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도대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할 수만 있다면 그날의 기억을 통째로 지워버리고 싶다. 직장 내 상사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한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지난해 통계를 보면, 직장 내 성희롱 피해 경험률, 여성은 6%, 남성도 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피해 발생 장소는 '사무실'이 가장 많았고, 회식 장소가 그 뒤를 이었다고 하죠. 그리고 최근,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업체 대표의 남편이 회식 자리에서 수습 직원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정 대표는 피해 사원에게 사과하며 술을 마신 상황에서, 허용 가능한 스킨십의 범위를 봤을 때, 본인이 굉장히 서양화 돼 있었다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죠. 하지만 대중은 이 해명에 오히려 더 크게 분노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해 6월이었습니다만, 정 대표에 대한 회사 내 처분은 사건이 보도된 최근에서야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과연 이 사건, 법적으로 짚어봐야 할 쟁점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오늘 <사건X파일> 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로열 법무법인, 김정기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김정기: 안녕하십니까? 로열 법무법인 김정기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네. '새벽 배송' 하면 누구나 바로 떠올릴 법한 업체, '마켓컬리' 대표의 남편이 회식 자리에서 직원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이거 먼저 한번 짚어주시죠.
◆김정기: 예. 한마디로 요약하면은, 회사의 절대 권력을 가진 대표가 이 정규직 전환을 앞둔 사회 초년생의 '인사권'을 볼모로, 아주 파렴치한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입니다. 사건은 지난 6월 서울 성동구의 한 식당, 회식 자리에서 발생했습니다. 당시 넥스트 키친의 정 모 대표는 술에 취한 상태로 수습 직원인 피해자 A씨의 옆에 앉아 팔뚝을 잡고, 어깨를 감싸며, 속옷 라인을 더듬는 등. 파렴치한 강제추행을 이어나갔습니다. 심지어 귓속말로 "나는 니가 마음에 든다" 라고 속삭이거나, 허리를 감싸기도 했죠. 가장 충격적인 건, 피해자의 목줄을 죄는 듯한 발언이었습니다. 정 대표는 "야 수 평가는 동거 같은 거다, 내가 킵(정규직 전환)하겠다면 하는 거야"라며 자신의 '인사권'을 과시했습니다. 피해자는 정규직 전환을 앞둔 아주 절박한 상황이라, 그 현장에서 즉각 저항하기가 대단히 어려웠을 것입니다. 결국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즉 PTSD를 겪으며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원화: 아 그렇군요. 방금 말씀해 주신 정 대표의 해명이, 오히려 대중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게 단순히 감정의 문제를 넘어서요. 과연 이렇게 대응했던 그 자체가, 향후 재판에서는 어떻게 작용할지 이것도 되게 궁금하거든요? 설마 이런 주장이 법적으로 받아들여질 여지도 있을까요?
◆김정기: 아 절대 받아들일 일이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황당한 변명은 가중 처벌을 부르는 독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정 대표는 사과를 한다면서, "내가 살아온 환경이 서양화 돼 있어 가지고, 허용 가능한 스킨십 범위가 좀 달랐던 것 같습니다"라는 취지의 변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우리 법원은 성범죄를 판단할 때, 가해자의 '주관적인 의도'나 '문화적 배경'을 따지는 게 아니라, '피해자의 의사에 반했는가'와 '일반적인 사람이 보기에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한 행위인가'를 봅니다. 특히 가해자가 진지한 반성 없이 자신의 환경 탓을 하며 범죄를 정당화하려 한다면, 재판부는 이를 '반성 없는 태도'로 보아 엄벌을 내리는 추세입니다. 서양에서도 직장 상사가 스스로 찍어내 몸을 만지는 거는 '아메리칸 스타일'이라기보다는 명백한 범죄입니다.
◇이원화: 네. 앞서 정 대표 강제추행으로 기소됐다 말씀해 주셨는데, 두 사람의 관계를 보면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으로도 볼 수 있는 사안은 아닌지, 두 혐의 법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 건지도 한번 설명해 주시죠.
