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4년 06월 22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선정수 팩트체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 (이하 최휘) > 지난 한 주간 있었던 뉴스들 가운데 사실 확인이 필요한 뉴스를 팩트체크해 보는 시간입니다. 선정수 팩트체커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선정수 팩트체커 (이하 선정수) > 네. 안녕하세요.
◇ 최휘 > 오늘은 가리왕산과 올림픽에 대한 내용에 대해 짚어볼 텐데요. 가리왕산은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렸던 곳 아닌가요?
◆ 선정수 > 네. 그렇습니다. 가리왕산은 우리나라에 드물게 남아있던 원시림이었는데요. 원래 일체 개발행위가 금지되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었습니다. 2012년 6월 가리왕산을 평창동계올림픽 스키 활강경기장 부지로 확정했는데요. 산림청은 올림픽이 끝나면 산림을 복원해 다시 보호구역으로 지정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아 중봉과 하봉 일대 78ha를 산림법상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서 해제했습니다. 그리고는 13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베어냈죠. 당시에도 여러 논란이 많았는데요. 울창한 산림을 파괴하는 것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올림픽이라는 메가이벤트를 치러야 하니까 일단 대회를 치르고 원상태로 복원하자는 조건을 달아서 허가를 한 것이죠.
◇ 최휘 >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지 6년이 지났는데요. 그렇다면 당초 약속이 지켜져서 가리왕산은 원상복구가 됐나요?
◆ 선정수 >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도 가리왕산 스키장은 벌거숭이 산으로 그대로 있고요. 스키장을 지으면서 함께 지었던 곤돌라는 정선가리왕산케이블카라는 이름으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강원도와 정선군은 해당 지역을 원상복구하는 대신 국가정원으로 존치시켜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 최휘 >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정상일텐데요. 왜 원상복구에 난색을 표하는 것이죠?
◆ 선정수 > 가리왕산 케이블카 소재지인 정선군은 이 지역에 가리왕산 올림픽 국가정원을 조성해 관광 콘텐츠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원 상태로 복구하는 것보다 케이블카를 존치하고 뭔가 더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관광자원으로 만드는 게 경제적으로 이익이라고 판단하는 것이죠.
◇ 최휘 > 평창올림픽 유치 과정을 되돌아보면요. 3수 끝에 유치에 성공했어요. 당시에는 강원도민들의 열망이 엄청 났었고. 기대감도 상당했단 말이죠. 이제 어느 정도 평가가 완료됐을 텐데요. 평창올림픽의 경제적 효과는 기대한 만큼 거둬들였나요?
◆ 선정수 > 단적인 통계를 하나 가져와 봤는데요.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지자체는 평창군, 강릉시, 정선군 입니다. 인구통계인데요. 2014년 강릉 21만5807명, 평창 4만3660명, 정선 3만9425명 이었고요. 2018년 강릉 21만2957명, 평창 4만2610명, 정선 3만7700명이었습니다. 지난해는 강릉 20만 9439명, 평창 4만 659명, 정선 3만4202명이었습니다. 평창올림픽 유치해서 성공적으로 치러내면 지역 경제가 피어나고, 사람들이 몰려들 것처럼 선전을 했던 것과는 분명히 다른 양상입니다. 문태훈 중앙대학교 도시계획 부동산학과 명예교수의 추산을 가져와봤는데요. 2000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 연평균 지역총생산(GRDP) 성장률은 전국 평균 연간 5.6%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강원도의 이 수치는 연간 5.1%로 나타납니다. 2018년 전후 5년 동안 GRDP 성장률을 살펴봐도 전국 기준으로 보면 올림픽 전 5년 3.96%, 이후 5년 2.63%로 나타났고요. 강원도는 이전 5년 3.89%, 이후 5년 2.28%로 나타납니다. 평창올림픽은 강원도의 GRDP 상승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는 게 드러나죠.
◇ 최휘 > 다음달엔 프랑스 파리에서 올림픽이 열리는데요. 파리 시민들이 세계를 향해 올림픽에 오지 말라고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어요.
