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대학생들의 과제와 에세이를 대신 써주며 높은 수입을 올리던 케냐의 고학력 청년들이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벼랑 끝에 몰렸습니다.
영어가 공용어인 수도 나이로비에서는 한때 최대 4만 명이 에세이 대필업에 종사하며 정규직 전공자보다 몇 배나 많은 고소득을 누려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챗GPT 출시 이후 주문이 급감하고 단가가 곤두박질치면서 호황을 누리던 대필 업계는 순식간에 사실상 궤멸했습니다.
청년 실업률이 25%를 웃돌아 그동안 정부마저 대필 노동을 묵인해 왔던 만큼, 일자리를 잃은 이들의 노동시장 재진입은 막막한 처지입니다.
일부는 데이터 라벨링이나 사진 편집 등 다른 온라인 업무로 전업했지만, 해당 분야의 일감마저 AI가 빠르게 잠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조사 결과 AI 모델의 온라인 프리랜서 업무 수행률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2.5%에서 16%로 가파르게 치솟았습니다.
12년간 대필업을 했던 한 종사자는 AI가 이제 은행가와 회계사, 엔지니어와 건축가 같은 전문직 영역까지 거침없이 파고들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한때 틈새시장으로 각광받았던 제3세계 고학력자들의 대필 산업 붕괴는 결국 전 세계 모든 지식 노동자에게 닥쳐올 미래라는 뼈아픈 시사점을 남기고 있습니다.
YTN 권영희 (kwony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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