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을 앞두고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어처구니없는 변수를 맞닥뜨렸습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결승전이 열리는 당일, 오전 훈련장으로 향할 버스가 아무런 설명 없이 나타나지 않은 것입니다.
결국 발이 묶인 대표팀은 예정된 훈련을 취소해야 했고, 하필 홈팀 일본과의 결승전을 앞두고 벌어진 공교로운 상황에 불쾌감을 삼켜야 했습니다.
그러나 `주장` 이승현은 이 황당한 악재가 오히려 선수단을 더 단단하게 뭉치게 하는 기폭제가 됐다고 돌아봤습니다.
일본을 67-57로 꺾고 우승을 확정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이승현은 "오전 훈련이 무산되면서 다들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지면 죽자`는 독기를 품고 경기에 임했다"며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코트에서 슛을 쏘며 몸을 푸는 대신, 대표팀은 다 함께 산책하고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찾았습니다.
이승현은 "굳이 힘을 빼지 않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낸 것이 결과적으로는 잘 풀렸다"면서도 대회 조직위원회를 향한 따끔한 일침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는 "결승전을 앞두고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있을 수 없는 실수였다"며 "많은 분이 지켜보는 국제대회인 만큼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 다른 종목 선수들에게도 이런 황당한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힘줘 말했습니다.
`에이스` 이현중 역시 겉으로는 침착함을 유지하면서도 속으로는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습니다.
이현중은 "버스가 안 온 것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다. 오전 훈련이 취소됐다고 해서 경기력이 떨어지면 그건 선수가 아니다"라며 "감독님께서도 `냉철함을 유지하되 마음속 투지의 불씨만 살려두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자`고 당부하셨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감정적으로 흔들리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면 `코트 위에서 다 죽어버리고 싶다`는 독기가 솟아오른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습니다.
팀을 이끈 니콜라이스 마줄스 감독 역시 당시 선수들에게 평정심을 잃지 말자고 당부했다고 돌아봤습니다.
마줄스 감독은 "농구에서 늘 `다음 플레이`를 강조하듯, 오늘 상황은 잊고 다음을 생각하자고 선수들에게 말했다"면서 "우리는 결승전이 오후가 아닌 오전 7시 40분에 열렸어도 철저히 준비했을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흔들림 없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신력으로 임했다"고 우승의 원동력을 밝혔습니다.
한편 한국은 이날 오전의 황당한 해프닝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일본을 제압하며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습니다.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와 역대 최하위인 7위의 수모를 겪은 2022년 항저우 대회에 모두 출전했던 베테랑 이승현에게 이번 우승의 의미는 남다릅니다.
이승현은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겪으며 `우리에게도 다시 그런 영광이 올까` 고대했는데, 그 일이 오늘 마침내 현실이 됐다"며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이어 "오늘의 금메달이 한국 농구 발전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우승한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며 "나는 많은 것을 누리지 못하더라도, 앞으로 우리 어린 선수들은 좋은 환경에서 더 많은 것을 누리며 농구했으면 좋겠다"는 묵직한 진심을 전했습니다.
오디오ㅣAI앵커
제작ㅣ이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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