◆ 선정수 > 네. 파리시민들이 SNS를 통해서 파리올림픽에 오지 말라고 경고하는 영상이 확산하고 있는데요. 일단 물가와 숙박요금이 감당 못할 만큼 올랐다는 게 가장 큰 이유고요. 대학생 기숙사를 털어서 올림픽 관계자들에게 제공하려는 계획도 불만을 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친환경 올림픽을 표방하면서 선수촌 숙소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겠다는 계획도 대회 참가자들에게 불만을 사고 있고요. 모두가 행복한 올림픽은 아닌 게 분명합니다.
◇ 최휘 > 동계올림픽이 하계올림픽보다 환경 파괴 논란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역대 동계올림픽 중에 환경을 복원한 사례는 없나요?
◆ 선정수 > 아무래도 특성상 광활한 야외공간에서 진행되는 종목이 많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스키, 스노보드, 썰매 이런 종목들은 야외에서 치러지는 만큼 경기장을 지을 때 자연을 더 많이 훼손하게 되는 겁니다. 물론 빙상 종목은 실내 경기장에서 치러지긴 하죠. 여름올림픽은 실내경기장에서 치르는 종목이 많고 대부분 도시 지역에서 소화가 가능합니다. 동계올림픽 경기장 복원 사례도 있는데요. 지금으로부터 52년 전이죠. 1972년 일본 삿포로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렸습니다. 당시 삿포로 조직위원회는 기존 스키장이 있던 데이네산에서 알파인 활강 경기를 치르려고 했는데 국제스키연맹이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국제스키연맹과 조직위원회는 삿포로 근처에 있는 여러 지역을 둘러본 후 국립공원이자 산림생태 보전지역인 에니와산에 짓기로 결정합니다. 주민과 환경단체들은 격렬히 반발했고요. 결국 토론 끝에 원상복구하는 조건으로 스키장을 건설합니다. 복원은 1972년부터 1986년까지 15년간 진행됐는데요. 스키장을 만드는데 8억3400만엔이 들었다고 하고요. 복원하는 데는 2억4000만엔이 들었다고 합니다.
◇ 최휘 > 일본은 무려 50년 전에 우리와 같은 상황을 겪었네요. 복원하는데 15년 걸리고, 공사비의 4분의1이 넘는 금액을 투입한 거네요.
◆ 선정수 > 네. 그렇습니다. 1990년대 이후 메가이벤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는 추세입니다. 막대한 규모의 재원을 투입하고 환경을 파괴하면서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해 주최도시를 파산에 이르게 한다. 이런 맥락인데요. 최근 <미국계획협회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Planning Association)에 발표된 스위스 취리히대의 마르틴 뮬러(Martin Muller) 교수(지리학) 논문에 따르면, 1960년 이후 치러진 올림픽은 예외 없이 예산을 크게 초과한 비용이 들어갔다고 합니다. 초과율은 평균 179%였는데요. 월드컵 축구의 경우에도 1994년 미국 월드컵 이후 주최도시들은 모조리 적자를 봤습니다. 특히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들어간 비용은 그리스 GDP의 3.4%나 됐습니다. 그리스는 이 대회를 치르면서 수십억 유로(수조원)의 적자를 봤는데요. 이는 그리스 경제 붕괴를 촉진하는 요인이 됐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당시에 지어진 스포츠시설들은 지금 방치된 채 흉물 신세가 됐습니다. 러시아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위해 새로운 철도를 놓았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이 철도를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하고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사회적 갈등이 심해졌다고 합니다.
◇ 최휘 > 그래도 평창올림픽 개최하면서 KTX, 고속도로 등 기반시설이 갖춰진 측면이 있지 않나요?
◆ 선정수 > 강릉선 KTX가 건설되고 서울양양고속도로가 신설됐죠. 사회간접자본을 따내기 위해 국제적 이벤트가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회간접자본 건설이 지역을 발전시켰는지는 좀 더 따져봐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평창올림픽을 개최한 지자체들은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단 말이죠. 도로와 철도가 놓여서 다니기가 좋아졌지만 그게 살기좋은 고장이 되는 것하고는 또 다른 문제일 수 있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런 메가이벤트를 하면, 확실히 득을 보는 사람들이 있죠. 개최 예정지 인근에 크게 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땅값이 오르면서 이득을 보죠. 그리고 토목, 건설업자들은 이런 이벤트를 하면 경기장 등 시설을 지어야 하니까 돈을 벌고요. 결국 돈을 버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고 지역주민들은 직접적으로 삶이 크게 나아졌다는 부분이 발견되지 않습니다.
