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집중 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산에 지어진 태양광 설비 일부가 피해를 보면서 정치권의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수 야당은 현 정부 탓이라고 하고 여당은 이전 정부에서 주로 산에 지었지만 오히려 현 정부에서 규제를 강화했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넓은 평지를 놔두고 왜 하필 가파른 산에 태양광을 짓기 시작했을까요?
이대건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산사태로 인해 태양광 패널이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흘러내린 흙더미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기도 합니다.
통합당과 국민의당은 태양광 설비가 산사태의 원인이라며 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비판했습니다.
국정조사 추진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김종인 /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지난 10일) : 최근 집중호우와 함께 산사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게 태양광 발전시설의 난개발이란 지적도 나오는 실정입니다.]
[안철수 / 국민의당 대표 (지난 10일) : 산이면 산마다 골이면 골마다 온 나라를 파헤쳐 만든 흉물스러운 태양광 시설은 자연적인 홍수 조절 기능을 마비시켰다고 합니다.]
10일 기준, 산지 태양광 시설 가운데 피해를 본 곳은 0.1%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태양광 때문에 산사태가 났다는 야당의 주장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태양광 설비는 왜 산지에 집중적으로 설치되었는가?" 입니다.
태양광 설비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부터 적극 장려했습니다.
2012년 RPS 즉,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가 시행되면서 전체 에너지 생산량에 대체 에너지를 반드시 포함했고, 2015년에는 REC, 즉 태양광신재생에너지인증서 정책으로 태양광 발전 의무 공급량을 크게 확대했습니다.
이에 발전사업자는 수익을 올리기 위해 부랴부랴 태양광 설치 지역을 찾아 나섰고 본격적으로 전국의 산을 개발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를 위해 임야 형질 변경 등 여러 혜택들이 주어졌습니다.
결국,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에 태양광이 설치된 산지 면적이 전년도에 비해 3배 정도 급증했고, 이후 계속해서 늘었습니다.
이 같은 산지 설치에 제동이 걸린 건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하반기입니다.
대체 에너지를 늘린다는 명분으로 산림을 무자비하게 훼손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과, 안전성 때문입니다.
그래서 2018년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경사도를 이전 25도에서 15도로 바꿨습니다.
지난해로 넘어오면서 산지 설치 면적 증가량이 반 이상 줄어든 이유이기도 합니다.
[양이원영 / 더불어민주당 의원 : (경사도) 25도 정도로 높은 데로 올라가다 보니까 빗물에 의해서 흙이 흘러 내리면서 시설에 문제가 생겼거든요. 그래서 25도 경사도를 15도로 그 기준을 더 강화시킨 겁니다.]
지금은 기존 산지 태양광에 대한 책임 공방이 아니라 대체 에너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새로운 지역을 발굴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로 보입니다.
그게 바로 국회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YTN 이대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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