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사태와 미투 운동 등 겪으면서 굉장히 힘든 상황이다. 대학로 거의 초토화 돼 극단이 해체된 느낌이 들 정도다."
"대학로 건물주는 절세 수단으로 극장 짓는데 정작 연극인들은 임대료 상승으로 대학로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다."
어제(30일) 오후 6시 대학로의 한 식당. 박양우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연극계의 탄원이 쏟아졌다. 취임 이후 '현장 우선 주의'를 외쳐온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연극계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경청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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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박양우 장관의 대학로 나들이...쏟아지는 탄원]()
연극인 간담회에는 김태수 한국연극협회 수석부이사장, 임정혁 한국소극장협회장, 정인석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장, 김경훈 한국공연관광협회장, 지춘성 서울연극협회장, 방지영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 이사장 등 연극 단체 관계자와 박혜선, 최광일 연출가와 이대연 배우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작심한 듯 잇따라 민원을 제기했다.
"겉으로 봐선 잘 안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연극계 실태) 심각하다."
"기초예술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기초예술에 대해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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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박양우 장관의 대학로 나들이...쏟아지는 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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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은 연극 관객의 저변을 넓히려는 정책 의지와 함께 공연 지원에 있어 우수 작품에 대한 집중과 선택도 당부했다. 연극인들의 사기를 살리기 위해 대한민국연극제 수상자들을 청와대에 초청해 대통령과 만찬을 같이 할 수 있도록 주선해달라는 돌발 제안도 나왔다.
박 장관은 정책 지원에 있어서 문체부 예산 부족과 관련 부서와의 협의, 서울시의 도시계획 등 현안과 과제를 진솔하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간담회가 카메라 앞에서 보여주기식 일회성 행사로 끝내지 않을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2020년을 '연극의 해'로 지정하는 등 연극인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겠다"고 목에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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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박양우 장관의 대학로 나들이...쏟아지는 탄원]()
박 장관은 간담회에 앞서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을 방문해 무대 시설과 소방시설 등 안전상황을 점검했다. 무대 위에 직접 올라가 조명시설 등 운영 현황을 둘러보고, 극장 내 투척 소화기 등 비치 상황도 꼼꼼이 점검했다.
연극계 현장에 한발짝 다가선 문체부 장관의 현장 점검은 사실 새로운 일은 아니다. 2년 전 도종환 전임 장관도 소극장을 찾았고, 연극인들과 예술인 복지 등 현안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대학로는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적극적인 후속 대책과 지속적인 소통의 노력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신임 장관의 현장 방문은 화창한 봄날 대학로 나들이에 그칠 것이다.
이교준 [kyoj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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