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신시가지의 오르막길을 지나, 산을 둘러싼 도로를 한참 달린다. 그러다가 또 오르막 샛길로 들어선다.
엉또폭포로 가는 길이다. 얼핏 봐도 차는 꽤 높은 곳까지 올라온 것 같다. 불과 5분여 전까지만 해도 신시가지 모습이 펼쳐져 “여기가 제주도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건만, 그 새 차창 밖 풍경은 감귤 밭으로 둘러싸여 있으니, “정말 제주도 맞구나”하는 안도감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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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세우고 엉또폭포로 들어가려니, 안도감은 다시 불안감으로 바뀐다.
“보일 듯 말 듯 숲속에 숨어 지내다 한바탕 비가 쏟아질 때면 위용스러운 자태를 드러낸다.”
바꿔 말하면, 비가 쏟아지지 않으면 자태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얘기다. 맑은 날에 가 봐야 폭포 따위 볼 수 없다는 무시무시한(?) 경고다. ‘낚인 건가’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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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을 돌려야 하나 고민하다가, 어차피 온 거 한 번 둘러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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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것처럼 위에서 떨어지는 물 따윈 없다. 비가 쏟아지지 않으면 숲속에 숨어 지낸다는 문구가 딱 맞다.
하지만, 경치는 나쁘지 않다. 아래에서 바라보는 위의 경치와, 반대로 위에서 바라보는 아래의 모습 모두 괜찮다.
“괜찮으면 뭐하나. 폭포가 없는걸. 뭔가 하나 빠진 기분인 걸...”
방문객들이 이런 아쉬움을 가질 것을 예상이라도 한 것일까.
폭포수가 숨어버린 엉또폭포엔 물 대신 스토리가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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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또폭포엔 방문객에게 공개된 동굴이 하나 있는데, 연인을 위한, 그것도 무려 세계 최초(!)의 ‘키스 동굴’이란다.
본격적인 키스에 앞서 준비에 돌입할 수 있도록 세면대를 설치한 배려, 키스를 위한 적정 시간을 안내한 세심함, ‘떳떳한 연인 외에, 불륜 커플은 이용하지 말라’고 경고한 윤리의식(?)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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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주변은 ‘영험한 기도처’란다. 여기에 하나님, 부처님, 산신령님이 다 계시다나. 꿈보다 해몽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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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떨어지는 폭포수를 보지 못해 아쉽다면, 무인산장으로 들어가 보자. 모니터를 통해 비오는 날의 폭포 모습을 공개해 놨다. 과연 웅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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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든 안오든, 엉또폭포는 한 번 쯤 들러볼만 하다. 폭포수는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지만 스토리가 항상 넘쳐 흐를테니.
트레블라이프=유상석 everywhere@travel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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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TIP :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은 모두 눈치챘겠지만, 엉또폭포는 커플이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자신들만의 스토리를 써 나가기 좋은 곳이다.
바꿔 말하면, 솔로 혼자서 혹은 솔로인 동성 친구들끼리 방문하면 외로울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경우라면, 사람이 많지 않은 비수기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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