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입니까?"
12 ·12 군사반란을 배경으로 한 영화 '서울의 봄'의 한 대사입니다.
그때 그 시절을 겪은 어른도, 현대사를 교과서로만 배운 젊은이도 가슴은 분노로 타올랐습니다.
비열하고 잔인했던 전두광의 실존 모델.
바로 2년 전 사망한 전두환 씨입니다.
북녘땅이 보이는 곳에 잠들고 싶다는 전 씨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유족들이 파주 땅 천7백 평가량을 사려고 했지만, 땅 주인이 마음을 바꾸었거든요.
이젠 억만금을 줘도 안 판다고 했습니다.
조상님의 뜻인 것 같대요.
죽을 때까지 사과 한마디 없었던 내란죄의 장본인.
민주주의 역사에 큰 흉을 남긴 원흉은 죽어서도 편히 잠들 곳이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유서현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휴전선과 인접한 경기 파주시 문산읍의 한 사유지입니다.
북한과 거리가 10km 정도로 날이 좋으면 개성공단이 보일 정도입니다.
바로 전두환 씨 유족이 전 씨 시신을 안장하기 위해 구입 하려던 땅입니다.
지난 2021년 숨진 전 씨는 대통령을 지냈지만 내란죄로 형을 확정받아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었습니다.
[이순자 / 고 전두환 씨 부인 (2021년 11월) : (남편은) 화장해서 북녘땅이 보이는 곳에 뿌려달라고도 하셨습니다.]
시민단체는 물론, 지자체까지 파주 어디에도 전 씨가 편히 잠들 곳은 없다며, 한목소리로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이재희 / 겨레하나 파주지회 대표 : 생전에 자기 과오에 대한 진실적인 반성도 한 적이 없고 국민 모두의 공분을 샀던 광주 학살의 원흉이기도 한데…]
결국, 유족들의 계획은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YTN 취재진이 직접 만난 땅 주인은 시끄러워지는 것도 싫고, 이제는 억만금을 주더라도 땅을 팔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신태범 / 해당 토지 소유자 : 그 자리가 임금한테 하사받은 땅이에요, 우리 조상님이. 이렇게까지 이제 와글와글하니까 그때야 저도 이제 아, 이게 조상님이 팔지 말라고 그러나 보다. 좀 죄책감도 들고…]
2년 넘게 연희동 자택에 임시 안치된 전 씨의 유해는 당분간 갈 곳을 찾기 어렵게 됐습니다.
[앵커]
훔치다, 훔치다 이제 시외버스까지 훔친 사람도 있습니다.
30대 남성이 능숙하게 버스에 올라타더니 시동도 걸고 운전도 하고 잠도 자고,
황당하지만 할 건 다 했습니다.
새벽 시간, 4시간의 질주가 끝난 건 중앙분리대 덕분이었습니다.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1km가량 떨어진 곳에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나서야 멈췄는데요.
술에 취한 것도 아니고, 버스회사 직원도 아니래요.
범행 동기가 대체 뭘까요?
임형준 기자입니다.
[기자]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 시외버스 터미널.
한 남성이 버스에 오르더니 시동을 겁니다.
능숙한 듯 엔진을 예열시키더니 운행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남성은 버스 기사가 아니라 직업이 없는 30대 A 씨였습니다.
[진주시외버스터미널 관계자 : 10년 이상 내가 여기 근무해도 이런 경우는 완전히 처음이죠. 황당하죠, 정말.]
4시간 정도를 달렸는데, 도로에 차를 세워놓고 40분 정도 잠까지 잤습니다.
A 씨는 행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습니다.
[이동수 / 진주경찰서 형사2팀장 : 버스 운전 경력이나 대형 차량 화물 차량 등 운전 경력은 확인할 수 없는 상태이지만, 대형 차량 등 운전을 할 수 있는 자격 요건은 충분히 되는 사람입니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절도 등 혐의로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아이키우는 부모님들, 이 뉴스 좀 유심히 봐주십시오.
YTN으로 들어온 제보인데, 아이들 건강이 걸린 문제라 흘긋 보고 넘길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 식사도 중요하지만 식판 닦는 것도 일은 일입니다.
그래서 요즘엔 외부 업체에 맡겨서 세척하고 배송받는 시스템을 도입한 곳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목장갑에 묻은 까만 때 보이세요?
고압 세척기 아래를 쓱 문지르니까 이렇게 시커메졌어요.
세척 장소도 더럽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음식물 찌꺼기가 덕지덕지, 눌러 붙은 것들은 얼마나 오래됐는지 아예 검게 굳어버렸습니다.
'이거, 아이들이 병에 걸리는 거 아냐?'
