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인기를 끌던 '무당'이 사기꾼이라는 폭로가 이어지면서 피해 정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무당의 피해자들은 트위터 이용자 사이에서 명성을 얻은 '반도의 흔한 보살'(닉네임)로 활동을 해온 정씨가 과도한 굿 값을 요구하고, 돈이 없으면 하면 대부업체를 알선해주는 등 사기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정 씨는 자신의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자신이 신내림을 받은 지 얼마 안 된 어리고, 요즘 트렌드에 맞는 보살임을 강조해왔다. 기존 무당과는 다른 친숙함 때문에 '무당'에게 갖는 선입견도 별로 작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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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파악된 피해 금액만 5000만 원. 정 씨는가벼운 마음으로 점을 보러 온 사람들은 5만 원 정도의 복채만 받고 돌려보냈지만, 절박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굿값으로 800만원을 요구했다.
심신미약 상태인 우울증 환자나 질병을 앓는 사람들에게는 "우울증약을 끊고 굿을 해야 한다"고 권유하면서 SNS에서 쪽지를 보내며 점을 보러 올 것을 유도했다.
정작 점을 보러 가면 "지금 자신은 신점을 볼 수 없는 상태이니 자신에게 점을 알려준 '어머니'에게 보라"면서 서초동이나 양재동의 한 가정집으로 안내해 과도한 복채를 요구했고, 문 앞에 건장한 남성을 세워 불안감을 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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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트위터 이용자는 "돈이 없다고 하자 대부업체를 이용하라고 해준 쪽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부업체를 이용하게 된 피해자의 사례도 있다.
또 다른 피해자는 "굿값을 결제하기 전까지 못 나가게 막고, 무섭게 생긴 남성들이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신당에는 혼자 들어가야 한다면서 피해자가 홀로 있는 상황을 만들고 협박해 결국 큰돈을 결제하게 된 경우도 있다.
이들은 대부업체 알선을 하기도 하고, 부동산 정보를 준다며 일종의 '떴다방'처럼 활동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이 카드 결제한 명세에는 '어학원'이나 다른 점집으로 등록이 되어있어 자신들을 특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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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피해자들은 무속신앙을 가장한 사기에 넘어가게 된 걸까?
피해자 C 씨는 "피해자들이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심신 미약 상태인 경우에 의도적으로 접근해 점을 보라고 부추겼다"고 한다. 특히 트위터 등에 개인의 생일이 공개된 점을 악용, 사주를 봐주면서 신뢰를 쌓았고 피해자들도 처음에는 길거리에서 타로나 사주를 보듯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가 피해를 보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애초에 무속신앙이 제대로 된 교리나 양성기관이 없이 개별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남을 속이기도 쉽고, 실태 파악조차 힘들어 고객이 사기꾼인지 판단하기 힘들다. 무속 신앙 또한 종교의 영역이라
복채에 대한 기준이나 제재가 없어 피해자가 고스란히 피해를 감당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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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종무실에도 무속신앙을 담당하는 담당자와 부서가 없다. 사단법인 경신연합회 측은 "대부업을 이용하라고 하거나 협박하는 것은 불법이고 우리도 굿을 할 때 적당한 가격 등을 교육하지만 안 되는 경우들이 있다"고 말한다.
상지대학교 이종우 교수는 "우리나라는 무당으로 활동하며 점을 보는 소위 '점집' 등록 제도 자체가 없다. 보통 종교는 '신고제'인데, 무당 같은 경우에는 관련인 양성 교육 기관이나 교리 등등이 없어 종교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말하면서 "합법이냐 불법이냐가 아니라 아예 법적으로 무당의 굿이나 과도한 굿값을 조정한다든지 하는 법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프로파일러 권일용 경정은 "피해자의 판단력을 흐려놓고 대부업체를 알선하고 과도한 굿값을 받는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면서 "SNS를 이용해서 친숙함과 신뢰를 쌓은 후에 대부업체를 알선하고 협박하는 등의 행위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피해자들은 관련 자료를 모으고 법적 절차를 진행하면서 피해 사례를 모으고 있다. 피해자 C 씨는 "사람의 약한 부분을 파고들어 사기를 치는 이들이 꼭 죗값을 치루면 좋겠다"면서 더 이상의 사기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이 사례가 알려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나 반도 보살의 지인 한 모 씨는 폭로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모 씨는 우울증약을 장기간 복용해도 효과가 없을 시에는 귀신 병일 수 있다는 무속인의 견해를 밝힌 것이고, 우울한 상태의 환자들이 먼저 정 씨에게 상담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한, 점을 보러 갔을 때, 다른 무당에게 점을 보게 하는 것 역시 으레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사전에 알렸다고 주장했다.
또한, 신당 안에 건장한 남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남성은 무당의 가족 구성원으로 법당 안에 있었을 뿐 어떤 위협감을 조성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대부업을 이용하라고 한 것은 사실이나 은행 대출이나 현금 서비스를 이용할 자격 조건이 되지 않지만, 치성을 드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본인이 평소 애용하던 대부업을 권했을 뿐 강제한 것은 아니라는 태도다. 현재 SNS에서 주장하는 '대부업과의 유착 관계설'은 말도 안 된다며 일축했다.
특히, 피해자들의 주장처럼 '떴다방'을 운영한 적이 결코 없으며, 현재 정씨가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YTN PLUS 제보, 게티이미지뱅크]
YTN PLUS 최가영 기자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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