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선임병들의 은폐공모로 묻힐 뻔 했던 '윤 일병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데는 한 병사의 작은 용기가 있었습니다.
이 병사는 사실을 밝히지 않으면 자신의 아들이 군대 갔을 때 똑같은 일이 벌어질까봐 제보를 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신현준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숨진 윤 모 일병과 같은 포병대대에 근무하는 김 모 상병의 진술서입니다.
김 상병이 사건의 내막을 알게 된 것은 윤 일병이 응급차에 실려나간 뒤 가해자 지 모 상병을 만난 4월 6일 오후 7시쯤.
평소와 달리 불안해 하는 지 상병에게 경위를 물었고 지 상병은 자신이 교도소에 갈 수도 있겠다며 어디까지 알고 있냐고 물었습니다.
냉동식품을 먹다 질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자 지 상병은 놀라운 얘기를 꺼냈습니다.
사실은 의무병들이 수 차례 폭행을 하다 냉동식품이 기도를 막았고 몸을 떨고 오줌을 지리는 윤 일병을 꾀병 부리지 말라며 또 때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3시간 반쯤 뒤 김 상병과 다시 만난 지 상병은 의무병들끼리 입을 맞췄으니 비밀을 지켜달라며 입단속을 시켰습니다.
김 상병은 사실대로 말하라고 권했지만 지 상병은 윤 일병이 안 깨어나고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말로 답할 뿐이었습니다.
사건의 전모를 안 뒤 잠을 이루지 못하던 김 상병은 오후 10시 40분쯤 포대장에게 진실을 알렸고 단순 질식사로 묻힐 뻔 했던 사건이 폭행사망 사건으로 방향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보복이 두렵지 않느냐는 조사관의 질문에 후회 없고 윤 일병과 부모님의 억울함이 없었으면 한다고 답한 김 상병.
사실이 알려지지 않으면 내 자식이 군에서 억울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작은 용기를 내게 됐다고 김상병은 설명했습니다.
YTN 신현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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