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대한민국 헌법 제 124조를 보면요. ‘건전한 소비행위와 생산품의 품질 향상을 위한 소비자 보호 운동을 국가가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다시 말해, 소비자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사람에 그치는 게 아니라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핵심 주체'란 뜻이기도 하죠. 그리고 그 대표적인 형태 중 하나가 바로 '불매운동'입니다. 요즘은 특정 브랜드나 기업을 상대로 ‘사지 말자, 이용하지 말자’는 소비자 불매운동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곤 합니다. 실제 최근 한 화장품 브랜드가 특정 BJ를 모델로 내세웠다가 소비자 반발에 부딪혔고, 결국 해당 구성 판매를 종료한 뒤 사과하는 일도 있었죠.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국가가 헌법을 통해 소비자 보호 운동을 보장한다지만, 특정 브랜드에 대한 불매를 촉구하는 행위, 이것 역시 헌법상 보호되는 소비자운동으로 봐야할까요? 아니면 경우에 따라 법적 책임이 따를 수도 있는 걸까요. 불매운동은 소비자의 의사표현이라지만, 그 과정에서 전혀 다른 피해자가 생기기도 합니다. 실제 판례를 보면 불매운동을 둘러싼 법원의 판단은 사안에 따라 엇갈리곤 하는데요. 그 핵심 기준은 뭐였을까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문제,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권은택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권은택 : 네, 안녕하세요. 권은택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오프닝에서도 이야기 잠시 나왔지만, 최근 한 화장품 브랜드를 둘러싸고 불매 논란이 있었거든요? 어떤 이슈가 있던 건지, 왜 불매 이야기까지 나왔던 건지 정리해주시죠.
◆ 권은택 : 네. 이번 논란은 제품 자체 하자 때문이 아니라, 브랜드가 여성 소비자를 주 고객층으로 두고 쌓아온 자연주의·클린 이미지와 광고모델의 기존 이미지가 정면으로 충돌했다는 데서 시작됐습니다. 해당 BJ가 평소 노출 수위 높은 방송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그 인물을 세트 상품과 함께 적극적으로 내세우자 기존 고객들 사이에서 ‘브랜드 가치와 맞지 않는다’, ‘여성 소비자를 기만한 것 같다’는 반응이 터져 나온 거죠. 그러니까 이번 불매는 성분·효능 논란이 아니라, 모델 선정이 브랜드 정체성과 고객 신뢰를 훼손했다는 판단에서 나온 소비자 반응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이원화 : 그런데 브랜드가 굉장히 발빠르게 대응했더라고요. 논란이 커지자 바로 세트 구성을 판매 종료하고 삭제 조치했습니다. 사과까지 했던데, 결국 불매 움직임이 실제 기업의 의사결정을 바꾼 셈이잖아요. 소비자 입장에선 우리가 문제를 제기해서 기업을 바꿨다 볼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선 ‘집단 여론에 밀려 영업 판단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느낄 수 있거든요? 법적으로 정당한 소비자 영향력과 문제가 될 수 있는 압박, 어디서 갈린다고 봐야할까요?
◆ 권은택 : 기준은 결국 ‘방법’입니다. 소비자가 사실에 기초해 ‘나는 안 사겠다. 이유는 이거다’라고 말하고 다른 사람에게 동참을 호소하는 건 원칙적으로 헌법상 보호되는 소비자운동입니다. 그런데 허위사실을 퍼뜨리거나, 기업 거래처·광고주·가맹점에 전화를 돌려 계약을 끊으라고 압박하거나, 반복 항의로 업무를 마비시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대법원도 ‘마이클 잭슨 내한공연 사건’에서 제3자인 거래처를 압박해 계약 파기로 이어진 부분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고, ‘조선일보 광고 불매 사건’에서도 광고주 협박은 업무방해나 강요로 봤습니다. 반대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선택을 소비자에게 맡기는 방식은 정당한 불매운동으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이번 논란은 제품의 성분이나 효능 문제가 아니라 모델 이미지, 브랜드 가치에 대한 반감이 핵심이라고 말씀 주셨잖아요? 제품에 하자가 없어도, 가치나 마케팅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단 이유만으로도 불매운동이 정당화될 수 있나요?
