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가 전세사기를 예방하려고 만든 '악성 임대인' 명단에 주택 3천4백여 채를 사들였던 이른바 '빌라의 신' 권 모 씨 등 일부 전세사기범들은 빠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허그(HUG)가 권 씨를 대신해 갚아주고 아직 회수하지 못한 돈이 1,300억 원을 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이현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 오류동에 있는 아파트, 이른바 '빌라의 신'으로 불리는 권 모 씨가 소유했던 주택입니다.
현재는 경매에 넘어갔는데, 세입자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집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권 씨와 공범은 이런 식으로 주택 3천4백여 채를 사들여 전세사기를 벌였습니다.
피해자는 3백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허그는 이 같은 피해 재발을 막기 위해 상습적으로 보증금을 떼먹은 전력이 있는 '악성 임대인'의 명단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빈틈이 있었습니다.
집주인이 '악성 임대인'인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입니다.
이름을 치면 인적사항은 물론 떼먹은 보증금 액수와 기간까지 상세하게 보여주는데, 정작 '빌라의 신' 권 모 씨의 이름을 검색해보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습니다.
악성 임대인 명단을 공개하도록 한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이 시행된 건 지난해 9월.
이보다 앞서 허그가 보증금을 대신 갚아준 경우는 공개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권 씨뿐 아니라 허그가 세 번 이상 보증금을 대신 갚아준 '전세보증 다주택 채무자' 상위 10명 가운데 6명은 조회되지 않았습니다.
['빌라의 신' 전세사기 피해자 : (명단은) 계약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결정적인 이유가 되죠. (권 씨가) 집을 3천 채 이상 갖고 있다고 하는데 악성 임대인 리스트에 안 뜬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임차인들은 명단을 믿고 계약하는 만큼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손명수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실질적으로 임차인 보호에 초점을 맞춰서…. 제도의 취지를 달성하도록 국가재원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뿐 아니라 허그가 권 씨 대신 갚아준 보증금 1,350억 원 가운데 회수한 금액은 34억 원, 단 3%에 불과한 상황.
권 씨를 포함한 '미공개' 악성 임대인 6명에 대한 허그의 대위변제금 5천6백억여 원 가운데 회수한 금액은 260억여 원으로 5%가 채 안 됩니다.
국가 재정으로 악성임대인의 배만 불려주는 건 아닌지, 이들에 대한 구상권 청구 실효성을 높일 대책도 시급해 보입니다.
YTN 이현정입니다.
촬영기자 : 신 홍
디자인 : 이나영
YTN 이현정 (leehj031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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