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휘 아나운서 (이하 최휘) : 사실 확인이 필요한 허위 의심 정보에 대해 짚어보는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선정수 팩트체커 전화로 만나보죠. 안녕하세요.
◇ 선정수 팩트체커 (이하 선정수) : 안녕하세요.
◆ 최휘 : 오늘 확인해 볼 주제는 탈모입니다. 대통령이 탈모 치료를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넣을 방법을 검토하라고 지시를 했어요. 우선 맥락부터 좀 살펴보죠.
◇ 선정수 :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 치료의 건강보험 적용 대상 확대 검토를 지시했습니다. 2022년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은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공약한 적이 있는데요. 지난 5월 21대 대선에서는 막판까지 고심하다 공약에는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업무보고에서 다시 꺼내 든 거죠. 배경은 청년층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건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소외감을 표출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 대통령은 같은 맥락에서 비만 치료제의 건보 적용 여부도 물었습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이 “(비만 치료제에 대해선) 이제 급여 적정성 검토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청년들의 소외감이 너무 커져서 하는 얘기다. 세대 간 보험료 혜택 (차이는) 고민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건강보험통계연보를 살펴보면 2024년 연령대별 건강보험 급여비를 파악할 수 있는데요. 20대는 3.7조 원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급여비 총액이 적습니다. 60대가 19.4조로 가장 많고, 70대 16.4조, 50대와 80대 이상이 12.9조 이렇게 나오거든요. 그러니까 젊은 층 입장에선 월급에서 건강보험료 따박따박 떼어가서 결국 노인들 의료쇼핑 시키는데 돈 대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거죠. 게다가 건강보험 재정은 2028년부터 2033년 사이에 고갈될 거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서 젊은 층은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죠. 결국에는 보험료를 올려야 할 상황이 되는데, 가뜩이나 받는 것 없이 내기만 한다는 불만이 가득한 청년층을 달래기 위해서 뭐라도 해야 할 상황은 맞습니다.
◆ 최휘 : 탈모 환자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피부과에서 치료도 받고 그러든데요.
◇ 선정수 : 노화에 의한 탈모를 치료하는 경우, 미용 목적으로 분류돼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 제외되는데요. 질병에 의한 탈모, 특히 원형탈모증은 현재도 건강보험 급여 대상으로 분류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원형탈모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병적 탈모증은 자각 증상 없이 탈모반이 한 개 또는 여러 개 발생하여 병소가 확대 또는 융합하여 큰 탈모반을 형성할 수 있는 병적인 탈모이므로 병변의 경·중에 관계없이 급여 대상임 .> 이 밖에도 지루성 피부염으로 인한 탈모 등 질병에 의한 탈모는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됩니다.
◆ 최휘 : 대한민국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탈모로 고생하는 분이 1000만명쯤 된다고 하는데요. 1000만명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되면 가뜩이나 심각하다는 건강보험 재정 적자가 더 심해지는 것 아닐까요?
◇ 선정수 : 작년에 탈모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들. 비급여는 빼고 건강보험 급여를 받은 환자만 집계한 건데요. 24만 명입니다. 이 중에 20대가 3만 9,000명 정도 되고요, 30대는 5만 1,000명 정도 됩니다. 합하면 9만 명쯤 되니까 37.5%가 20~30대 청년층인데요. 건강보험 급여, 앞서 말씀드렸지만 원형탈모증 등 질병으로 인한 탈모 환자란 말이죠. 그런데 지금 질병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탈모 환자들이 약 1,000만 명 정도로 추산이 되는 상황이라서, 탈모 치료제를 건보 급여에 포함하게 되면 급여비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은 타당해 보입니다. 그래서 정은경 복지부 장관이 대통령의 질문에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한 건데요. 정 장관은 업무보고 후 브리핑에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해야 하기 때문에 (탈모 치료 약의) 급여 적용 기준과 타당성, 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도입 필요성 검토나 재정 규모 추계에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 언제 적용될 수 있을지는 말하기 어렵다”라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은 하고 싶은데, 건강보험을 운용해야 하는 복지부로서는 굉장히 곤란한 입장이 된 거죠.
◆ 최휘 : 건강보험 급여는 생명이 달려있거나 건강에 영향이 큰 질병 치료에 우선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요.
◇ 선정수 : 대한의사협회는 17일 입장문을 내고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 하에서 탈모를 우선적으로 급여화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탈모 치료제 급여화에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기보다는 암 등 중증 질환에 대한 급여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건강보험 원칙에도 부합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외모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강해지고, 내면의 아름다움보다는 외모를 가꾸는 것에 가치를 더 부여하는 풍조가 만연하면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통속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남성보다 더 심한 압박을 느끼는 여성들의 미용 관련 의료 시술도 모두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돼야 하는 걸까요? 일단 건강보험 재정 상황을 잘 살펴야겠고요,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돼야 할 우선순위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할 걸로 보입니다. 불거질 수 있는 형평성 논란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할 것 같고요.
