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과격한 무력 충돌에서 물러나 서로 경제를 압박하는 치킨게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경제를 옥죄어 정권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는 협상에 나서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 제재와 해상 봉쇄로 이란 경제의 붕괴를 위협하고 이란은 중간 선거에서 미국 집권당인 공화당을 정치적 참패를 이끌 수 있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로 맞서고 있습니다.
JD 밴스 부통령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며 제재 강화의 목적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해 유가를 끌어내리는 데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도 미국 방송인 뉴스 맥스에 출연해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추가 조치로 이란의 경제적 고립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새로운 제재가 미국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펼치는 이란 항구 봉쇄와 함께 '원투 펀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행보는 이란과의 전쟁 목표가 다시 한번 바뀌었다는 점 때문에 주목받고 있습니다.
원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 보유를 영구히 막는 협정에 서명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전쟁의 목표라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무력 충돌이 장기화하고 이란이 주요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례없는 통제력을 행사하자 우선순위가 바뀌었습니다.
이는 이란과의 협상 재개가 점점 어려워지는 데다 미국의 대형 정치 이벤트인 오는 11월 중간 선거가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됩니다.
중간 선거는 연방 상·하원 다수당과 주요 경합 주의 주지사들이 바뀔 수 있는데 휘발윳값을 비롯한 물가 상승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표심의 동향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전쟁이 미국에 미칠 여파를 제한하고 전면전 복귀를 피하는 방안을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잘 아는 이란은 미국을 더 궁지로 몰아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약속받겠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통해 미국과의 전면전을 버텨낸 뒤 해협 통제권을 미국을 움직일 유일한 지렛대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이란은 트럼프 행정부가 휘발윳값 등 물가 때문에 물러설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최근 이란은 협상을 서두를 의지가 없다는 듯 전쟁 배상금, 역내 미군 철수, 대리 세력 공격 금지 등 수용 가능성이 희박한 요구안을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할 조건으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란의 이 같은 고자세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뿐만 아니라 휴전 기간을 통해 복원하기 시작한 미사일 등 군사 역량도 있습니다.
현재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의 충격파를 체감하라는 듯 미국의 우방국 상선에 대한 공격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이란은 전날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석유사인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ADNOC) 선박 2척을 공격하는 등 호르무즈 해협에서 무력행사를 이어갔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행태는 미국의 추가 제재에 굴하지 않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전 복귀에 주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 때 군사적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시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싱크탱크인 국제 위기 그룹(ICG)은 "이란은 미국과의 치킨게임에서 단순한 교훈을 얻었다"며 "충분히 오래 배짱을 부리면 미국이 먼저 물러선다는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또 "생존을 위해 싸운다고 믿는 정권은 존망의 위협 때문에 저항의 한계선이 설정되기보다 결의만 더욱 강해질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YTN 이승윤 (risungyoon@ytn.co.kr)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