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통령 신년 연하장에 사용한 삐뚤빼뚤한 글씨를 쓴 사람은 다름 아닌 경북 칠곡에 사는 할머니들입니다.
'칠곡 할매 글꼴'의 주인공인 할머니들이 평생 받아보지 못했던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이윤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경북도청에 마련된 특별 교실에 학생 4명이 앉았습니다.
교복까지 말끔히 차려입은 학생은 칠곡에 사는 할머니들.
대통령이 연하장에 사용한 '칠곡 할매 글꼴' 주인공으로 더 유명한 늦깎이 학생들입니다.
동생이 학교에서 먹을 도시락은 싸줬지만, 정작 자신은 학교에 가지 못한 할머니, 또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탓에 배울 기회를 잃은 할머니까지.
각자 아픈 사연으로 한글을 알지 못한 세월을 털어놓습니다.
[권안자 / 할머니 : 아버지가 7~8살 되는 해에 돌아가셨거든요. 그 뒤로 살아온 거는 파란만장하고 말로 다 못 해요.]
할머니들은 칠곡군에서 '성인 문해 교육'을 통해 팔순이 가까운 나이가 돼서야 한글을 배웠습니다.
덕분에 길을 가며 간판도 읽고 이름 석 자를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이원순 / 할머니 : 면사무소 같은 데 가도 아무것도, 이름도 성도 쓸 줄도 모르는데 이름 석 자 그거 써서 따라 쓴 게 많이 고맙고, 감사합니다.]
80년 안팎, 굴곡진 삶을 살아온 할머니들의 늦깎이 공부도 이제 마지막입니다.
코로나 확산과 할머니들의 건강 문제로 이제는 수업을 더 듣기가 어려워진 탓입니다.
이런 할머니들에게 이철우 경북지사가 직접 교편을 잡고 마지막 수업을 준비했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명예 졸업장을 건네자 눈시울을 적시고 춤을 추기도 합니다.
[이철우 / 경상북도지사 : 이런 졸업장을 받은 적이 없다, 또 칠판 놓고 공부한 적이 없다고 해서 교복 입고 칠판 놓고 공부하고 오늘 졸업장도 드리는 행사를 갖게 됐습니다.]
졸업장을 손에 쥐고 마침표를 찍었지만 배움을 향한 할머니의 열정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김영분 / 할머니 : 지금은 영어가 많잖아요. 그래서 영어를 좀 배웠으면 싶어요. 영어도 배우고 한글도 아직 짧아서 좀 더 배우고 싶고…. 그래도 글이라는 건 배우면 배울수록 더 배우고 싶어지는 것 같습니다.]
YTN 이윤재입니다.
YTN 이윤재 (lyj1025@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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