◆ 권은택 : 네, 가능합니다. 불매운동은 꼭 제품 하자나 허위광고가 있어야만 정당화되는 건 아닙니다. 요즘 소비는 단순 구매가 아니라 가치 판단과 연결돼 있어서, 소비자가 ‘이 브랜드의 마케팅 방식이나 모델 기용이 내 기준에 맞지 않는다, 그래서 사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 자체는 표현의 자유이자 소비자 선택의 영역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경우에도 법적으로 문제 없으려면 사실관계를 왜곡하지 말아야 하고, 불매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나 거래처를 위협해서도 안 됩니다. 즉 이유는 가치 판단일 수 있지만, ‘수단은 어디까지나 평화롭고 사실에 기초’해야 합니다.
◇ 이원화 : 이 사건에 또 다른 축이 하나 있죠. 바로 ‘광고모델’. 이번 논란은 모델이 광고 이후 새로운 사고를 일으킨 게 아니라 이미 알려져 있던 이미지가 뒤늦게 소비자 반발로 이어진 케이스인데, 모델 입장에서 ‘다 아는 상태에서 계약해놓고 여론이 안 좋으니 이제와 광고를 내리냐’ 이렇게 문제제기할 수도 있습니까? 그리고 재판으로 가게 되면 이런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 어떻게 보세요?
◆ 권은택 : 모델 입장에서는 충분히 문제 제기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번 사안은 모델이 계약 후에 새 사고를 친 게 아니라 논란의 소지가 있던 이미지가 계약 전부터 이미 공개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회사도 사과문에서 사전 확인이 부족했다고 인정했죠. 그래서 계약서에 품위유지 조항, 평판 악화 시 해지 조항, 콘텐츠 중단 권한 같은 내용이 명확히 없었다면 회사가 "여론이 나빠졌으니 내리겠다"고 일방적으로 정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계약 구조에 따라서는 회사가 광고를 먼저 중단한 쪽으로 평가돼 모델에게 위약금이나 잔여 모델료를 지급해야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 이원화 :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번엔 모델의 기존 이미지가 아니라 광고 콘텐츠 자체가 논란이 된 경운데. 일단 어떤 논란이었는지, 왜 불매운동까지 이어졌던 건지 정리를 해주시죠.
◆ 권은택 : 네. 광고 콘텐츠 자체가 군인을 조롱했다는 비판을 받은 사례입니다. 유튜브채널에 올라온 마사지기기 PPL 영상에서 "군대 가면 이거 못 쓰잖아" 같은 대사가 웃음 코드로 소비됐는데, 당시 군 관련 안타까운 사건들이 이어지던 시점이어서 대중이 훨씬 민감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결국 광고주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번졌습니다.
◇ 이원화 : 논란이 일고 영상은 비공개 처리됐고, 사과문도 올라왔습니다만 실제 광고주였던 마사지기계 브랜드 입장에서 금전적 타격, 이미지에도 손상이 있었다. 그래서 소송까지 갔던 걸로 알고 있거든요? 결과가 어땠죠?
◆ 권은택 : 결과적으로 광고주 측이 졌습니다. 광고주 측은 대규모 불매운동과 이미지 훼손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유튜브채널을 상대로 약 3억 6천만 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1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 이원화 : 유튜버 쪽이 제작한 광고 콘텐츠 때문에 불매 운동이 벌어졌는데도 왜 유튜버 측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거죠?
◆ 권은택 : 법원은 계약서상 권리·의무가 광고주와 광고대행사 사이에 정해져 있을 뿐, 실제 콘텐츠를 올린 유튜버 측이 광고주에게 직접 계약상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유튜버가 광고주와 직접 계약한 게 아니라 광고대행사를 통해 콘텐츠를 올린 구조로 봤고, 계약서에도 유튜버가 광고주의 브랜드 이미지를 보호해야 한다거나 특정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는 직접 의무가 명시돼 있지 않다고 본 겁니다. 쉽게 말해 "논란이 생겼으니 당연히 책임져라"는 상식적 기대만으로는 법적 책임이 바로 생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분쟁은 결국 계약서에 사전심의, 수정·삭제 권한, 평판 리스크 발생 시 조치 의무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써뒀는지가 승부를 가르게 됩니다.