◆김정기: 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강제추행을 넘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 성립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이 강제추행이란, 일반인이 상대방에게 폭행이나 협박을 가해 강제로 만지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란 직접적인 폭력을 쓰지 않더라도 사장과 직원 같은 상하관계의 힘, 그런 위세, 위력을 이용해 피해자의 자유 의사를 억누르고, 추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번 사건처럼 대표가 "내가 너 정규직으로 채용할지 말지 결정한다"라는 식의 '인사권'을 휘두르며 신체 접촉을 한다면, 그 자체가 피해자에게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위력이 됩니다. 법적으로 위력 추행이 인정되면, 재질이 훨씬 무겁게 평가됩니다.
◇이원화: 이번 사건에서 특히 논란이 된 부분이, 사건 발생 이후에도 회사 차원의 징계가 없다가, 보도가 되고 대중에 알려지고 나서야 정직 처분을 내렸다, 업무 배제했다라는 점이거든요? 이런 회사의 늑장 대응 자체도,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습니까? 문제를 삼을 수 있다면 피해자가 별도로 고소를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방안이 또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정기: 예. 당연히 회사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회사는 '조사'와 '보호'의 의무를 저버린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이 발생했을 때, 사업주는 지체 없이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가해자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나도 보도가 터진 뒤에야 정직 처분을 내렸죠. 피해자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취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회사가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거나, 피해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했다면 노동부에 신고해 과태료 처분 등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회사가 '안전 배려 의무'를 위반했으므로, 회사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원화: 방금 말씀해 주신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회사에 대한 이런 형사적인 문제 제기 이외에도, 민사적인 손해배상도 충분히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생각을 하면 될까요?
◆김정기: 예. 이게 뭐 입증 책임의 문제는 있지만, 그거야 워낙 증거 자료도 많고, 언론 보도가 있어서 법적인 조력을 받으면 입증 문제를 해결하는 건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형사 처벌과는 별개로,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 충분히 돈으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성추행 피해로 인해 우울증이나, PTSD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다면, 그 치료비와 정신적 위자료까지 받아낼 수 있습니다. 특히나 가해자가 대표이사인 만큼, 회사의 책임을 함께 묻는 '사용자 책임 소송'도 가능하다고 보입니다.
◇이원화: 그런데 보도에 따르면, 당초 피해자가 내용증명을 보낸 뒤, 정 대표 측에서 '합의 의사가 있다. 단, 금액은 민사소송에서 받을 수 있는 금액 이하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긴 했거든요? 이 말이 사실이라면, 일단 통상 이런 사건에서 민사상으로 인정되는 손해배상액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그리고 그때와 상황이 달라진 게, 지금은 대중의 사건이 다 알려지고 기소까지 됐잖아요? 민사 재판에서 이런 변수들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배상액이 올라가는지 궁금합니다.
◆김정기: 예.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배상액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보통 민사소송에서 위자료의 액수를 정할 때 '가해자의 사회적 지위', '범행 후의 태도', '사건의 파급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이에 더해 첫째, 검찰이 죄가 있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는 것, 즉 기소했다는 건 불법 행위가 입증이 더욱 명확해졌다는 뜻이므로 피해자에게 유리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 사건이 언론 보도를 통해 대대적으로 알려지면서, 피해자가 느꼈을 추가적인 수치심이나, 가해자의 서양 그 아메리칸 스타일 발언과 같은 황당한 변명은 2차 피해로 이어져 위자료 증액의 핵심 근거가 됩니다. 가해자 측이 "민사소송보다 낮은 금액으로 합의하자"라고 했는데, 이는 전형적인 가해자 중심의 사고 방식입니다. 이제는 상황이 역전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원화: 이번 케이스의 경우에는 목격자도 있고, 문자 기록도 있고, 당사자의 사과와 인정도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직장 내 강제추행의 경우에는 물적 증거가 남아 있지 않은 경우들이 더 많거든요? 이 경우에는 피해자가 어떻게 대응을 해야 됩니까?
