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휘 아나운서 (이하 최휘) : 한 주간의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 연결합니다. 소장님, 안녕하세요
◇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 (이하 김언경) : 네. 안녕하세요.
◆ 최휘 : 네. 최근 배우 하영 씨의 증조부 친일 논란이 미디어에서 상당히 크게 언급이 됐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친일 청산에 대한 요구가 컸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마침 논란이 시작된 시기가 81주년 광복절과 맞물려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광복 관련 보도를 분석해 보셨다고요?
◇ 김언경 : 예. 일단 제가 체감하기에는 배우 하영 관련 보도가 굉장히 많았다라고 생각되는데요. 그것이 그냥 개인에 대한 비판이나 감정적 소비에 그치지 않으려면 친일 청산 과제와 독립운동가 발굴이나 서훈 제도의 문제 등을 구조적으로 짚어주는 그런 언론 보도들이 많이 나왔어야 한다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예인의 증조부가 친일파였느냐는 사회적 관심이 폭발하는데, 정작 국가가 독립유공자로 인정해 훈장까지 준 사람 가운데 친일 의혹이 있는 사람들을 제대로 검증했는가와 같이 사회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본질적 문제까지 문제가 나아가지 않으면 그거는 언론이 그저 연예인 1명을 마녀 사냥한 것에 그치게 된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빅카인즈에서 광복 관련 종합 일간지 12종의 보도를 수집을 했는데요. 기간은 8월 10일부터 19일까지 보도를 수집해 봤습니다. 중복 기사를 제외하고 1379건의 보도가 있었는데요. 이 보도들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분석에 용이하게 하려고 분석하는 언론을 종합일간지로만 한정을 했잖아요. 그런데 정작 좋은 보도들도 많이 있거든요. 방송사와 통신사, 인터넷 언론, 지역 언론 등에서 좋은 보도들이 많이 나와 왔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기사들을 먼저 소개해 드리고 나서 종합일간지의 광복 관련 보도를 한 번 분석해 보는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 최휘 : 네. 그럼 좋은 보도들을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YTN 관련 보도는 어땠는지 저는 궁금합니다.
◇ 김언경 : YTN 보도는 사실은 그 하영 관련 보도가 제법 많았어요. 그래서 좀 아쉬운 점이 있기는 합니다. 재미 독립 운동가 호시한 지사의 미공개 사료를 소개하고 온라인상에 독립 운동가 폄훼 문제를 짚는 이런 보도들은 굉장히 좋은 보도로 눈에 띄었습니다. YTN은 8월 13일 미국에서 전해진 독립자금 호시한 지사 사료 공개라는 보도에서 광복절을 앞두고 독립기념관이 처음 공개한 재미 독립운동가 호시한 지사의 기증 자료 68점 중 17점을 취재했습니다. 일제 감시를 피해서 중국 이름 장혜림을 사용했던 기록, 한인 소년병 학교 시절의 사진, 중국 정부의 여권이라고 하죠. 호조(护照/護照/hùzhào/후짜오). 그리고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발급한 여권 실물 등이 소개되었는데요. 특히 이 여권은 임시 정부가 광복 이후에도 여권을 발급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유일한 실물 자료라는 설명도 담겨 있었습니다.
◆ 최휘 : 호시한 지사는 미국에서 금전적으로 독립운동을 지원하신 분이라고 합니다. 사실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 분들이 훨씬 더 많잖아요? 이렇게 몰랐던 분을 방송을 통해서 한 번 또 알아갑니다. 또 가장 인상 깊었던 보도는 어떤 거였나요?
◇ 김언경 : 이번에 가장 주목할 만한 광복절 보도는요. 아무래도 MBC가 했다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MBC는 8월 15일 친일 논란 독립 유공자 최소 31명 보도에서 독립유공자 가운데 친일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이 최소 31명인데 8년 동안 서훈이 취소된 사람은 1명뿐이다라는 문제를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이 보도 다음 날 국가보훈부가 공개적으로 31명에 대해 조사 심사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어요. 언론 보도가 실제 정부 조치로 이어진 그런 영향력 있는 보도가 되었습니다. 또한 같은 날에 <[단독] 대한독립 헌신 외국인 390명, 공적 인정은 4명뿐>이라는 보도에서는요. 독립기념관 TF가 최근에 5년간 찾아낸 외국인 독립운동가가 390명이나 되는데. 서원자는 단 4명, 약 1%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 보도했습니다. 더구나 이들을 발굴하는 TF조차 한시 조직이고 예산도 줄고 있다라고 지적을 했어요.
이 보도에서 김지섭 의사의 일본 밀항을 도와 감옥까지 간 일본인 고바야시 형제, 그리고 독립운동가 이재유를 자기 관사 마룻바닥 밑에 한 달 넘게 숨겨두다가 교수직을 잃고 서대문 형무소에 투옥되기까지 한 일본인 교수 미야케 시카노스케(三宅鹿之助). 그리고 3.1 독립선언서를 AP 통신에 전달한 미국인 앨버트 테일러(Albert Taylor) 등의 사례를 들려주었습니다. 이거는 방송에서 독립운동 연구가 아직도 얼마나 미완성인가를 보여주는 아주 좋은 사례였다라고 생각이 됐습니다.
◆ 최휘 : 그렇군요. 또 어떤 좋은 보도가 있었을까요?
