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대근 앵커
■ 출연 :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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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의도는 그렇지 않더라도 사교육 학원에 가면 다양한 배경지식이라든가 아니면 관련된 문제를 만들어서 제공하다 보니까 기대는 심리가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러면 중요한 게 이런 배경지식이나 고차원적인 지식이 필요한 문제가 나온다, 이런 전제가 계속 유지가 된다면 사교육 시장이 계속 활성화될 거다. 그러니까 학생들도 사교육에 계속 의지하게 될 것이다, 이 부분을 우려하면서 이런 문제를 내지 않겠다 이렇게 선언을 한 것으로 보이는 그런 상황인데.
그렇다면 여기서 또 궁금한 게 문제 그러면 어떻게 내야 되는 거지?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변별력이 필요하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초고난도 문제가 필요하다는 건데 어떻게 해야 된다고 보세요?
◆성기선> 저도 사실 평가원장을 하면서 4번의 수능을 관장했는데 계속 강조를 했습니다. 너무 어렵게 내면 안 되겠다. 초고난도 문항을 좀 줄이자. 줄이면 풍선효과가 일어나는 거죠. 위의 것이 내려오면 그다음 단계에 있는 고난도 문항, 이것의 문항 숫자를 늘릴 수밖에 없습니다. 왜 그러냐면 수능 자체는 상대평가입니다. 그리고 등급 컷이 분명히 있어야 되고 정상분포 곡선에 가깝게 학생들의 정답률이 나와줘야 되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수능 자체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 여러 가지가 관련돼 있기 때문에 약속된 수능의 기능을 제대로 구현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난도 조절은 어쩔 수 없는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하고요. 문항 자체가 지나치게 사전지식이 필요하거나 훈련이 필요하거나 이런 것들은 배제해야 된다는 것은 분명한데 지금까지도 그런 노력들을 해 왔다는 것도 인식을 해 줬으면 좋겠어요.
◇앵커> 그러면 초고난도 문제가 사라지면 고난도 문제가 많아지면서 그런 얘기들 하더라고요. 중위권 학생들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런 우려를 하더라고요.
◆성기선> 그렇습니다. 체감난이도라고 하는 것이 예를 들어 초고난도 문항은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수학의 경우에 주관식이 나오기도 하고 4점짜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 초고난도 문항 하나를 풀 수 있느냐 없느냐가 굉장히 많은 시간이 요구되고 그건 훈련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많은 학생들은 그 문항들을 풀지 않습니다. 풀지 않는다는 건 나머지 문항에 집중하겠다는 건데 초고난도 문항을 없애버리잖아요. 그러면 고난도 문항이 늘어날 수밖에 없죠. 그러면 중상위권에 있는 학생들은 체감난이도가 훨씬 올라갑니다. 물수능이 아니라 오히려 그걸 불수능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거죠.
◇앵커> 그러면 물론 초고난도 문제를 포기하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어쨌든 초고난도 문제로 인해서 사교육에 너무 많이 의지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 그리고 이게 사전지식이 많이 필요하다 보니까 좀 공정하지 않다, 이런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 이걸 보완할 필요도 있을 텐데 교육과정에서, 그러니까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을 바탕으로 초고난도 문제를 만들 수는 없는 겁니까? 이 부분에 대한 고민도 좀 필요할 것 같아요.
◆성기선> 그러니까 초고난도 문항이라고 하는 게 교육과정 밖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드렸고요. 그 문항 자체, 지금 여기 교육부 발표에도 나오지만 수학 문제의 경우에 함수를 다루는 문제라고 하면 그낭 성취기준으로서 함수를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정도가 아니라 그 문항 하나에 성취기준이 여러 개가 들어갈 수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다양한 역량을 갖춰야만 문항을 풀 수 있는 게 난도가 올라가는 거죠. 그러니까 교육과정 범위 안에서 하되 문항 자체가 복합적으로 들어가는 거죠. 그런 문항을 풀면 다양한 역량들을 갖췄다고 보는 건데 그게 난도가 그렇게 되면 또 그게 초고난도 문항이 되는 거죠. 그러니까 범위를 어디로 잡을 것이냐. 그다음에 한 문항 안에 여러 개를 물을 것 같으냐, 아니면 단순하게 물을 것이냐, 이런 차이라고 보는 거죠.
