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0월 11일 (금)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이서연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한동안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드라마죠. 송혜교 주연의 더 글로리 아마 많은 분들 기억하실 겁니다. 학교 폭력을 소재로 삼았었는데, 학창시절 피해자였던 학생이 성인이 된 후 당시 가해자들을 찾아가 처절한 복수극을 펼치는 내용이었죠. 이후 학교 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졌었는데, 1년 하고도 6개월이 지난 현재는 어떨까요? 그때보다 좀 나아진 게 있을까요? 올해 19살이 된 A군은 학교폭력 피해자였습니다. A군의 동창이라는 B군은 A군에게 인격 말살에 가까울 정도의 엽기적 가혹행위를 일삼았던 걸로 알려졌죠. 가혹 행위를 더 이상 참지 못했던 A군은 결국 흉기를 휘둘렀고, 그렇게 학폭 피해자이던 A군은 살인자로 학폭 가해자이던 B군은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너무나도 비극적인 이 사건 잊혀질 겨를도 없이 우후죽순 터져 나오는 학폭 이슈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사건의 X파일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이서연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이서연 변호사 (이하 이서연)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이서연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변호사님께서도 상담하시고 면담도 하시고 사건 진행하시면서 더 잘 아시겠지만 요즘 학교 폭력 사건 진짜 많잖아요.
◆ 이서연 : 네 요즘 학교폭력 사건이 정말 많은데요.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학교폭력 신고 건수는 2022년 3만 3524건에서 2023년 5만7788건으로 3년 만에 무려 72% 이상 급격하게 증가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이게 실제로 학교폭력 건수가 늘어난 건지 아니면 신고를 적극적으로 하는 학생들이 많아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충격적인 수치인 것 같아요.
◆ 이서연 : 네 맞습니다.
◇ 이원화 : 오늘 살펴볼 사건 가해자에게 동정심을 느끼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은데 이번 사건은 유독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그런 케이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 이서연 : 네 오늘 사건은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이 2024년 9월 19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19세 A군에게 징역 장기 5년의 단기 3년을 선고한 사건입니다. A군은 2024년 4월 14일 새벽 중학교 동창인 B군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A군이 이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배경에는 B군의 심각한 괴롭힘과 학교 폭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 이원화 : 그러니까 학폭 피해자였던 A군이 학폭 가해자였던 B군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는 건데, 일단 A군이 어떤 학교폭력을 당했던 건가요?
◆ 이서연 : 네 A군과 B군은 중학교 동창이었는데요. B군과 그 친구들은 A군을 지속적으로 괴롭혔고 졸업 이후에도 길에서 만나면 이유 없이 폭행했다고 합니다. 이 사건 전날 B군은 자신의 친구인 C군과 함께 A군의 집에 찾아왔고, 집이 더럽다는 이유로 냄비에 물을 받아 거실과 방에 뿌린 뒤 A군에게 물을 닦으라고 강요했습니다. 또 B군은 A군의 머리카락을 일회용 면도기와 가위로 자르고, 심지어 A군의 성기와 음모, 머리카락, 귀, 눈썹 부위를 라이터로 지지는 등 가학적인 행위를 하였습니다.
◇ 이원화 : 정말 진짜 말 그대로 입에 담기도 어려울 정도로 끔찍하고 엽기적인 그런 피해를 당했네요.
◆ 이서연 : 네, B군의 충격적인 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는데요. B군은 A군이 옷을 벗게 한 뒤 자위 행위를 시킨 것으로도 모자라 항문에 면봉과 바둑알을 넣으라고 강요를 했고요. A군이 주저하자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때리기도 했으며, 이 모든 행위는 C군의 휴대전화로 촬영되어 다른 학생들에게까지 공유되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자기 범행을 촬영까지 한 거예요?
◆ 이서연 : 가혹 행위는 새벽까지 이어졌고요. 이 과정에서 B군과 C군은 A 군의 입에 강제로 소주를 들이붓는 괴롭힘을 이어나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 이원화 : 조폭도 이렇게는 안 할 것 같은데 A군이 근데 지적장애를 갖고 있었던 모양인데요.
