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남편의 악행'...임신·신장이식 강요에 재산 빼돌리기까지...재산분할 가능할까?"

　

YTN라디오(FM 94.5)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 방송일시 : 2023년 2월 16일 (목요일)
□ 진행 : 조인섭 변호사
□ 출연자 : 류현주 변호사

- 신장이식, 과도한 임신요구, 시험관 시술을 요구하는 것 또한 재판상 이혼사유가 될 수 있어
- 우리나라는 대리모를 인정하지 않으며 생명윤리법 위반행위가 될 수 있어
- 사해행위취소소송을 통해 빼돌린 재산까지 분할대상으로 포함할 수 있어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조인섭 변호사(이하 조인섭): “저는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됐습니다. 15살 연상이었고, 직업은 의사였습니다. 남편은 신혼 때부터 저를 무시하고 폭언을 했습니다. 자신이 의사이고, 나이까지 많다 보니 저를 가르치려 들었는데요, 다투기라도 하면 며칠씩이나 자신 앞에서 반성하라고 강요했습니다. 남편은 재혼이었고, 이미 성인이 된 자녀가 둘이나 있는데도, 저에게 임신을 강요했습니다. 안 그래도 몸이 약했던 저는 몇 년 동안 10번이나 시험관 시술을 했지만. 결국 임신은 실패했고, 부작용으로 자궁적출까지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남편의 집착은 끝나지 않았고, 결국 대리모를 구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아이를 얻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의사로서 승승장구해 의료재단까지 운영하면서 상당한 자산을 형성하게 되었지만, 남편의 건강은 급격히 악화돼 투석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체중 39kg에 자궁까지 적출한 저에게 지난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또 집요하게 신장 이식을 요구했고, 거절하는 저를 몰염치한 사람으로 내몰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함께 모은 수십억의 재산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남편이 운영하는 의료재단에 증여하여 빼돌린 것이었습니다. 또 대여금고에 보관해두었던 금품들도 모두 옮겨져 있었습니다. 지속적으로 신장 이식을 요구하는 남편과 이혼할 수 있을까요? 이미 재산을 빼돌린 남편에게 재산분할을 요구할 수 있을까요?” 네, 완전히 드라마 같은 이야기입니다. 제가 사연자분과 가까운 사이였다면 진작 나서서 도움을 주고 싶을 정도로 어떻게 이렇게 20년 가까이 혼인 생활을 하셨을까, 안타까움이 듭니다. 끊임없이 집요하게 신장 이식을 요구한 남편에게 사연자분이 이혼을 요구할 수 있겠습니까?

◆ 류현주 변호사(이하 류현주): 네, 사실 배우자의 외도나 가정폭력 같은 전형적인 이혼사유가 없으면 이혼 자체를 못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우리 법에는 배우자와 같이 사는 것이 매우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사정이 있을 때, 그리고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 조인섭: 그러면 이렇게 신장 이식을 요구하는 것도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거죠?

◆ 류현주: 네, 맞습니다. 부부라면 서로 협심해서 잘 살아야 되고, 더구나 법률적으로도 부부는 서로 ‘협조하고 부양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배우자가 몸이 아프면 돌봐줘야 하는 것이 맞겠죠. 그런데 그렇다 하더라도 신체 일부를 이식하여 달라고 강요하는 것은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과도한 요구라고 생각됩니다.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일인 것은 당연하고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사연자분께서 건강이 많이 약해진 상황이고 신장 이식을 여러 번 거절했는데도 수년간에 걸쳐 계속 강요를 하셨잖아요. 그것은 충분히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 조인섭: 네, 지금 키우고 있는 아이 남편이 생부인 것은 맞지만 생모는 대리모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대리모, 인정하고 있나요?

◆ 류현주: 한국은 대리모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죠. 대리모를 인정하는 나라들도 있는데 그런 나라에서는 대리모를 통해 출산을 한 아이라도 그 부부의 친자녀로 등록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죠.

◇ 조인섭: 얼마 전 미국에서 패리스 힐튼이 대리모로 아이 낳았잖아요?

◆ 류현주: 네, 맞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8년 법원이 대리모를 통해 출산한 자녀의 양육권은 의뢰인 부부가 아닌 대리모에 있다고 판결했는데요. 해당 판결에서는 부모의 결정 기준을 ‘모(母)의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에 있다고 봤습니다.

◇ 조인섭: 유전자가 아니라 출산을 누가 했는지 그게 기준이 된다는 거죠?

◆ 류현주: 네, 그렇습니다.

