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고발사주' 의혹으로 지난주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검사의 공소장을 YTN 취재진이 단독 입수했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손 검사가 당시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한 배경으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연루된 판사사찰 의혹과 채널A 사건 등을 꼽으며 사실상 '고발사주' 사건과 한 묶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손효정 기자입니다.
[기자]
공직선거법 위반 등 4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검사의 공소장은 모두 16쪽 분량입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 가운데 3쪽가량을 할애해 손 검사가 당시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한 '배경'을 구체적으로 적시했습니다.
공수처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지난 2019년 조국 전 장관과 청와대에 대한 전방위적인 검찰 수사가 벌어지자, 범여권 인사들이 검찰개혁과 함께 윤 대통령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연이어 주장했다고 적었습니다.
언론도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과 윤 대통령 장모와 김건희 여사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가 거세지자,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 검사가 부하 직원을 동원해 관련 정보수집 등에 나서며 적극적인 대응을 마음먹었다는 게 공수처의 판단입니다.
공수처는 '고발사주' 사건이 이른바 '판사사찰 문건 작성' 의혹과 '채널A 사건' 등 윤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의혹들의 연장선이라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손 검사가 윤 대통령으로부터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 재판을 맡은 판사들의 세평과 출신 정보 등을 수집하도록 지시받았고
윤 대통령 장모 의혹과 관련해서도 부하 직원들에게 사건 정보와 판결문 기록을 수집하고 정리하도록 한 뒤 대응 문건을 공유하게 했다고 적시했습니다.
특히 2020년 3월 말 채널A 사건 보도 직후에는 손 검사가 의혹 당사자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의 1대1 대화방과 권순정 당시 대검 대변인까지 포함된 단체대화방에서 사흘 동안 각각 93회, 66회, 138회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았다고 특정했습니다.
이후 손 검사가 채널A 사건 제보자가 이른바 '제보자X' 지 모 씨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배후로 파악된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해 윤 대통령과 검찰에 대한 비난 여론을 무마하고 범여권 인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만들어 총선에 영향을 미치기로 했다는 겁니다.
공수처는 공소장에 손 검사가 고발장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김 의원에게 전달한 시각과 손 검사 부하 직원들이 고발장에 첨부된 실명 판결문 등을 조회한 시점도 자세하게 적었습니다.
또, 고발장에 있는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사실관계는 손 검사가 직무와 관련해 입수한 '수사정보'라고 못 박았습니다.
그러나 공수처는 끝내 이 사건 핵심인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했고, 공소장에도 손 검사가 수사정보정책관으로서 '불상의 방법'으로 작성된 고발장을 입수했다고만 기재했습니다.
공수처는 여덟 달 수사 끝에 '고발사주' 의혹을 현직 검사의 총선 개입 사건이라고 규정했지만 고발장 작성 주체와 손 검사 너머의 '윗선'을 밝히지 못하면서, 오는 30일부터 시작되는 재판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전망입니다.
YTN 손효정입니다.
YTN 손효정 (sonhj0715@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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