◆ 이서연 : 네 당시 A군은 중증 지적장애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등을 진단받고 신경정신과 처방약을 먹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장시간 인격 말살 수준에 이르는 괴롭힘을 당하던 A군은 결국 극심한 스트레스와 공포를 참지 못하고 B군이 옆방에 물건을 가지러 간 틈을 타서 주방에 있던 흉기로 B군을 찌르게 된 것입니다.
◇ 이원화 : A군이 지적장애가 있었다 이런 말씀도 해주시긴 했지만 만약에라도 A군이 법에 도움을 요청을 했다 아니면 어른들에게 좀 호소를 했다 이랬으면 어땠을까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 이서연 : 저도 A군이 학교폭력 피해자로 법의 도움을 받았다면 B군을 살해하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지 않아도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타깝습니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은 학교폭력대책위원회와 별개로 가해 학생의 형사처벌을 위해 경찰 또는 검찰의 형사고소를 진행할 수 있고요. 이 경우 가해 학생에 대해 수사와 공판이 진행되며 사안의 경중에 따라 소년보호처분 또는 형사처벌까지도 내려지게 됩니다. 소년보호처분의 경우에는 대표적으로 잘 아시는 소년원 입소가 있고요.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 전과가 남게 됩니다.
◇ 이원화 : 최근 이 사건으로 재판이 열린 걸로 아는데 혹시 어떻게 진행이 됐습니까?
◆ 이서연 : 네, 검찰은 A군을 살인 혐의로 기소하고 징역 장기 12년에 단기 6년을 구형했습니다. 한편 A군은 법정에서 지적장애와 과잉 행동장애 등을 진단받고 신경정신과 약을 처방받아 먹던 중 사건 당일 피해자의 강요로 다량의 음주까지 해서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을 했습니다.
◇ 이원화 : 심신미약 상태였다. 고의가 없었다 또는 책임이 제한되어야 된다 이런 주장을 했었던 것 같은데 재판부가 이 부분을 받아들였을까요?
◆ 이서연 : 재판부는 A군의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A군이 수사기관 조사에서 사건 당일 심하게 괴롭힘을 당하면서 피해자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거나 괴롭힘을 당하던 중 중간중간 계속 피해자를 흉기로 찔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점을 들어 A군에게 살인의 고의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았고요. A군이 사건 경위를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기억한 점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변별 능력과 행위 통제 능력을 상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 이원화 : 고의와 책임을 다 인정을 했다.
◆ 이서연 : 또한 재판부는 A군이 형사 공탁을 했으나 피해자 유족이 공탁금 수령을 거절하는 등 용서받지 못한 점과 피해자의 부친이 A군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을 가중 사유를 고려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A군이 피해자로부터 지속해서 괴롭힘을 당해왔고, 사건 당일 피해자가 단순히 폭력을 가하는 정도로 괴롭히는 것을 넘어서 인격 말살에 이를 정도의 폭력과 가혹 행위를 가했다며 범행 동기에 상당한 정도로 참작할 만한 사정이 인정되는 점과 우발적으로 저지른 점 등을 종합해서 A군에게 장기 5년에 단기 3년을 선고하였습니다.
◇ 이원화 : 앞서 단기와 장기 이런 용어들이 나왔는데 이게 A군이 미성년자라서 소년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이런 거죠.
◆ 이서연 : 네 맞습니다. 미성년자의 경우 형기를 장기와 단기로 나눠 정하며 교화 정도에 따라 구체적인 수강 기간이 결정됩니다. 그리고 사망한 B군을 함께 괴롭히던 다른 학생들도 있었다고 말씀을 드렸지 않습니까?
◇ 이원화 : 그 학생들 그 학생 얘기가 빠졌네요. 그러고 보니까 그런데 해당 학생들도 재판에 넘겨졌을 것 같은데 이 동창생을 살해한 A군 같은 경우에는 재판에서 또 피해자로 서게 되는 거죠. 그 재판에서는.