◆김정기: 이런 경우는 일단 피해자는 절대로 당황을 해서는 안 됩니다. 성범죄는 원래 둘만의 장소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아, 법원도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을 가장 강력한 증거로 봅니다. 그래서 피해자는 물적 증거가 없더라도, 제가 말씀드리는 세 가지를 꼭 챙기셔야 합니다. 첫 번째, '일관된 목소리'를 내셔야 합니다. 사건 당시의 상황을 6하 원칙에 따라 아주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경찰 조사에서 이를 끝까지 유지해야 합니다. 두 번째, '간접 증거 모으기'입니다. 사건 직후 "방금 이런 일이 있었다, 너무 불쾌하다"라는 내용의 친구나 동료에게 보낸 카톡, 당시 현장 목격자의 진술, 사건 후 방문한 병원 진료 기록 등이 모두 훌륭한 증거가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사과 내용을 녹음하는 것입니다. 가해자가 나중에 딴 소리 하지 못하도록 사과하는 자리에서 발언을 녹음해 두는 것은 아주 결정적인 증거가 됩니다.
◇이원화: 이번 사건이 더 크게 논란이 된 데에는, 마켓컬리 대표의 남편이 가해자라는 점뿐만 아니라, 그가 대표로 있는 회사와 컬리의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도 영향을 준 것 같거든요? 일단 두 회사가 어떤 구조로 얽혀 있는 겁니까?
◆김정기: 사실상 '한 몸'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긴밀한 경제적 공동체입니다. 넥스트 키친은 컬리의 PB, 그러니까 자체 브랜드 상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회사인데요. 매출의 규모가 무려 90에서 100% 사이 컬리에서 나옵니다. 컬리가 지분 약 46%를 지닌 최대 주주이고요. 쉽게 말해 컬리가 밥줄을 쥐고 있는 핵심 계열사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원화: 그러면 모회사 격인 컬리나 김슬라 대표 개인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것도 가능할까요?
◆김정기: 이게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직접적인 형사적 책임을 묻기는 좀 어렵습니다. 우리 법은 회사와 그 대표를 별개의 인격체로 봅니다. 넥스트 키친 대표가 개인적으로 저지른 범죄를 가지고, 그게 아무리 대표의 부인이라고 할지라도 컬리의 김슬라 대표에게 죄를 물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컬리가 넥스트 키치의 실질적 주인으로서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것에 대한 도의적 비판과, 사회적 책임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원화: 그런데 컬리가 해당 회사 지분을 46% 넘게 보유한 최대 주주라면, 관리 감독에 대한 책임이 전혀 없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냐. 이런 시각도 있는 것 같거든요? 어떻습니까?
◆김정기: 예 그런 시각도 맞습니다. 법적 처벌은 어렵더라도, 인권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은 컬리라는 브랜드가 오로지 짊어지게 됩니다. 컬리는 여성 소비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한 기업입니다. 저도 지금 23개월 된 아들이 있고, 저희 와이프도 아이에게 먹일 식재료를 할 때 컬리를 매우 애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여성들이 많이 이용하는 회사인데요. 이런 회사의 대표의 남편이자, 핵심 파트너사 대표가 수습 여직원을 성추행했는데도 모회사가 1년 넘게 침묵했다면, 이는 경영진의 '리스크 관리 능력'에 심각한 의문을 던지는 일입니다.
◇이원화: 만약 어디까지나 가정입니다만, 컬리가 IPO를 추진해 왔던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기업 가치나 상장 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컬리 주주들 입장에서는 왜 회사가 아무런 법적 조치를 하지 않냐.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다거나, 법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것도 가능할까요?
◆김정기: 네 주주들이 '주주 대표 소송' 등을 통해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은 열려 있습니다. 만약 이번 사건으로 상장이 무산되거나, 주가가 폭락해 주주들이 큰 손해를 입는다면 "경영진이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라는 이유로 이사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에는 '경영진의 도덕성'과 '지배구조 리스크'를 매우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컬리의 상장길의 매우 큰 암초가 될 것입니다.
◇이원화: 네.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