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사건 현장에서 약 200미터 떨어진 하천. 사건의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될 수도 있었던 ‘그것’이 발견된 곳이죠.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그것’이란, 바로 숨진 여고생의 절단된 두 손목이었습니다. 손목이 발견되기 하루 전, 고등학교 2학년이던 A양은 인근 신축 공사장 지하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리고 발견된 시신에는 양 손목이 없었죠.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왜 하필 손목이었을까. 경찰은 수사를 이어갔고, 몇몇 인물이 용의선상에 올랐습니다. 성과는 있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사건, 아직 현재진행형입니다. 범인은 여전히 잡히지 않았죠. 끝나지 않은 미제사건,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다시 한 번 샅샅이 따져보겠습니다.
◆ 이원화 :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안광휘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안광휘 변호사 (이하 안광휘) : 안녕하세요. 안광휘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먼저 사건부터 정확히 짚어보죠.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 벌써 25년 전 일입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피해자가 실종된 시점부터 정리를 해볼까요.
◇ 안광휘 : 네, 보도된 내용을 기준으로 짚어보겠습니다. 2001년 3월 7일 저녁, 충청북도 영동군 영동읍입니다. 피해자는 당시 만 열여섯 살, 고등학교 2학년이던 A양이고요. 그날 동네 액세서리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웃 식당 하시는 분이 저녁 여덟 시 이십 분쯤 가게 안에 있는 걸 봤는데, 십오 분 뒤 주인이 전화를 걸었을 땐 받지 않았다고 해요. 그 짧은 사이에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A양은 다음 날 오전, 바로 옆 신축 공사장 지하에서 발견됩니다. 시멘트 자루에 덮인 채였고, 양 손목이 없었습니다.
◆ 이원화 : 피해자가 공사장 지하에서 발견됐다고 해주셨는데 당시 현장은 좀 어땠습니까.
◇ 안광휘 : 네, 현장이 이 사건 수사의 출발점이자 가장 큰 벽이었습니다. 공사장 지하 창고인데요. 보도에 따르면 당시 부검을 맡았던 분이, 그곳을 전혀 모르는 외부 사람이 들어가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합니다. 그 공간을 알던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고요. 여기에 심하게 저항하거나 끌려간 흔적도 없어서, 아는 사람의 소행이 아니겠느냐는 추정도 나왔습니다. 동기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현금과 소지품이 그대로라 강도로 보기 어려웠고, 성범죄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사인은 목이 졸린 데 따른 질식이었고요.
◆ 이원화 : 그러니까요. 그 부분이 이 사건이 정말 보통 사건이 아니구나, 깊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한데. 범인이 도대체 왜 그랬을까, 이게 가장 궁금하거든요. 그런데 그 전에, 손목은 피해자가 살아 있을 때가 아니라, 사망한 뒤 절단된 것으로 추정됐다면서요? 그렇게 판단한 근거가 있었나요?
◇ 안광휘 : 네, 현장에 남은 흔적으로 판단한 부분입니다. 주변에서 피가 묻은 곡괭이가 발견됐고, 이걸로 절단한 것으로 추정됐고요. 살아 있는 사람의 손목을 자르면 다량의 출혈이 예상되는데, 시신이 누워 있던 자리는 그렇지가 않았거든요. 그래서 사망하고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 잘랐거나, 다른 곳에서 자른 뒤 시신만 옮겨왔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처음엔 절단면이 깨끗해 보여 곡괭이를 잘 다루는 인부 쪽을 봤는데, 나중에 여러 번 끊어낸 흔적이 나와 숙련자의 솜씨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 이원화 : 그쵸. 그런데 사라졌던 두 손목이, 다음 날인가 바로 발견됐죠?
◇ 안광휘 : 네, 사건 다음 날 현장에서 200미터쯤 떨어진 하천에서 발견됐습니다. 그런데 양 손목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고 해요. 물이 졸졸 흐르는 개천이라 떠내려 온 것으로 보기 어려웠고, 다리 위에서 던졌다면 그런 모양이 될 수 없다는 분석이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단서가 나옵니다. 손이 물에 오래 담기면 쭈글쭈글해지잖아요. 그 상태로 보면 물속에 있었던 시간이 길어야 세 시간 정도로 추정됐다고 보도됐습니다. 범인이 하루가 넘도록 손목을 가지고 있다가, 시신이 발견되고 나서야 갖다 놓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 이원화 : 이게 일반적인 시신훼손 사건들과는 좀 다른 지점인 것 같습니다. 없애려고 했다면 완전히 없애면 될 텐데 다시 가져다 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 그리고 대체 왜 하필 손목이었을까... 당시 어떤 가능성들이 제기됐었나요?
