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단일화 사례를 보면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았습니다.
합의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기 때문이죠.
오세훈 후보와 안철수 대표.
중도와 보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선거운동까지 물심양면으로 손을 잡는 '진짜 단일화'는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역대 선거에서, 단일화 이후의 모습은 각기 달랐습니다.
단일화 역사에 있어서 길이길이 남는 장면으로 꼽히는 노무현-정몽준 당시 후보들의 '포장마차 러브샷' 장면입니다.
러브샷까지 하면서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에 합의했습니다.
이 단일화의 승자는, 노무현 당시 후보였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아들 비리 등 악재가 겹치며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던 제1야당의 노무현 후보와 월드컵 4강 신화 뒤 치솟은 인기를 발판 삼은 국민통합21의 정몽준 후보.
당시 여론은 정 후보에게 유리해 보였지만 불리한 여론조사 문항까지 모두 수용하는 노무현의 '통 큰 양보'는 극적인 승리를 가져다줬습니다.
이후 정몽준 대표는 노란 어깨띠를 하고 노무현 후보와 공동 선거유세도 하며 적극적으로 선거를 도왔습니다.
하지만 노무현 후보의 명동 유세 발언이 단일화 정신을 위반했다며 정몽준 대표는 대선 하루 전날 지지를 철회했습니다.
맞잡은 손은 끝까지 가지 못했지만, 노무현 후보는 대통령 선거에서 결국 승리했죠.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선 당시 안철수 후보의 양보와 지지 선언으로 무소속이었던 박원순 후보가 단일화에 승리합니다.
새로운 형태의 단일화가 등장했죠.
2009년 예능에 출연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안철수 후보는 당시 서울시장 보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50%를 기록하며 강력한 후보로 거론됐습니다.
하지만 조건 없이 박원순 변호사 지지를 선언했죠.
안철수 바람을 탄 무소속 박원순 후보는 민주당 박영선 후보 등과 야권 서울시장 후보 통합경선을 치렀고요.
최종 후보가 됐습니다.
어제의 적이었던 민주당과 박원순 후보는 2011년 서울시장 선거전에서 '동지'로 함께 뜁니다.
당시 단일화에서 간발의 차로 패한 박영선 의원도 자신의 지역구인 구로에서 함께 선거 유세를 하기도 했고요.
손학규 대표 등 민주당도 박원순 후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섭니다.
이런 지원 속에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박원순 후보는 민주당에 입당했습니다.
이명박 정권 연장과 박근혜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목표 의식으로 단일화를 진행했던 2012년 문재인, 안철수 후보.
단일화 협상은 쉽지 않았습니다.
당시 협상 과정에서 제1야당으로서 대선 후보를 내야 한다는 민주당과 박근혜와의 양자 대결에서 자신감을 내비친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의 의견 차이가 전혀 좁혀지지 않은 겁니다.
결국 안 후보가 단일화 방식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며 정권교체를 위해 후보직에서 사퇴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안철수 / 무소속 대선 후보 (2012년 11월) : 여기서 더 이상 단일화 방식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 이제 단일 후보는 문재인 후보입니다. 그러니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서 저를 꾸짖어 주시고 문재인 후보께 성원을 보내 주십시오.]
하지만 안철수 후보는 대선일에 돌연 미국으로 떠나면서 야권 지지자들의 마음을 한데 모으는 아름다운 단일화는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감정 상하는 말들을 주고 받았고, '내곡동 땅'으로 단일화 상대 오세훈 후보를 공격했던 안철수 대표.
묵은 감정을 털어내고, 오세훈 후보를 도우며 '진짜 단일화'를 이룰 수 있을까요?
안 후보는 오늘 오 후보에게 축하를 전하면서 자신도 야권 승리 위해 힘껏 힘을 보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가 과연 선거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 두 사람의 향후 행보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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