◇ 김언경 : 뉴스핌에서 8월 14일 여성 독립유공자 비율 3.6% 제자리라는 보도를 했는데요.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유명한 독립운동가 하면 대부분 남성이 떠오르잖아요? 생각해 보면 그게 정말 이상한 것인데. 영화를 봐도 그렇고 독립운동을 할 때에는 남성만 모여서 한 것이 아닌데 왜 우리는 이상하게 여성 독립운동가 하면 유관순 열사 등 몇 분밖에 기억을 하지 못할까요? 저는 그런 점에서 이 보도가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이 보도에서는 현재 서흔이 된 독립유공자 1만 8776명 가운데 여성은 676명. 즉, 3.6%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올해 광복절 포상자 283명 중에서 여성도 11명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단순히 숫자만 비교하지 않고 이 보도에서는 왜 여성 독립운동가가 발굴되지 않는가를 짚어보았습니다. 당시 여성들은 독립운동가의 의식주 지원, 연락, 자금 조달 등 기록으로 남기 어려운 일을 많이 했고 여성의 공식 기록 자체도 적었다는 것이죠.
따라서 현재처럼 판결문이나 공식 문서 중심으로 공적을 입증하도록 하면, 여성 독립운동은 구조적으로 누락되기 쉽다는 것입니다. 안중근 의사의 여동생인 안성연 님, 그리고 최재영 부인 최재영의 부인 최 엘레나 페트로브나 등 아직 서훈을 받지 못한 그런 독립 운동가가 많다라는 내용을 사례로도 소개를 했습니다. 이 보도에서 주는 교훈은요. 우리는 누구의 독립 운동만 역사로 기록해 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그런 기사였다라는 것입니다.
◆ 최휘 : 정말 공감되는 지적을 한 기사입니다. 지역 언론에서는 좋은 보도가 어떤 게 있었을까요?
◇ 김언경 : 독립운동가 발굴은 지방 정부 하기 나름이다 이런 메시지를 주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인천일보의 8월 14일 <'관심 저조' 그늘 속 잠든 인천 독립 영웅들>이라는 보도였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의 출발점은 서울과 인천의 대비입니다. 이 보도에서 서울시는 광복 81주년을 맞아서 새롭게 발굴한 서울 출신의 독립 유공자 810명에 대해서 포상 신청 설명회를 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서울시가 국립 인천대학교 인천학연구소 독립운동사 연구소에 약 2억 원의 연구 예산을 투입해서 그 연구소가 지난 2년 동안 자료를 추적해서 앞서 말씀드린 310명을 찾아낸 것이라고 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연구소의 전체 실적인데요. 이 인천대 독립운동사 연구소는 2020년 3월에 성립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 지금까지 16차례에 걸쳐 발굴한 숨은 독립 유공자가 무려 6,501명이라고 합니다. 광복이 된 지 81년이 됐는데도 한 대학 연구소가 불과 6년 동안 이렇게 많은 수의 미발굴 독립 유공자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요. 게다가 이 사람도 독립 운동가인 것 같다라고 주장하는 수준이 아니고요. 이들 중에서 국가 심사를 거쳐서 586명이 실제로 독립 유공자로 인정까지 되었다라고 합니다.
◆ 최휘 : 그렇군요. 예산이 아깝지 않은 연구 결과네요. 이런 곳은 더 지원을 해줘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김언경 : 맞습니다. 울컥한 것은요. 이 연구소 측은 독립운동 과정에서 희생된 10만 사람이 약 1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독립운동가는 우리가 이미 다 찾아서 교과서에 기록해 놓은 사람들이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는 광복절마다 독립운동가를 기억하자고 말하는데요. 그런데 기억하려면 먼저 찾아야 합니다. 누가 독립운동을 했는지조차 아직 국가가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면 광복 81년을 맞은 언론이 물어야 할 질문은 이런 것 아닐까라는 점에서 이 보도는 정말 돋보였습니다. 하나 더 추가해서 말씀드리자면 이 인천일보의 보도가 또 돋보인 것은요. 지역성을 강조했다는 건데요. 이 연구소가 인천에 있는 국립대학교 연구소잖아요? 그런데 서울시는 이 인천에 있는 연구소에 2억 원을 주고 서울의 독립운동가를 찾아달라고 해서 310명을 찾아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인천시에서는 인천 중구와 강화군을 제외하면 인천 지역, 자기 지역의 독립운동가를 찾아달라는 의뢰조차 하지 않았다라고 합니다. 이런 점을 지적을 하면서 아까 제가 말씀드린 독립운동가 발굴은 지방 정부가 하기 나름이라는 메시지를 준 것입니다. 정말 고마운 보도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 최휘 : 네. 자, 그럼 종합일간지 광복절 보도 내용 분석 부탁드립니다.
◇ 김언경 : 8월 10일부터 19일까지 종합 일간지의 광복절 관련 보도 1,379건을 이번에는 제목만 보지 않고요. 기사에 등장한 인물, 기관, 장소 등까지 종합해서 8개 주제로 나눠 봤습니다. 어떻게 나눌까 고민을 했는데 보도를 전체를 다 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배우 하영 씨 증조부 논란 이 항목을 별도로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관련 보도가 너무 많았거든요. 이 보도가 무려 140건, 전체 보도의 10.2%로 가장 많은 양의 보도였습니다. 반면에 하영 씨 논란만큼 친일의 역사를 제대로 짚은 보도, 다시 말해서 독립운동가 인물이나 유물 사료를 심층적으로 재조명한 보도는 몇 건이나 되는지 따로 분류해 봤는데요. 134건, 9.7%로 하영 이슈에 비해서 살짝 못 미치는 수준이었습니다.
◆ 최휘 : 네. 배우 하영 씨 개인의 가족사를 둘러싼 논란이 이번 광복절 시즌 친일과 관련한 보도 중 가장 큰 덩어리를 차지했다라는 점을 좀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언경 : 감사합니다.
◆ 최휘 : 네. 지금까지 김언경 소장과 함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