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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부정당한 6·25 소년병...첫 국가 배상 소송

2026.06.25 오전 03:20
17살 나이에 6·25 참전…아침마다 전우들에 기도
낙동강 전선 전황 위급하자 '소년병'도 징집
학교 다닐 나이에 죽을 고비…"3만 명 징집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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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은 6·25 전쟁이 일어난 지 76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당시 전황이 위급해지자 병역 의무도 없는 10대 소년들까지 전선에 강제로 동원됐는데요.

수십 년 동안 국가로부터 존재조차 인정받지 못했던 소년병들이 정부를 상대로 첫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김근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아흔셋 박태승 할아버지는 아침마다 어린 나이에 전장에서 산화한 전우들의 넋을 위로하는 기도를 올립니다.

1933년생인 박 할아버지는 지난 1950년, 17살 나이로 군번을 받고 6·25 전쟁에 참전했습니다.

미성년자였지만, 낙동강 전선의 전황이 급박해지자 국가가 이른바 '소년병'으로 입대시킨 겁니다.

[박태승 / 소년병 생존자 : 뭐 약한 사람은 거의 다 붙잡혀 갔거든. 그래서 나도 내 형님이 입대하고 일주일 만에 나한테도 통지가 왔어.]

펜 대신 총을 쥐고, 제대로 된 훈련도 없이 전장에서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당시 이렇게 징집된 17세 이하 소년병은 약 3만 명, 이 중 3천 명 넘게 전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정부는 국제법 위반인 소년병이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를 수십 년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박태승 / 소년병 생존자 : 그 어린아이들을 잡아다가 전쟁터에 내보내 가지고 죽게 만들고, 그러고서 국가에서는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 없고, 이래서는 안 되잖아요.]

지난 2024년, 진실화해위원회가 명예회복을 권고하기도 했지만, 관련 특별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결국, 박 할아버지를 비롯한 생존 소년병 2명과 숨진 이들의 유가족은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청구액 1억 원은 상징적인 금액일 뿐, 이들이 원하는 건 이제라도 정부가 희생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겁니다.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소송 비용은 뜻 있는 시민들이 십시일반 모아 마련했습니다.

[하경환 / 변호사 : 다투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잘못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응소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어르신들의 응어리진 마음이 조금은 풀리지 않을까 생각되고요.]

현재 생존해 있는 소년병들은 대부분 90세를 넘겼습니다.

국가의 무책임 속에서 평생 응어리를 안고 살아온 영웅들이 책임 있는 응답을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YTN 김근우입니다.


영상기자 : 전대웅
VJ : 윤예온


YTN 김근우 (gnukim0526@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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