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본이 '에칭가스' 수출 규제 이유로 북한 유입 가능성을 거론하자, 우리 정부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여기에다 북한이 화학무기나 핵무기를 만드는 데 굳이 일본산 '에칭가스'를 사용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왜 그런지 따져봤습니다.
팩트와이, 고한석 기자입니다.
[기자]
화학물질인 불산은 접촉하거나 흡입하면 인체에 치명적입니다.
불산이나 다름없는 에칭가스가 화학무기로 쓰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그러나 화학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말합니다.
[박인준 / 한국화학연구원 박사 : (불산은) 대기 중에 나오면 수분하고 반응해서 바로 희석됩니다. 다른 화학무기, 포스겐이나 사린 등에 비하면 효과가 매우 떨어져서 화학무기로 사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2012년 구미 불산 가스 누출 사고 당시, 불산 가스를 직접 맞은 작업자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인근 주민들의 인명 피해는 없었던 이유입니다.
우라늄 농축 과정에서 불산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에칭가스 같은 고순도 불산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불산은 형석을 황산에 녹여서 만드는 데, 형석을 가장 많이 채굴하는 나라는 중국입니다.
황산의 경우, 통일부 자료를 보면, 북한은 연간 100만 톤을 생산합니다.
불산을 직접 만들 수 있는데도, 굳이 비싼 에칭가스를 몰래 들여올 필요는 없다는 게, 원자력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황용수 /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 : 일반적으로 불산은 산업에서도 쓰고 있기 때문에 그런 민감한 반도체 공정과 일반적인 군수산업에 쓰는 것들은 확연한 품질 차이가 있습니다.]
"특정 시기에 에칭가스 대량 발주가 이뤄졌고 이후 한국에서 행방이 묘연해졌다."
일본 자민당 주장입니다.
최근 10년 연간 에칭가스 수입량입니다.
반도체 시장 성장에 따라 추세적으로 늘어납니다.
급증했던 2017년과 2018년은 반도체 경기가 초호황을 누리던 때였습니다.
월별 증감을 보면 지난해 1월이 눈에 띕니다.
수입량이 두 배 넘게 크게 늘었지만, 이건 1년 전 수입량이 적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종의 착시효과입니다.
[문병기 /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 : 2017년 1월 같은 경우에는 반도체 경기가 그만큼 호황일 걸 예상 못 했기 때문에 그런 기저효과 등이 작용해서….]
유독물질인 에칭가스는 화학물질 관리법에 따라 수입과 취급, 이동 등이 엄격히 관리됩니다.
행방이 묘연해졌다는 근거를, 일본은 여전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YTN 고한석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