제보자는 충격을 받고 일을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신고했죠.
그런데 구청은 곧바로 지도 점검을 나가기는커녕 난감해 하고 있습니다.
식품위생법상 행정 처분을 내릴 근거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래요.
저만 황당한 거 아니죠?
이상곤 기자입니다.
[기자]
대전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사용한 유아용 식판을 설거지해 배달해주는 업체입니다.
고압 세척기 아랫부분을 하얀 장갑으로 닦아내자 시커먼 이물질이 묻어 나옵니다.
식판을 담가둔 곳 주변으로는 음식물 찌꺼기가 가득하고, 벽과 바닥은 곳곳이 검은색으로 변했습니다.
여기서 일하던 A 씨는 위생적이지 않은 세척 환경에 실망해 일을 그만뒀다고 말했습니다.
[A 씨 / 식판 세척 업체 퇴사자 : 같이 일하시는 분한테 물어봤더니 아무래도 곰팡이가 굳은 게 아닌가? 이렇게 말씀하시고…. 아이들이 큰 질병에 걸리지 않을까 해서 충격을 너무 받아서…]
A 씨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제기한 민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거쳐 유성구청에 접수됐습니다.
[대전 유성구 관계자 : 식기 세척장 업종이 자유업종이다 보니 위생 상태에 대한 식품위생법상 구체적인 행정처분 근거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상급기관에 유권해석 등을 요청할 예정이고요. 다른 법에 따른 지도 점검이 가능한지를 부서별로 협의 중입니다.]
대전시교육청도 식판 세척 업체에 대해 별도의 위생점검은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식판 세척과 배식이 한 곳에서 이뤄지는 집단급식소는 영양사 말고도 식약처와 지자체, 교육청이 위생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식품을 다루지 않는 세척 위탁 업체는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던 겁니다.
[김진희 / 한남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 법적으로 아직은 명확하게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관리 감독하고 있는 업무 자체는 부재 되는 상태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원아들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앵커]
불이 꺼진 거리에 흉물처럼 남은 미아리 텍사스촌입니다.
서울에 있는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인데, 2년 뒤면 완전히 사라집니다.
재개발 때문입니다.
이제 초기 단계라 10월부터 주민 이주가 시작됐고, 내년 초까지 마무리하는 게 목표라고 하네요.
낮에 찍은 사진이라 불이 꺼졌지만, 밤이 되면 또 켜집니다.
아직 종사자들이 남아 있거든요.
순조로운 철거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과제로 떠오른 건 종사자들의 생존권입니다.
시민단체는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윤태인 기자입니다.
[기자]
좁은 골목에 다닥다닥 붙어선 허름한 건물.
천막은 낡을 대로 낡았고 아예 인적이 끊긴 곳도 있습니다.
서울에 마지막으로 남은 성매매 집결지, '미아리 텍사스촌'입니다.
[윤영호 / 여성자활센터 활동가 : 당장 업소 밖을 나오게 되는 여성들이 길거리에 내앉았을 때 그분들에게 가장 중요한 먹고 자고 쉴 수 있는 곳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합니다.]
미아리 텍사스는 아직 재개발 초기 단계지만, 현재 성매매 종사자가 3백 명 안팎으로 적지 않은 편입니다.
시민단체들은 집결지가 폐쇄되면 성매매 여성들 살 곳이 막막하다며 자활을 위해 주거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하영 / 여성인권센터 '보다' 소장 : 내년부터 이주하고 철거가 시작될 텐데 여성분들이 오랫동안 이곳에 계셨거든요. 10년, 20년씩 되셨는데 바로 '탈성매매'하는 건 굉장히 어렵습니다. 이제라도 굉장히 늦었다고 생각하시고 빨리 지원 대책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앞서 또 다른 성매매 집결지였던 청량리4구역은 재개발을 앞두고 성매매 업소를 폐쇄하는 과정을 거쳤지만, 지자체 차원에서 생계 지원 방안을 제시한 적은 없습니다.
경기도 파주시의 용주골의 경우 최근 강제 철거가 이뤄졌는데, 파주시는 종사했던 여성들에게 생계비로 한 달에 최대 백만 원, 주거비로 천4백만 원 등 2년 동안 최대 4천4백만 원까지 지원할 계획입니다.
성북구도 보상을 포함한 제도적 대책에 관한 조례를 이미 마련했다며 조만간 미아리 텍사스촌에서 종사했던 여성들에게 각종 지원에 나서기로 하고 서울시와 예산을 책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지자체가 생존권이 사라진 여성들에 대한 보상이 미흡할 거라 우려하고 있어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YTN 안보라 (anbora@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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