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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키운 '강경파의 불꽃'...트럼프가 말하는 이란 '정권 교체'의 실체 [와이파일]

와이파일 2026.04.16 오후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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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키운 '강경파의 불꽃'...트럼프가 말하는 이란 '정권 교체'의 실체 [와이파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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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들은 꽤 합리적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5일(현지 기준) 폭스 비즈니스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이란에서의 40일 전쟁을 자신의 승리로 마무리 짓겠다는 서사 전략의 일부였습니다. 해군과 공군, 대공 방어망이 모두 무력화됐고, 낡은 정권은 사라졌으며, 미국이 주도하는 새 질서가 열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른 부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량은 아직 정상을 회복하지 못했고,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협상은 파키스탄에서 합의 없이 끝났습니다. 무엇보다 전쟁이 오히려 이란 강경파의 내부 입지를 강화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그토록 강조해온 '이란 승리'는, 지정학이라는 냉혹한 좌표계 위에서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세계 에너지의 목줄, 호르무즈

호르무즈 해협은 숫자로 이해해야 합니다. 가장 좁은 지점의 폭이 34킬로미터에 불과한 바닷길로,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합니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20~25%, 글로벌 LNG 교역량의 약 20%가 한 지점을 경유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등 주요 산유국이 생산한 원유의 85%는 호르무즈를 거쳐야만 세계 시장에 나올 수 있습니다. 목적지 대부분은 아시아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및 컨덴세이트 선적량의 약 84%가 아시아 시장을 향합니다. 한국의 경우 수입 원유의 약 70%, LNG의 15%가 호르무즈를 통과하며, 일본은 원유 수입의 95.9%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북쪽 해안선을 따라 위치해 있습니다. 국제 항로의 절반이 이란 영해를 통과하는 구조적 특성상, 이란은 군사력을 동원하지 않고도 선박 통행에 심각한 위협을 가할 수 있습니다. 전쟁 발발 직후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VHF 무선으로 선박들에게 통행 금지를 경고했을 때,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단순한 경고만으로도 선박 추적 데이터 기준 통행량이 70% 감소했습니다. 실제 포격 없이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렸다는 뜻입니다. 호르무즈가 가진 비대칭 지렛대의 본질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란은 해협을 '막을' 능력이 없어도, '위협할' 능력만으로 충분히 세계를 인질로 잡을 수 있습니다.
#전쟁이 키운 강경파의 역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전쟁의 성과로 내세우는 것 중 하나가 이른바 '정권교체'입니다. 알리 하메네이 사망 이후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직을 승계했고, 행정부 일각에서는 세대 교체를 새 시대의 개막으로 해석했습니다. JD 밴스 부통령은 이란이 "정상적인 국가처럼" 행동한다면 경제적으로도 정상 국가로 대우하겠다는 '대타협'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이란 내부 권력 지형은 정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전쟁을 통해 내부 입지를 오히려 강화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입니다. 대규모 폭격과 고위 관리 암살에도 정권이 살아남은 사실은, 역설적으로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생존 능력과 결집력을 대내외에 입증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무엇보다 이란은 전쟁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카드로 활용할 경우 미국의 휘발유 가격을 급등시키고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을 마비시킬 수 있음을 실증했습니다. 패배가 아니라 '비대칭 승리'의 경험을 쌓은 셈입니다.

대이란 강경 성향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베남 벤 탈레블루 이란 프로그램 선임국장은 "이번 충돌을 더 나은 방향으로의 변화로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지도부 '교체'가 아닌 지도부 '연속'이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란 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관리들조차 강경 노선에서 이탈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는 점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전직 대이란 협상팀의 네이트 스완슨은 "권력이 공고하게 통합되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이란 관리들은 자신의 강경 정통성을 더욱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온건파처럼 보이는 행동이 오히려 정치적 위험이 되는 역설적 환경이 조성된 것입니다.
#봉쇄 카드의 양날:누가 더 오래 버티는가

트럼프 행정부의 현재 전략은 이란 항구 봉쇄입니다. 군사적 타격에 이어 경제적 압박으로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구상입니다. 그러나 전략에는 구조적 취약점이 있습니다. 이란이 봉쇄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에 추가 압박을 가할 경우, 피해를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입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미국의 동맹국들입니다.

미국은 셰일 혁명 이후 자국 석유와 가스 생산량이 넘쳐나면서 중동 원유 수입에 더 이상 의존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호르무즈가 막혀도 미국 본토의 에너지 안보에 직접적 타격은 제한적입니다. 반면 한국과 일본, 유럽은 사정이 다릅니다. 일본 민간 싱크탱크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원유 가격이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고, 최악의 경우 일본 GDP가 약 3% 하락할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한국 역시 수입 원유의 70%가 호르무즈에 의존하고 있어 에너지 안보 충격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 통과 물동량은 평시 대비 약 80% 감소했고, 대형 원유 운반선의 중동-중국 노선 운임은 단 몇 주 만에 3.3배 상승했습니다. 비용은 미국 동맹국들이 고스란히 부담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란의 협상 전략이 선명해집니다. 이란은 트럼프의 11월 중간선거 압박과, 동맹국들의 에너지 고통이 미국 외교에 가하는 내부 균열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가 관세 협박으로 동맹을 압박해 양보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이란을 상대로 한 전선에서는 미국이 지렛대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핵 협상의 구조적 한계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무력화한다는 목표는 전쟁의 핵심 명분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핵 협상의 지형은 군사 작전보다 훨씬 더 복잡합니다.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할 유인은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핵 억제력 없이 체제 안전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교훈을 전쟁에서 재확인했기 때문입니다. 리비아의 카다피는 핵을 포기한 뒤 전복됐고, 북한은 핵을 보유함으로써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란의 강경파에게 두 사례의 대조는 강력한 논거입니다.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라는 트럼프의 최대 목표와, 이란이 수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거래 사이 간극은 여전히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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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키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관세와 위협이라는 무기로 캐나다, 멕시코, EU로부터 양보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이란은 다른 방정식으로 움직입니다. 체제 생존이 걸린 문제에서 이란은 굴복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들의 비대칭 지렛대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세계에 보여줬습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모나 야쿠비안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카리스마 있고 강한 성격에 의존하는 접근법은, 이란이라는 사례가 보여주는 복잡성과 불투명성에 맞설 만한 것이 아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트럼프 서사의 시험장이 됐습니다. 좁은 바닷길 앞에서 '거래의 달인'을 자처해온 대통령은 지금 협상의 주도권을 잡지 못한 채, 서사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메우려 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봉쇄를 압박할수록, 이란이 가진 에너지 인질 카드의 가치도 함께 높아집니다.

트럼프가 원하는 '대타협'은 아직 요원합니다. 교착이 길어질수록 고통은 미국보다 동맹국들에게 먼저, 더 깊이 누적될 것입니다.



YTN digital 김재형 (jhkim0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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