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방송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며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졌던 김인혜 전 서울대 성악과 교수입니다.
지난 2011년, 김 전 교수가 그동안 제자들을 상습 폭행하고 촌지를 요구해 왔다는 의혹이 불거져 세간이 떠들썩했죠.
서울대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김 전 교수를 파면했지만, 김 전 교수는 파면이 부당하다며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요.
결국, 학교를 영원히 떠나게 됐습니다.
먼저 이종원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연회장 무대에 드레스를 입은 음대생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방송에도 자주 나오며 명성을 얻었던 당시 서울대 성악과 김인혜 교수가 자신의 시어머니 팔순 잔치에 제자들을 동원한 겁니다.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이 동영상 하나로, 대학 전체가 뒤집힌 것은 물론, 인터넷에도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김 교수는 해명에 나섰지만, 관련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결국,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받고 강단을 내려왔습니다.
학생들을 상습 폭행한 데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금품을 요구하고 공연 티켓을 강매한 의혹까지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김인혜, 전 서울대 교수 (지난 2011년)]
(의혹들에 대해서 부인을 하신 거예요?)
"제가 성실히 답변했으니까요…."
이후, 김 교수는 파면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지만, 1, 2심 법원은 모두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줬고 대법원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징계 사유가 대부분 사실로 인정되는 데다, 징계 절차에도 하자가 없었고, 징계 수위도 사회 통념상 타당성을 잃은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공통된 결론입니다.
김 전 교수 사건은 이른바 '갑의 횡포'에 대한 우리 사회 논의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습니다.
학식뿐 아니라 인격에서도 모범이 되어야 할 교수가 결국 폭행과 촌지라는 불명예를 떠안고 서울대 강단에서 영원히 내려왔습니다.
YTN 이종원[jongwon@ytn.co.kr]입니다.
[앵커]
2011년 당시, 서울대 측이 김 전 교수를 파면한 이유는 크게 3가지입니다.
교습 과정에서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수업일수를 조작하는 등 직무를 태만히 한 의혹이 있다고 봤습니다.
여기에 학생과 학부모에게 금품과 선물을 요구하고 티켓을 강매하는가 하면 여름캠프 참가를 강요했다는 의혹도 있었습니다.
비난이 잇따르자 김 전 교수는 이렇게 해명했었죠.
"나도 그렇게 전수 받았다."
자신도 혹독한 도제식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잘못된 일인지 몰랐다는 건데요.
당시 인터뷰를 들어보시죠.
[김인혜, 전 서울대 성악과 교수]
"오페라를 한 편을 올리면 무대 위에서 거의 서너 시간을 초주검의 상태…온몸을 사용해서 발성을 뽑아내야 하는 그런 교육을 시키는 것에 도제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어요. 저희도 선생님께 그렇게 전수를 받았고…."
김 전 교수가 말하는 '도제식' 교육 방식은 입학과 함께 한 명의 지도교수에게 맡겨져 집중적인 교습을 받는 제도를 말합니다.
재학 중에는 물론, 졸업 후 진로에도 교수가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서 교수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성악 전공자]
"본인들이 오페라에서 공연을 한다고 할 때 오디션을 기본적으로 하고 있지만, (교수의) 추천에 의해서 이뤄지고, 또 학교 강사 같은 경우도 추천에 의해서 되기도 하고…."
이런 관행은 특히 예체능 관련 학과에서 자주 발견됩니다.
개인의 기량보다는 출신 학교와 인맥으로 평가하는 우리 예술계의 '학력 중심적' 구도가 이런 관행을 부추긴다는 지적인데요.
지난 여름 파문을 일으킨 '인분 교수' 사건의 가해자 역시, 디자인 분야의 성공한 사업가이자 수도권 대학 디자인 학부 교수였죠.
[이웅혁, 동국대 경찰학과 교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다 나를 감시하는 사람들이죠. 사실은 침묵하는 다수들도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라고 보이는데요. 여러 가지 교수가 지시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하고 추종하고 심지어 중계방송까지 하고. 심적인, 물리적인 압박이 24시간 내내 존재하다 보니까 이렇게 할 수도 없고 저렇게 할 수도 없고라고 하는 학습된 무기력에 빠진 점. 그리고 본인이 또 생각했을 때는 이것에 대해서 이른바 스톡홀름신드롬처럼 알게 모르게 이렇게 비인간적이고 권위적인 것에 익숙하게 되는 이 세 가지가 계속되다 보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닌가."
김인혜 전 교수 사건 당시 일부 교수들의 비뚤어진 권위의식과 악습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아직 일부 대학가에 남아 있는 어두운 관행을 뿌리 뽑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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