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점 '알라딘'을 해킹해 전자책을 유포한다고 협박해 돈을 뜯은 10대가 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2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김병철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정보통신망법 위반·공갈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박모(18)군을 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영화에서나 나오는 갈취 행위를 실행하고 비트코인으로 흔적을 자르는 시도를, 이 어린 학생이 서슴없이 범할 수 있다는 것에 도대체 우리 현대의 가치관이 어떻게 전도돼 있는지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운을 띄웠다.
이어서 "박 군이 가진 재능을 잘 발휘해서 우리가 익히 아는 실리콘 밸리의 스타가 될 수도, 코인으로 인해 해외 떠돌이 신세가 된 사람의 뒷길을 쫓아갈 수도 있다. 앞날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재판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지적 호기심 등을 잘 발휘해서 인생을 올바른 길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부분을 선택해 주는 것이 박 군과 박 군의 가족, 우리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박 군의 앞날에 대한 가능성을 믿고 기회를 다시 주기로 했다"며 소년부 송치 판결을 했다.
관련 법에 따르면 경찰서장이나 검사, 판사 등은 10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의 범죄 사건을 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할 수 있다. 소년부 판사는 심리를 마친 뒤 소년에게 적당한 보호 처분을 할 수 있다.
이는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처분으로, 소년의 장래 신상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박 군은 지난해 인터넷 서점 알라딘과 예스24 2곳과 메가스터디, 시대인재 등 유명 입시학원 사이트 2곳을 해킹해 140만 건 가량의 암호화된 전자책 복호화키(암호화키의 반대말)와 동영상 강의 569개를 빼낸 혐의를 받는다.
알라딘을 해킹해 전체 전자책의 60%에 해당하는 72만 권을 빼돌린 뒤, 이 가운데 4,959 권의 암호를 풀어 유포했다. 박군은 '비트코인 100BTC(당시 약 36억원)을 보내지 않으면 100만권까지 유포하겠다'고 알라딘을 협박해 8천만원가량의 비트코인과 현금을 뜯었다.
당시 박 군은 수사기관이 추적하기 어려운 텔레그램과 가상자산을 범행에 활용하는 등 어린 나이답지 않은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은 범죄의 중대성과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해 고등학생인 박 군을 이례적으로 구속했다.
YTN 최가영 (weeping0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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