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수미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던 일기장이 '나는 탄원한다 나를 죽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라는 책으로 12일 출간된다.
책에는 1983년 30대부터 말년까지 연기에 대한 열정과 가족의 이야기, 화려한 배우의 삶의 이면에 감춰진 고통과 불안 등 김수미 삶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가 담겼다.
김수미는 평소 일기를 책으로 내고 싶다는 의지를 밝혀왔으며, 유가족은 김수미가 말년에 겪었던 고통을 옆에서 지켜봐 온 만큼 일기를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책 인세는 전액 기부할 예정이다.
김수미는 지난 10월 25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판매하던 회사와의 분쟁으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이는 2023년 10월부터 11월까지 일기장에도 적혀 있다.
그는 "하루하루가 고문이다. 기사가 터져서 어떤 파장이 올지 밥맛도, 잠도 수면제 없이 못 잔다", "지난 한달간 불안, 공포 맘고생은 악몽 그 자체였다. 회사 소송 건으로 기사 터질까 봐 애태웠다" 등 고통스러운 심경을 털어놨다.
말년에 공황장애를 앓았던 김수미는 올해 1월 일기에 "정말 밥이 모래알 같고 공황장애의 숨 막힘의 고통은 어떤 약으로도 치유할 수 없다", "공황장애, 숨이 턱턱 막힌다. 불안, 공포, 정말 생애 최고의 힘든 시기였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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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수미의 일기 내용 중 / 유가족제공=연합뉴스
일기에는 일에 대한 애정 또한 빼곡했다.
"목숨을 걸고 녹화하고, 연습하고, 놀고, 참으면 어떤 대가가 있겠지", "어제 녹화도 잘했다. 연기로, 70년 만에 다시 데뷔하는 마음으로 전력 질주해서 본때를 보여주자", "너무나 연기에 목이 말라 있다" 등 말년까지 일을 향한 열정을 불태운 내용이 적혀있다.
고인이 무엇보다 바랐던 건 자연 속에서 글을 쓰는 소박하고 평화로운 삶이었다. 김수미는 1986년 일기에 "화려한 인기보다는 조용한, 평범한 애들 엄마 쪽을 많이 원한다. 적당하게 일하고 아늑한 집에서 자잘한 꽃을 심어놓고 좋은 책들을 읽으며 애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을 기다리고 싶다"고 썼다.
2011년에도 "마지막 소원이 있다. 마당이 있는 집에서, 아니면 1층 담에 나팔꽃 넝쿨을 올리고 살아보고 싶다. 그러면서 글을 쓰고 싶다"고 소망했다.
한편 고인의 명복을 비는 49재는 이날 오후 2시 경기 용인에서 열린다.
디지털뉴스팀 박선영 기자
YTN 박선영 (parks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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