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SF 소설의 대가 호시 신이치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국 극단의 연극 작품이 일본 현지에서 높은 인기 속에서 공연되고 있다.
국립극단은 전인철 연출(극단 돌파구)이 각색해 만든 연극 '나는 살인자입니다'가 도쿄예술극장에서 개막된 뒤 현지 관객과 평단의 호평 속에서 연일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5월30일부터 6월 2일까지 5회 전 공연 티켓이 이미 다 팔렸다고 말했다.
전인철 연출은 "호시 신이치의 작품이 현대성과 동시대성을 갖고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라 일본 현지 관객의 공감을 산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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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첫선을 보인 이 연극은 단편소설보다 짧은 ‘쇼트-쇼트’ 형식의 개척자로 불리는 작가 호시 신이치의 천여 편 작품들 가운데 '봇코짱', '아는 사람', '이봐, 나와!', '거울', '우주의 남자들', '장치 한 대' 등 죽음과 관련 있는 6편의 단편을 추려 새롭게 구성한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이다.
술집 여종업원으로 일하는 로봇, 온갖 폐기물들이 버려지는 정체불명의 구멍, '애완 악마'를 키우는 부부 등 기발한 소재의 짧은 단편들은 인간애 상실과 환경 파괴를 비롯한 현대 사회의 디스토피아적 문제들을 냉철하게 응시하고 있다. 전인철 연출은 이같은 작가의 문제 의식을 하나의 주제로 응집시키면서 상상력과 위트 넘치는 몸짓, 오브제 등을 적절히 활용해 미학적 무대를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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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나는 살인자입니다' 사진 제공 : 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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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저 아는 사람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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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무대는 호시 신이치의 작가적 통찰력이 전인철의 독창적인 연출력, 배우들의 풍부한 표현력과 만나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연극적 상상력이 극대화된, 실험적인 연극으로 거듭 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쿄 공연에서도 올 봄 국내 무대를 빛낸 유병훈, 안병식, 이봉련, 김명기, 권일, 김정민, 박희정 배우가 모두 함께 했다. 특히 안병식 배우는 연습 중 다친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도쿄 무대에 올라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작품에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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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나는 살인자입니다'는 지난 2017년 초연 때 제54회 동아연극상에서 연출상, 무대예술상(조명), 연기상 등 3관왕을 차지했고, 올해 4월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올려진 재공연 때에도 뜨거운 관심 속에서 연일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이교준 기자 [kyoj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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