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의사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정부가 불법 집단행동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처벌은 물론 의사면허 박탈까지 경고했는데, 실제 처분으로 이어질지는 의견이 갈립니다.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백종규 기자!
주요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법무부와 대검찰청도 강경 대응 방침을 세웠죠?
[기자]
정부는 의사들의 불법 집단행동에 대해 법에 따라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처할 방침을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법무부도 대검찰청에 전공의들의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하고 의료법 위반과 업무방해 등 불법행위를 신속하고 엄정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또 일부 의료인의 집단행동으로 국민 피해가 우려된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고 관계 부처와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대검도 전국 일선 검찰청에 의료법 위반과 업무방해 등 불법행위에 강제수사 등으로 대응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뒤,
이에 따르지 않으면 의료법 위반으로 형사 고발할 계획인데, 어떤 처벌이 이뤄질 수 있나요?
[기자]
의사들의 사직에 정부는 지금 업무개시명령으로 대응하는 상황이죠.
의료법 59조는 보건복지가족부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보건의료정책을 위해 필요하거나 국민 보건에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명령을 받고 따르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또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으면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도 있습니다.
정부는 이미 이와 관련해 법적 검토를 마쳤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데, 이에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제출하며 맞서고 있습니다.
업무개시명령은 정당한 사유 없는 진료 중단이나 집단 휴업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는 겁니다.
[앵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처벌은 물론 의사 면허까지 박탈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는데,
실제 처분이 가능할지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죠?
[기자]
일단 법조계에서는 업무개시명령 거부가 법 위법이라는 데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합니다.
사직서 제출 자체는 단순 의사 표시이기 때문에 처벌이 어렵지만,
사직서가 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진료거부는 명령위반 가능성이 크다는 건데요.
그러나 실제 처벌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견이 갈립니다.
업무개시명령을 받고도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아 의사들이 재판에 넘겨질 경우,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제대로 의사들에게 전달됐는지를 놓고 법적 공방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업무개시 명령서를 되돌려 보내거나 이메일과 문자를 받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는 절차적 문제도 제기됩니다.
[이동찬 / 의료법 전문 변호사 : 휴대폰을 이용한 문자를 (행정절차법이 인정하는) 전자매체로 보기도 어려울뿐더러, 본다 하더라도 의사들의 개개인 동의가 없으면 송달로 보기 어렵지 않을까….]
실제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업무개시명령에 대처하는 방법 등을 공유하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송달' 과정을 피하기 위해 전화를 받지 않거나 문자 메시지 등을 확인하지 않는 이른바 '블랙아웃' 방식입니다.
이에 대해 정부가 오늘 쓴소리를 내기도 했는데, 직접 들어보시죠.
[박민수 / 보건복지부 2차관 : 정부의 명령을 회피하고, 법적 제재를 피하는 법률 공부에 열을 올릴 때가 아니라, 여러분이 배운 의술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해야 할 때입니다.]
이에 정부는 전공의들이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잠적하더라도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명령서가 송달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인데요.
업무개시명령 송달의 근거가 되는 행정절차법이 지난 2022년 개정되면서,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해 긴급하게 처분할 필요가 있을 때는 문자 전송, 팩스 또는 전자우편 등 문서가 아닌 방법으로 처분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앵커]
의사들의 '자발적 사직'을 집단적인 불법 행동으로 볼 수 있느냐, 이 부분도 법적으로 따져봐야 할 문제인 거 같아요.
[기자]
네 맞습니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결과적으로 집단적인 불법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판단하면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데,
개인적 사유로 사표를 낸 것까지 처벌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사직 및 휴업의 자발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겁니다.
이유가 어떻게 됐던 정말 수련을 그만하겠다는 이들에게까지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없어서
일률적 처벌보다는 개별적으로 사안을 따져봐야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조진석 / 의료법 전문 변호사 ; 재계약 거부 또는 계약 만료로 병원을 나가겠다는 건데 그걸 가지고 집단행동이다, 위법한 집단행동이다 이렇게 단정하는 거는 좀 무리가 아닌가.]
[앵커]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잖아요.
과거에는 의사들이 처벌받은 사례가 있나요?
[기자]
과거에도 정부는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바 있습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와 2014년 원격의료 반대, 2020년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반대 등 세 차례입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는 의사면허가 취소된 사례도 나왔습니다.
당시 의료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김재정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등 9명은 유죄 판결을 받았고
대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돼 김 회장은 면허가 취소돼 3년 뒤에야 재발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반면 지난 2014년 원격의료 반대를 내세워 집단행동을 주도한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집단 휴업 때 의협의 강제성이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집단휴진인 2020년에는 당시 전공의 10명이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해 형사 고발됐지만, 정부가 취하하면서 처벌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과거와 같은 선처나 사후 구제는 없을 거라고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더기 처벌 사태가 현실화할지 주목됩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YTN 백종규입니다.
YTN 백종규 (jongkyu8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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