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늦게 시작한 올여름 장마가 이번에는 전국으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오늘 제주에 다시 비가 시작됐고, 내일은 충청 이남, 다음 주 초에는 전국에 많은 비가 예보됐는데요.
김민경 기상·재난 전문기자와 함께 올여름 장마의 특징과 전망,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올해 장마를 두고 "예전 장마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우선 왜 이렇게 늦게 시작했는지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한마디로 말하면 북쪽의 찬 공기가 너무 오래 버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6월 말 날씨 기억하시나요?
보통 같으면 덥고 습한 꿉꿉해야 하는데, 올해는 밤에는 선선했고, 낮에도 그늘에 들어가면 견딜 만한 날이 많았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상공에 북쪽에서 내려온 차고 건조한 공기가 오래 머물러 있었다는 뜻입니다.
공기는 원래 파도처럼 굽이치면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러가는데요.
올해는 우랄산맥 부근에 거대한 공기 장벽, 이른바 '블로킹'이 생기면서 이 흐름이 막혔습니다.
화면 보실까요?
지난주 일기도인데요.
북쪽의 찬 공기가 톱니바퀴 돌 듯이 우리나라 부근으로 계속 밀려오면서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쪽으로 세력을 넓힐 공간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가장자리를 따라 북상하는 정체전선도 제주 남쪽 해상 부근을 오르내리면서 우리나라까지 올라오지 못했던 겁니다.
[앵커]
올해 장마가 역대 세 번째로 늦은 거라면서요?
[기자]
네, 우리나라 장마는 보통 제주에서 가장 먼저 시작하는데요.
제주는 올해는 6월 30일에 평년보다 11일 늦게 시작해 역대 세 번째로 늦은 장마로 기록됐습니다.
다만, 남부와 중부에서는 7월에 장마가 시작한 해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요.
중부지방만 놓고 보면 올해는 역대 일곱 번째로 늦은 장마 시작입니다.
[앵커]
그런데 많은 분들이 헷갈리는 게, 서울은 비도 안 왔잖아요.
충청에도 비가 많지 않았는데, 이걸 장마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겁니까?
[기자]
네, 장마의 시작은 비의 양이 아니라 정체전선의 영향을 받았느냐로 판단합니다.
화면 보실까요?
지난 7월 1일 아침 레이더 화면인데요.
정체전선에 의한 비구름이 중부지방인 충청까지 북상했기 때문에 기상청은 중부도 장마가 시작된 것으로 본 겁니다.
다만, 제주와 남해안에는 붉은색의 강한 비구름이 자리했지만, 충청에는 상대적으로 약한 비구름만 걸쳐 있습니다.
그래서 제주 산간에는 200mm가 넘는 많은 비가 쏟아졌지만, 대전은 10mm 안팎, 세종은 2mm 정도에 그쳤고요.
서울은 아직 정체전선의 비구름이 닿지 않아 이번에는 장맛비의 영향에서도 벗어나 있었던 겁니다.
[앵커]
장마가 시작됐다고 해서 며칠씩 비가 이어질 줄 알았는데, 하루 만에 그쳤습니다. 왜 그런 건가요?
[기자]
네, 이번에는 정체전선 상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정체전선을 일시적으로 북쪽으로 끌어올리면서 충청까지 비를 뿌렸는데요.
이후 저기압이 동쪽으로 빠져나가고, 다시 북쪽의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정체전선도 남쪽으로 밀려 내려간 겁니다.
많은 분들이 장마가 시작되면 매일 비가 내린다고 생각하시는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정체전선은 막대기처럼 하나로 길게 이어져 있는 게 아니라, 강해졌다 약해지기를 반복하고, 중간중간 끊어졌다가 다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비가 며칠 쉬었다가 다시 강하게 내리는 일이 흔합니다.
[앵커]
비는 언제 다시 오는 건가요? 일요일에는 서울에도 많은 비가 내린다는 전망이 있던데요.
[기자]
네, 정체전선이 다시 북상하면서 오늘 오후에는 제주부터 비가 시작되겠고요.
내일은 충청 이남으로 장맛비가 확대되겠습니다.
특히 다음 주 초에는 정체전선이 전국에 걸칠 것으로 보여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에 호우특보 수준의 강한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정체전선의 위치에 따라 강수 구역과 강도는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최신 예보를 계속 확인하셔야 합니다.
[앵커]
장마가 늦게 시작했으니까 끝나는 것도 늦어지는 건가요?
[기자]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보통 장마는 7월 말쯤 끝나지만, 최근에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장마의 시작과 끝이 과거처럼 일정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지난해는 장마가 비교적 짧았지만, 2020년에는 54일이나 이어진 적도 있습니다.
늦게 시작했다고 늦게 끝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앞으로 대기 흐름이 어떻게 바뀌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앵커]
요즘 비를 보면 정말 무섭게 쏟아지는데요.
이것도 기후변화의 영향이라고 봐야 하나요?
[기자]
네, 제가 제보받은 영상이 있는데 보실까요?
소나기 구름인데, 불과 10분 만에 몸집을 몇 배나 키웁니다.
기온이 오르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진 데다, 장마철에 접어들면서 남쪽의 덥고 습한 공기까지 유입되면서 구름이 순식간에 크게 발달하는 건데요.
그제 퇴근길 기억하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서울 양천구와 동작구에는 15분 정도 만에 30mm 안팎의 소나기가 쏟아졌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시간당 강수량으로 계산하면 120mm에 달하는 '극한 호우' 수준의 강도입니다.
요즘 기온도, 해수 온도도 해마다 최고 수준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데요.
올해 역시 해수 온도가 역대급으로 높은 상태입니다.
바다는 비구름의 연료통이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바닷물이 따뜻할수록 더 많은 수증기가 대기 중으로 공급되고, 강한 비구름도 그만큼 쉽게 만들어집니다.
기후변화로 대기가 품을 수 있는 수증기 자체가 늘어나면서 앞으로도 이런 극한 호우는 언제, 어느 지역에서든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된 만큼, 비 예보가 있다면 평소보다 더 철저히 대비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YTN 김민경 (kimmink@ytn.co.kr)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