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를 추모하는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이 오늘 오후 현지에서 진행됩니다.
일본 측 대표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 문제 등으로 우리 정부가 행사 하루 전인 어제 전격 불참을 선언하면서 '반쪽짜리 행사'로 치러질 예정입니다.
국제부 연결합니다. 윤현숙 기자 전해주시죠.
[기자]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실행위원회는 오늘 낮 1시 사도섬 서쪽에 있는 사도시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사도 광산 추도식'을 개최합니다.
애초 한국 유족을 포함해 한일 정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치러질 예정이었지만, 한국 측이 행사를 보이콧하면서 일본 측 관계자만 참석해 진행될 예정입니다.
우리 정부는 행사 하루 전인 어제 전격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일본 정부의 태도에 진정성이 결여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요.
외교부는 추도식을 둘러싸고 발생한 양국 사이 이견을 두고 수용 가능한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극우성향 정치인을 일본 중앙 정부 대표로 발탁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일본 정부가 대표로 파견한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은 지난 2022년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강제동원 등 과거사 현안을 두고 한국이 더 양보해야 한다는 취지의 답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런 사람이 일본 정부 대표로 오는 건 강제노동에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들을 모욕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비판이 한국에서 제기됐습니다.
불명확한 행사 명칭과 불투명한 추도사 내용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공식 행사 명칭에 희생자가 빠져 누구를 추도하는지도 명확치 않은 데다, 추도사 내용에 조선인 노동자를 위로하는 내용이 담길지 여부도 행사 직전까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우리 정부의 불참 결정에 대해 일본은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주한일본대사관은 언론 질의에 "일본 정부는 주최자인 현지 관계자와 협력하면서 양국 정부 간에도 정중한 의사소통을 해왔다"면서 "한국 측이 불참한다면 유감스럽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한국 유족이 추도식 참석을 위해 이미 일본에 도착한 상황인데, 자체 추도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한국 유가족 9명과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어제 일본에 이미 도착했는데요.
불참 결정에 따라 내일 별도의 자체 추도식을 열고 사도광산 노동자 관련 시설도 사찰하는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자체 추도식 장소로는 사도섬 내 사도광산 옛 기숙사 터 등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대표인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도 일본 측이 준비한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고 우리 측 자체 추도식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앞서 지난 7월, 일본 측은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해 한국에 강제노역에 대한 전시시설 설치와 노동자 추도식 개최를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설치한 전시물에는 '강제동원'이나 '강제 연행' 등의 용어가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아 논란이 일었습니다.
또, 협의 과정에서 지속적인 갈등을 노출한 추모식도 결국 첫 해부터 파행을 맞게 되면서 한일 협력과 과거사 반성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됩니다.
우리 정부도 2015년 군함도 유네스코 등재 때에 이어 일본 측으로부터 연이어 뒤통수를 맞은 모양새가 되면서 외교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습니다.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사도광산은 일제 강점기 조선인 천5백 명이 동원돼 강제 노동을 했던 아픈 역사가 서린 곳입니다.
지금까지 국제부에서 YTN 윤현숙입니다.
YTN 윤현숙 (yunhs@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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