◇ 최휘 > 다시 가리왕산으로 돌아가보면요. 올림픽을 치렀던 경기장인데 그냥 스키장으로 쓰자는 주장도 있어요. 어떻습니까?
◆ 선정수 > 일단 스키장 건설 당시 사회적 합의를 저버렸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고요. 어렵게 합의를 이룬 사안인데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하면, 앞으로도 이런 의사결정을 해야할 일이 있을 때 선례로 작용하면서 극한 대립을 부를 우려가 커지죠. 그래서 사회적 합의는 지켜져야 하는 겁니다. 게다가 이 스키장은 알파인 활강 경기를 치렀던 경기장인데요. 일반인들은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경사가 급합니다. 출발지점과 결승지점의 높이 차이가 800m, 평균 경사각 30도가 경기장 승인 조건이었던 걸 보면 알 수 있는데요. 이걸 개조해서 일반인이 쓸 수 있게 만들자는 주장도 비용적인 측면에서 말이 안 됩니다. 스키협회에선 이걸 존치시켜서 엘리트 선수 육성을 위한 훈련시설로 만들자고 주장을 하는데요. 유지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서 지자체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 최휘 > 가리왕산 케이블카는 올해 말까지 운영하기로 합의했다고 하는데요. 정선군은 이걸 연장시켜달라고 하는 모양이죠?
◆ 선정수 >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강원도는 약속을 뒤집고 2018년 10월 기자회견을 통해 가리왕산을 활용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합리적인 복원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주장했는데요. 2019년 1월 산림청은 국유림 대부 기간 만료로 인한 복구 명령을 내렸고요. 이후 총리실 주재로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만들었습니다. 케이블카는 3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행하되 이후 시설물 유지는 중앙정부가 판단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합의 당시 정부가 내놓은 보도자료를 보면요. 복원 착수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은 즉시 복원에 착수됩니다. 강원도와 관계부처는 동 경기장 조성 협의시 전제조건이었던 산림복구 및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의 복원에 필요한 절차를 이행할 것입니다.>라고 적혀있습니다. 최초 건설 착수 단계에서 복원을 약속하고 허가를 받은 것이고, 올림픽 끝난 이후에 다시 관계자들이 모여서 14차례나 회의를 해서 결국 복원하기로 다시 약속을 한 것이죠. 그런데 지금에 와서 또다른 개발 계획을 내놓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은 것이죠.
◇ 최휘 > 정선군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 선정수 > 지난 19일 국회에서 가리왕산 스키장 복원과 관련한 토론회가 열렸는데요. 여기에 정선군 관계자를 토론자로 초청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선군 관계자는 토론회에 나오지 않았고요. 대신 주최 측에 불참을 알리는 공문을 보냈는데요. 내용을 좀 소개해 드리면요. <우리군은 후대에 물려줄 청정자연의 보전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소멸 위기에 처한 우리군의 최우선 과제는 지역활성화를 통한 '정선'의 존속이며, 후대에 물려줄 '사람사는 정선'입니다. 그리고 그 방법의 일환으로 우리군은 2018 동계올림픽 유산 활용과 생태복원을 절충한 가리왕산 올림픽 국가정원 조성의 지속가능한 생태관광 콘텐츠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토론회의 구성과 주제에서 우리군이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판단되며, 기타 일정 문제로 부득이 불참을 알려드린다. 양해 바란다.> 이런 내용입니다. 지역소멸 위기를 맞아서 뭐라도 해보려고 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습니다. <약속 안 지키는 정선>이런 이미지를 남기면서 전국 각지에 난립하고 있는 케이블카를 고집할 것인지, 당초 약속하고 합의한대로 <모두가 참여하는 산림복원 사례>를 만들어낸 정선으로 기억될 것인지 선택해야 할 시점입니다.
◇ 최휘 > 가리왕산 스키장과 케이블카 복원 논란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는 건 유치원생들도 잘 알고 있는 기본이죠. 가리왕산 생태도 잘 복원하고 사회적 합의, 약속도 잘 지키는 아름다운 선례를 만들어 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선정수 팩트체커였습니다.
◆ 선정수 > 네. 감사합니다.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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