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코로나19 확산을 늦추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했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여전히 마스크 없이 공식 석상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는 14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의료기기 유통업체 '오언스 앤드 마이너'를 방문했을 때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현장을 둘러봤다.
특히 이번 주 백악관 근무자가 양성 반응을 보여 직원들의 검사와 자가 격리가 반복되면서 백악관 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된 상황이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국 NPR은 마스크가 '정치적 양극화의 상징'으로 변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마스크를 착용하면 바이러스 및 사회적 거리두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시민이며, 그렇지 않다면 바이러스를 부정하거나 '도전해야 할 질병'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NPR은 트럼프가 공식 석상에서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는 이유도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서 바이러스에 지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지라고 봤다. 백악관에 갇혀서 나오지 않거나 얼굴을 가린 대통령은 미국 사회에서 자신감 결여로 비출 수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 1977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 입성한 지 2주도 채 되지 않아 에너지 절약을 위한 전국 TV 연설을 나섰다. 하지만 지금까지 미국 시민의 뇌리에 남아있는 모습은 그가 카디건을 입고 벽난로 앞 앉아 연설을 하고 있는 '이미지' 한 장 뿐이다.
이처럼 '이미지'가 오래 남기 때문에 대통령은 사소한 이미지나 세부 사항에 정치적 메시지를 담는 경우가 많다. 트럼프가 전략적으로 바이러스에 도전하는 이미지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경제정상화를 희망하면서 더욱 마스크를 쓰고 공식석상에 나서지 않기를 원했으리라고 짐작이 가능하다.
현재 미국은 코로나19 확산으로 8주간 실업수당 청구가 3,600만 건에 달할 정도로 경제적 타격이 심각하다. 이로 인해 경제 악화로 재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기 경제 정상화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미국 코로나19 확진자가 145만 명을 넘어서고 이 가운데 8만 7천 명이 숨지면서 경제 재개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의료인이 늘어나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지난 달 말 "대통령이 모범을 보이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YTN PLUS 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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