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 열릴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한국과 베트남의 준결승전이 김학범, 박항서 두 한국인 감독의 맞대결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비주류'지만 최고 전술가인 김학범 감독과 '반골' 박항서 감독이 국제무대에서 축구사에 길이 남을 맞대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순한 기자입니다.
[기자]
김학범 감독의 지도자 생활은 영욕이 교차합니다.
2005년 성남 일화 감독대행으로 데뷔했는데, 이듬해 팀을 우승시켜 지도력을 인정받았습니다.
4-2-3-1 전술을 도입한 게 원동력이었습니다.
국내에 없던 전술로, 세계 축구의 흐름을 감독 중 가장 먼저 정확하게 읽은 겁니다.
당시 에인트호번을 이끌던 명장 히딩크 감독.
피스컵에서 성남과 대결한 뒤 "전술이 인상적" 이라고 칭찬했던 사실은 두고두고 회자 됩니다.
[히딩크 / PSV에인트호번 감독, 2005. 7 : 성남은 멋진 (4-2-3-1)전술을 보여줬습니다. 힘든 경기를 승리해 기쁩니다.]
때문에 맨유의 전성기를 이끈 퍼거슨 감독에 빗대 '학범슨'이란 별명이 붙었습니다.
선수 땐 주목받지 못하다가 실업팀 국민은행에서 은퇴한 뒤 은행원으로도 일했던 김학범.
틈틈이 선진축구를 공부해 우리나라 1호 박사 감독이 될 정도로 집념이 강합니다.
전술가 김학범은 2015년 성남을 다시 맡아 황의조를 키워냈습니다.
하지만 중국 허난 전예와 강원, 광주 등에선 감독으로 큰 발자취를 남기지 못했습니다.
로테이션을 잘 하지 않는단 지적을 받아왔는데, 엔트리가 적은 이번 대회에서 이를 보완하려다 말레이시아전 '반둥 참사'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베트남 축구의 영웅 박항서 감독.
다른 곳에선 몰라도 베트남에선 히딩크급입니다.
59살인 박 감독은 김학범 감독보다 한 살 많지만, K리그 감독 데뷔는 1년 늦었습니다.
경남을 시작으로 전남과 상주 상무를 맡았습니다.
연령별 대표팀 감독이 처음인 김 감독과 달리, 박 감독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지휘했습니다.
2002년 월드컵 땐 히딩크 사단의 수석코치로 선수와 감독의 가교 역할로 4강 신화를 썼습니다.
[박항서 /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 지금은 감독이고 (코치였던) 2002년에는 4강에 멈췄지만, 지금은 4강에서 멈추지 않도록….]
실업팀 창원시청 축구단을 지도하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대표팀 감독이 됐습니다.
미드필더 출신인 박 감독은 짧고 빠른 패스를 선호합니다.
또 '악바리'란 선수 시절 별명처럼 근성 있는 끈끈한 축구를 요구합니다.
이런 특징은 베트남 축구에도 그대로 묻어납니다.
한국 축구의 '비주류'지만 최고 전술가인 김학범 감독과 '반골 명장'인 박항서 감독.
실력으로 무장한 두 한국인 감독이 국제무대에서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맞대결을 펼칩니다.
YTN 지순한[shchi@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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