◇ 이원화 : 결국 모델 이미지든, 광고 콘텐츠든 논란이 생기면 타격은 브랜드가 먼저 맞는 구조인 것 같은데. 이런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려면 광고 계약서에 논란이 생기면 콘텐츠를 내릴 수도 있다, 이런 걸 적어야할까요? 꼭 챙겨둬야 할 조항들 뭐가 있을까요?
◆ 권은택 : 맞습니다. 반드시 적어두셔야 합니다. 첫째, 모델이나 인플루언서의 기존 논란과 향후 물의 발생에 대비한 ‘품위유지·평판 조항’이 있어야 하고요. 둘째, 공개 전 브랜드가 내용을 확인하고 수정 요구할 수 있는 ‘사전검수 조항’, 셋째, 논란 발생 시 브랜드가 콘텐츠를 즉시 중단·삭제·비공개 처리할 수 있는 ‘긴급중단 조항’이 필요합니다. 넷째, 불매운동이나 여론 악화로 손해가 발생했을 때 누가 어떤 범위까지 부담할지에 관한 ‘손해배상·면책 조항’, 다섯째, 사과문 게시나 대응 창구 같은 ‘위기대응 절차’도 넣어야 합니다. 한마디로 잘될 때만 아니라 사고 났을 때 누가 무엇을 할지까지 계약서에 써놔야 브랜드가 덜 다칩니다.
◇ 이원화 : 앞서 광고모델, 인플루언서, 브랜드 사이의 불매운동이 어떤 법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지 살펴봤는데, 불매운동이 벌어질 때마다 피해를 가장 먼저 체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가맹점주, 소상공인분들. 갑질, 오너리스크, 산업재해 터질 때마다 실제 매출 타격은 이분들이 받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 금전적 손해, 보상이 가능한가요?
◆ 권은택 : 경우에 따라 가능합니다. 대표적으로 ‘SPC 사례’처럼 본사의 위법행위나 사회상규에 반하는 행위 때문에 브랜드 명성이 훼손되고, 그 결과 가맹점주에게 매출 손해가 발생했다면 가맹사업법을 근거로 본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특히 2019년 이후 체결·갱신된 가맹계약이라면 관련 손해배상 조항이 계약서에 반영돼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계약서 조항이 없더라도 본사의 잘못과 불매운동, 그리고 매출 하락 사이 인과관계가 분명하면 일반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을 주장해볼 수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본사 책임이 뚜렷한지, 그리고 점주 손해를 숫자로 입증할 수 있는지 여기게 달려있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실제 소송을 통해 보상을 받았다는 이야긴 별로 보지 못한 것 같은데... 이건 왜 그런 걸까요? 실질적 방법은 없겠습니까?
◆ 권은택 : 맞습니다. 이론상 가능해도 실제 승소가 쉽지 않은 이유는 결국 ‘입증’ 때문입니다. 불매운동 때문에 매출이 얼마나 줄었는지, 그 감소가 경기 침체나 상권 변화가 아니라 바로 본사 논란 때문인지, 그 손해액이 얼마인지를 점주가 자료로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서 실무적으로는 매출자료, 전년 동기 비교표, 고객 민원, 본사 이슈 발생 시점 자료를 미리 모아두는 게 중요합니다. 가능하면 개별 점주가 흩어져 다투기보다 공동 대응이나 분쟁조정, 집단 소송 형태로 가는 게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 이원화 : 기업이나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금지해달라 법원에 요청할 수도 있나요? 그리고 법원이 그 요청을 받아줄 만한 기준, 어디서 갈린다고 봐야할까요?
◆ 권은택 : 기업이 법원에 요청은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코오롱 사례처럼 불매운동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제기된 적도 있습니다. 다만 법원이 쉽게 받아주진 않습니다. 그냥 “사지 말자”고 말하거나 집회·의견표명을 하는 정도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 소비자운동으로 볼 여지가 크기 때문입니다. 반면 허위사실 유포, 거래처 압박, 반복 항의전화로 업무 마비, 영업장 출입 저지처럼 구체적인 위력이나 위법행위가 동반되면 그때는 금지 명령이나 손해배상, 형사책임까지도 문제될 수 있습니다. 결국 법원이 보는 기준도 동일합니다. 불매의 취지 자체보다, 선을 넘는 방법을 썼느냐가 핵심입니다.
◇ 이원화 :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