◆ 최휘 : 정부가 어떤 묘수를 찾을지 지켜봐야겠네요. 이어서 탈모에 대한 여러가지 오해를 살펴볼 텐데요. <대머리는 남자만 해당된다> 이렇게 알고 계신 분들도 많습니다. 어떤가요?
◇ 선정수 : 2020년부터 2024년 6월까지 탈모 치료를 받고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환자는 모두 111만여명이었는데요. 남성이 56.2%였고, 여성은 43.8%를 차지했습니다. 여성도 유전적 또는 환경적 요인, 스트레스 등에 의해 탈모증에 걸립니다. 남성의 탈모는 외가쪽으로부터 유전되고, 여성의 탈모는 친가쪽으로부터 유전된다는 이야기도 굉장히 오래전부터 떠돌고 있는데요. 남성형 및 여성형 탈모에서 유전적인 요인이 일정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특성은 사실 양쪽 부모로부터 유전됩니다. 한쪽 가족의 고모, 이모, 삼촌의 외모에 기반해 탈모 가능성을 예측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과거 일부 교과서나 일반적인 통념에서는 대머리 유전자가 X 염색체에 위치하기 때문에, 남성에게만 우성으로 유전되는 것처럼 설명되기도 했고요. 한 세대를 걸러서 나타나는 '격세 유전'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할아버지가 대머리면 손자도 대머리다. 이런 식이죠. 그런데 이것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탈모는 하나의 유전자 때문이 아닌 14종 이상의 유전자 조합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고요. 탈모 유전자가 있더라도 환경, 영양, 질병 등의 상태에 따라 대머리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 최휘 : 모자를 쓰거나 지나치게 머리를 자주 감으면 탈모가 된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 선정수 : 일부 사람들은 머리를 너무 자주 감는 것이 탈모를 일으킨다고 우려하는데요.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미국 흑인 여성들 사이에 퍼져있던 루머라고 하는데요. 흑인 여성들에게 흔한 원형 탈모증이 머리를 자주 감기 때문에 유발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유전적 요소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밝혀졌고요. 모자를 쓰고 다니면 두피가 손상돼 탈모가 생긴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요. 모자는 햇빛으로부터 두피를 보호하는 효과적인 방법이고, 탈모와는 상관이 없다고 합니다.
◆ 최휘 : 마트에 가보면 샴푸 진열대에 탈모에 효과가 있다고 선전하는 제품들이 엄청나게 많은데요. 이런 제품들은 진짜로 효과가 있는 걸까요?
◇ 선정수 : 식약처 공식입장을 말씀드리면요.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식품, 건강기능식품 중 탈모 예방이나 치료에 대한 효능·효과를 인정받은 제품은 없다. 따라서 탈모와 관련하여 검증되지 않은 예방이나 치료 효과를 내세우는 광고에 주의해야 한다.> 입니다. 그러니까 먹어서 탈모를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식품은 없는 거죠. 탈모약은 있습니다. 그럼 탈모 예방이라고 홍보하는 샴푸는 뭐냐 이렇게 묻는 분들이 계실 텐데요. 역시 식약처 공식입장을 말씀드리면 <식약처는 미백, 주름개선, 자외선차단, 탈모 증상 완화에 도움 등의 기능이 있는 화장품을 기능성화장품으로 정하고 있다. 이중 탈모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화장품을 사용할 수 있다. 기능성화장품이라도 탈모 증상을 완화할 뿐, ‘치료’ 효과나 머리카락을 자라게 하는 ‘양모·발모·육모’ 등은 검증된 바 없으므로, 과장해서 광고하는 제품은 절대로 구매하지 말아야 한다.>입니다. 탈모 약에 대해서는 <탈모 치료가 필요한 경우 반드시 병원과 약국을 방문해 의사의 진료·처방과 약사의 조제·복약지도에 따라 정해진 용량·용법으로 의약품을 복용·사용해야 한다.>고 밝힙니다.
◆ 최휘 : 그렇다면 샴푸에 써있는 탈모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는 말은 도대체 무슨 뜻입니까? 효과가 있다는 겁니까 없다는 겁니까?
◇ 선정수 : 식약처는 기능성화장품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탈모 증상의 완화에 도움을 주는 제품이 기능성화장품 심사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요. 탈모 증상의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말은 머리카락이 덜 빠지게 한다는 뜻이란 겁니다. 제품을 사용한 실험 대상과 그렇지 않은 대조군을 비교해서 머리카락이 덜 빠지면 탈모 관련 기능성화장품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것이죠. 안 빠지게 하거나 머리카락이 굵어지게 하거나 하는 게 아니라 빠지는 걸 막을 수는 없지만 덜 빠지게 한다. 이런 뜻입니다. 화장품인 샴푸는 화장품의 효능·효과를 벗어나 의약품으로 오인·혼동할 수 있는 ‘탈모 치료’, ‘탈모 방지’, ‘발모·육모·양모’, ‘모발 성장’, ‘모발 두께 증가’ 등의 표현을 사용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실제로 머리카락이 더 많이 생기거나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게 아니니까요. 덜 빠질 뿐입니다.
◆ 최휘 : 오늘은 탈모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선정수 팩트체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