저도 예전에 시험 칠 때 보면 문항 하나 푸는 데 산식을 한 5번, 6번 해야 답이 나오는 경우가 있잖아요. 이런 게 어려운 문항이라는 거죠. 한 2번을 하면 답이 나오면 중난도 정도 되고. 그러니까 하나 문제 푸는 데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다 거쳐줘야만 나오는 문제를 줄이겠다. 교육과정 범위 안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면 그게 또 초고난도 문항이 된다면 지금 비판의 지점은 교육과정 바깥이 아니더라도 초고난도 문항을 낼 수 있다, 이렇게 돼야 되는데 초고난도 문항 자체를 없애겠다고 하면 수능의 변별도가 굉장히 위험한 상황으로 가죠.
◇앵커> 그러니까 정부에서도 초고난도 문제를 안 내겠다, 이런 입장을 밝혔는데 그게 방점을 찍는 부분이 교과과정 밖에서 나오는 그런 경우에 없애도록 하겠다는 거죠.
◆성기선> 그러니까 그 부분은 동의를 하지만 초고난도 문항 자체가 없어지는 순간 수능이 갖고 있는 9등급 기본체계가 와해될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시청자 여러분들은 이 부분이 궁금할 것 같아요. 지금 수능이 5개월 남지 않았습니까? 고3 수험생들 같은 경우에 어떻게 준비를 해야 되냐, 이 부분 고민이 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성기선> 지금까지 공부하는 방식과 큰 차이 없이 가야 될 것 같고요. 기본적으로 지난 3월 말에 평가원에서 발표했던 수능기본계획이라는 게 있어요.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초고난도 문항을 줄인다고 하는 것에 동의하고요. 그다음에 고난도 문항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 상황에서 학생들 입장에서는 큰 변동이 없는 거예요. 만약에 초고난도 문항을 준비한 학생들이라면 그만큼의 역량을 가지고 고난도 문항을 풀 수 있거든요.
중상위권인 학생들도 사실은 지금까지 공부한 방식보다는 쉽게 공부해야 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수능은 기본적으로 변별을 위한 목적이 1차적으로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한 교육 공부 방식에서 큰 변화, 혼돈을 해서는 안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앵커> 그러면 수능의 변벌력을 갖추기 위해서 정부나 평가원에서도 노력을 하겠습니다마는 지금 나오는 우려 중의 하나는 수능에 만약에 지금 초고난도 문항을 없애겠다고 했으니까 변별력이 사라지게 된다, 이런 부분이 약화된다면 대학별 고사, 그러니까 논술시험이라든가 구술고사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강화되는 거 아닌가? 그래서 이 부분이 지금 초고난도 문항처럼 교과 밖에서 나오는 거 아닌가, 이런 걱정을 하는 경우도 있던데.
◆성기선> 교육부에서 지금 대학별 고사의 경우에도 그런 교과과정 바깥에 있는 좀 어려운 문제들은 가능하면 출제 안 하도록 통제하겠다고 얘기를 하죠. 그런데 원래는 예를 들어서 정시와 수시 여러 가지 전형이 벌써 정해졌기 때문에 그 전형 자체가 더 늘어난다, 줄어든다는 얘기를 할 수 없는 거고. 아마 이후에는 대학에서도 정시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에 대학별 고사를 더 늘려야 되겠다라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말은 지난 2018년, 19년도에 진행되었던 공론화 과정을 통해서 정시를 확대해 달라. 그게 교육의 공정성에 대한 방향이다라고 하는 공론화위원회의 결론에 따라서 수도권 대학들도 지금 한 30~40%까지 올라와 있잖아요, 정시확대 비율이. 정시는 확대되는데 수능의 기능들이 축소돼버렸다? 이것도 모순이 일어나죠. 그러니까 이런 부분들을 잘 고려하면서 향후 중장기적인 대입제도에 대한 방향들을 잡아줘야 되고 원래 예상했던 방향들은 조금은 큰 흔들림 없이 갔으면 좋다는 게 저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대담 발췌 : 윤희정 디지털뉴스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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