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평생을 탈(脫)모더니즘 전선에 섰던 화가 김용익이 화사한 색감의 그림과 함께 되돌아 왔습니다.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념 대신 본성에 충실하겠다는 작가를 임수근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김용익 화백의 요즘 그림은 격자로 배치된 작은 원들의 변주입니다.
건축 도면처럼 설계도를 그리고 필름 본(本)을 캔버스에 붙인 뒤 나이프로 원 안에 안료를 칠하는 즉흥적인 작업입니다.
지금의 작업은 90년부터 해온 동그라미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단색화의 대표 박서보의 제자이지만 70년대 중반 이후 20년 동안 탈모더니즘을 시도했던 작가는 2000년 이후 민중미술과 공공미술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김용익 / 화가 : 모더니즘 작업을 20여 년간 하면서 너무 삶과 유리된 작업을 통해서 나 자신이 병들었다. 실제로 몸이 아팠어요.]
40여 년 동안 모더니즘의 전복을 꿈꾸던 작가가 동그라미 연작 30여 점을 선보였습니다.
원을 채우거나 비웠지만 일관된 목표는 질서정연한 모더니즘에 균열을 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의식과 실재는 달랐습니다.
목표는 모더니즘의 균열이었지만 작품은 결국 모더니즘으로 남았습니다.
캔버스에 바른 풀물이나 거친 연필 덧칠도 결국 선명한 원의 질서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김용익 / 화가 : 다시 한 번 나 자신을 돌이켜서 출발지점으로 돌아가 보자. 그러나 출발지점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작업을 할 때 그것이 옛날 것의 반복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거죠.]
'자신의 몸과 의식에 정직한 그림.'
돌아온 모더니즘 화가 김용익의 철학입니다.
YTN 임수근[sgl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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