◇ 조인섭: 그러면 이렇게 자녀를 얻은 것이 사연자분에게 유리한 증거로 쓰일 수는 있을까요, 아니면 이런 부분 남편 처벌받게 할 수 있는 방법,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 류현주: 네. 우리나라에는 대리모를 통해 출산한 것을 처벌하는 법도 있습니다. 바로 생명윤리법인데요. 생명윤리법에서는 ‘금전, 재산상의 이익 또는 그 밖의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배아나 난자 또는 정자를 제공 또는 이용하거나 이를 유인하거나 알선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 조인섭: 생명윤리법이라고 하는 게 있군요. 사연자분은 이 자녀를 친생자로 출생신고를 하고 10년 이상 키웠습니다. 혹시 이 부분이 문제가 될 일은 없을까요?

◆ 류현주: 앞에서 말씀드린 법원의 판결, 즉 ‘모(母)의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에 따라 부모를 판단해야 한다면 자녀의 친모는 대리모겠죠. 그래서 사연자분께서 적법한 절차대로 하셨다면 아이를 대리모의 친생자로 출생신고를 한 이후에 사연자께서 친양자로 입양하는 절차를 거치셨어야 할 것 같은데, 실제로이렇게 하지 않으셨거든요. 본인의 아이가 아닌 아이를 직접 친생자로 출생신고를 한 경우에도 우리 법원은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입양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정을 해줍니다.

◇ 조인섭: 그러니까 지금 친생자, 친양자이냐 이 문제가 된다고 했을 때, 대리모가 원칙적으로는 아이의 엄마지만 이 사연자분이 아이를 입양한 걸로 돼서 아이의 어머니로 인정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신 거죠?

◆ 류현주: 네, 맞습니다.

◇ 조인섭: 그럼 사연자분은 이 아이를 키우고 싶어 하십니다. 그런데 남편이 아이에 대한 집착이 과도했다고 하는데, 이런 경우 양육권을 어머니인 사연자가 가지고 올 수 있겠습니까?

◆ 류현주: 지금 사연의 경우에 제가 친양자 입양을 한 것과 같은 효력이 있어 보인다고 말씀을 드렸잖아요. 친양자는 법적으로 따지자면 친자와 같은 효력을 인정해줍니다. 그래서 이 경우에는 통상적인 부부가 이혼을 할 때 친권자, 양육자를 정하는 그 기준을 따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평소 아이를 누가 주로 양육했는지, 아이가 누구와 더 애착관계가 잘 형성되어 있는지에 따라서 양육권자를 결정할 것 같습니다.

◇ 조인섭: 사연자분은 남편이 거액의 재산을 빼돌렸다고 하는 입장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어떤 식의 대응을 해야 할까요?

◆ 류현주: 이런 경우가 생각보다 매우 많죠. 그래서 저희도 이혼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상대방 재산에다가 가압류, 가처분 이런 것들을 먼저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압류, 가처분을 하기도 전에 이미 상대방이 재산을 빼돌린 경우라면 이혼 소송을 제기하면서 같이 빼돌린 재산을 원상태로 돌려놓으라는 ‘사해행위취소소송’을 같이 하실 수 있습니다.

◇ 조인섭: 만약에 사해행위취소소송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거를 주장할 수는 있는 건가요?

◆ 류현주: 네, 사해행위취소소송을 하지 않더라도 계좌를 조회해봤는데 계좌에서 큰 돈을 뺐다거나 하는 정황이 있고 이 돈이 혼인생활에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이 명확한 경우라면, 이렇게 은닉한 재산을 상대방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여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 조인섭: 네,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혼인생활 하셨는데요. 재산분할은 어떻게 될 걸로 보여지나요?

◆ 류현주: 보통 20년 정도 혼인생활을 하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재산분할 비율을 50%로 봅니다. 다만, 혼인 전에 부부일방이 이미 가지고 있던 재산이 많은 경우라면 분할비율이 달라질 수 있겠죠. 특히 사연자분은 남편과 재혼이라고 하셨기 때문에 재혼 전에 이전의 혼인생활에서 형성된 재산이 어느정도인지도 고려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 조인섭: 지금까지 신장 이식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도 재판상 이혼 사유가 될 수 있고, 과도한 임신 요구와 시험관 시술을 요구하는 것 또한 재판상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 사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남편이 재산을 빼돌린 건데, 이런 경우 이혼 소송 제기하면서 사해행위취소소송을 통해서 빼돌린 재산도 분할 대상으로 포함될 수 있다고 해주셨는데 이걸 꼭 기억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류현주 변호사와 함께했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