장에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빚은 그대로 남는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YTN 배인수 (insu@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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