◇ 안광휘 : 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 건 증거를 없애려 했다는 쪽입니다. 그걸 알고 손목만 가져갔다는 거죠. 뒷받침할 만한 정황도 있습니다. A양은 손톱을 길게 기르고 다녔는데, 발견된 손목의 손톱이 과하다 싶을 만큼 짧게 잘려 있었다고 합니다. 반면 신원을 감추려 했다는 설명은 개연성을 낮게 봤습니다. 그러려면 얼굴부터 훼손했어야 하니까요. 다만 확인된 건 하나도 없습니다. 전부 추정의 영역입니다.
◆ 이원화 : 만약 정말 범인이 흔적을 없애기 위해 손목을 절단한 거라면 단순히 시신을 훼손한 것과는 의미가 좀 달라 보이는데요. 법적으로 차이가 있습니까? 그러니까 범행 흔적을 없애려는 목적이 있었다면, 양형에서 더 무겁게 볼 수 있는 건지, 궁금한데요.
◇ 안광휘 : 네, 두 층으로 나눠 봐야 합니다. 먼저 죄목이 하나 더 붙느냐. 우리 법은 타인의 형사사건 증거를 없애면 처벌하지만, 자기 범행의 증거를 스스로 없앤 행위는 원칙적으로 증거인멸죄로 처벌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시신을 훼손한 것 자체는 다릅니다. 사망 후 시신을 훼손하거나 버린 행위는 살인죄와 별도로 사체손괴·사체유기죄가 문제 될 수 있고요. 그리고 형을 정하는 단계에서는 차이가 큽니다. 시신 훼손과 유기는 법원이 형을 무겁게 매기는 대표적인 사정입니다.
◆ 이원화 : 당시 수사로 가보죠. 경찰도 여러 사람을 용의선상에 올렸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어떤 사람들이었고, 어떤 근거가 있었던 거죠?
◇ 안광휘 : 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공사장 인부와 학교 친구 등 57명을 조사했다고 합니다. 그중 가장 강하게 지목된 사람이 시신을 처음 발견한 공사장 작업반장이었습니다. 시신을 덮고 있던 시멘트 포대 위에서 자동차 영업사원이 나눠준 볼펜이 나왔는데, 이 반장도 받은 사람 중 하나였고요. 피해자 목 부근의 신발 자국이 이분 신발 무늬와 비슷했고, 손등의 긁힌 상처와 거짓말탐지기 반응, 시신을 발견하고도 직접 신고하지 않은 점이 의심을 샀고요. 그런데 결론은 혐의없음이었습니다. 볼펜은 받은 사람이 여럿이었고, 신발 자국도 무늬 일부만 남아 특정이 어려웠거든요. 이분은 끝까지 억울함을 호소했고, 이미 몇 해 전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 이원화 :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 당시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던 인물을 주목하기도 했잖아요. 이 인물은 왜 뒤늦게 주목받게 된 겁니까?
◇ 안광휘 : 네, 2019년에 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당시 수사 기록을 입수해 다시 검토했는데요. 현장에서 일하던 인부 가운데 아무 조사도 받지 않고 사라진 사람이 한 명 있었다는 겁니다. 목수 김 모 씨라고만 되어 있었고, 사건이 있던 날 눈을 다쳐 고향에 내려간다며 현장을 떠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18년 만에 나타난 목격자가 기억하는 인상착의가 등산 가방에 계절에 맞지 않는 가벼운 옷차림이었고, 제작진과 만난 이분도 등산 가방을 메고 다녔다고 말했습니다. 본인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고, 이건 방송 취재 내용이지 수사로 확인된 사실이 아닙니다. 이 사람이 범인이라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이 사건이, 앞서도 이야기 드렸지만 25년 전 일입니다. 물론 태완이법으로, 살인죄 공소시효가 폐지되긴 했지만, 공소시효가 살아 있단 것과, 그래서 25년 전 사건을 지금 실제 기소해서.. 유죄판결까지 가능하냐는 또 전혀 다른 문제일 것 같거든요. 어떻게 보세요?
◇ 안광휘 : 네, 정확하게 짚어주셨습니다.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이 사건은 그때 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으니 지금도 기소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25년이라는 시간은 이 증명을 아주 어렵게 만듭니다. 물증은 없어지고 기억은 흐려지니까요. 뒷받침하는 다른 증거가 필요합니다.
◆ 이원화 : 그리고 당시 수사에 대한 논란도 있었죠. 만약, 당시 초동수사가 부실해서 결정적 증거를 놓치거나 진범을 잡을 기회를 잃었다면, 국가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이 사건 같은 경우에도 가능하다고 보세요?
◇ 안광휘 : 국가배상법상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수사가 결과적으로 미흡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책임이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특히 이 사건처럼 진범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에는, 제대로 수사했다면 범인을 특정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인과관계를 증명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소멸시효 문제도 있고요. 충북경찰이 2019년 공식 사과를 했지만, 사과가 곧 배상책임을 확정하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지금 유족분들께 가장 의미가 있는 건 배상보다 재수사라고 생각합니다.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