◆ 이서연 : 네 그렇습니다. A군을 괴롭히는 데 가담한 C군의 경우에는 특수폭행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오는 10월 17일 선고를 앞두고 있는데요. 검찰은 C군에게 징역 9년을 내려달라고 요청한 상황입니다.
◇ 이원화 : 굉장히 높은 구형을 했네요. 죄명에 비해서는 참 여러 가지 감정이 드는 사건일 것 같은데 변호사님 보시기에 학폭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 특히 우리 법을 다루는 프로그램이니깐요. 현장에서 뛰면서 이런 부분에 법 개정은 필요하다 생각했던 부분. 혹시 없으세요?
◆ 이서연 : 학교 폭력 사건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예전에는 학교 폭력이 오프라인에서의 신체폭력이나 언어폭력 위주였다면 요즘은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사진 합성 및 유포, 또 피해 학생의 SNS에 몰려가 의미 없는 댓글을 대거 다는 등 사이버 학교폭력이 중첩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사이버 학교폭력의 유형이 다양해지고 괴롭힘도 교묘해지고 있는 만큼 피해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요.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사이버 학교폭력 유형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조치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어 보입니다.
◇ 이원화 : 사이버 학교폭력 말씀하시니까 제가 갑자기 생각나는 사례가 있는데 제가 했던 사례 중에 굉장히 특이했던 사례였어요. 놀리는 걸요 요새는 어디다 게시하고 이런 수준을 넘어서서 나무 위키라고 아시죠?
◆ 이서연 : 네 알고 있습니다.
◇ 이원화 : 나무 위키에다가 피해자에 대한 내용을 여러 명이서 보충을 해가면서 사진도 올리고 별명을 막 써놓고 그런 행동까지 있었어요. 그런 사건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연예인 학폭이 정말 끊이지 않는 이슈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도 말들이 굉장히 많았죠
◆ 이서연 : 네 그렇습니다. 학교 폭력을 주제로 한 드라마 더 글로리에 출연한 배우가 실제 학폭 가해자였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고요. 최근 한 유명 유튜버가 학폭 가해 의혹을 받았던 연예인과 함께 여행하는 영상을 올렸다가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 이원화 : 저는 최근 보고 정말 황당했던 뉴스가 학교폭력 가해자였던 학생이 경찰관이 된 후에 피해자에게 청첩장을 보냈다. 이거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 이서연 : 네 사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이기는 합니다. 말씀하신 사건은 17년 전 학교폭력 가해자가 경찰관이 되어서 학교폭력 피해자에게 청첩장을 보낸 사건인데요. 해당 게시글 작성자의 주장에 따르면 가해자는 작성자에게 소위 빵셔틀을 시키고 비인간적인 학교폭력을 가했던 사람이라고 합니다.
◇ 이원화 : 그래서 이 사람이 이런 청첩장을 받고 굉장히 충격을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어떤 심경이었다고 하나요?
◆ 이서연 : 작성자는 중학교 졸업 후에 힘들었던 기억을 잊고 잘 살고 있었는데 가해자가 갑자기 결혼식 초대를 하면서 그 시절이 다시 떠오르면서 매우 불쾌하고 혼란스러웠다고 밝혔습니다. 작성자는 또 청첩장을 무시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가해자가 왜 무시하냐는 내용의 메시지를 또다시 보내는 것을 보고..
◇ 이원화 : 실수가 아니네요. 그러면?
◆ 이서연 : 의도적이었습니다. 가해자에게 충격을 주지 않으면 경찰 직위를 이용해서 미래에 다른 사람들에게 폭력을 가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작성자는 청첩장에 적힌 신부의 연락처로 학교폭력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습니다.
◇ 이원화 : 학교 폭력이 사실이라면 지금이라도 조사해서 처벌해야 한다. 경찰 못하게 해야 한다 징계해라. 여론이 거셌는데 이거 법적으로는 다 어려운 모양이더라고요.
◆ 이서연 : 네 그렇습니다. 해당 학교폭력 사건은 17년 전에 발생한 일인데요. 이는 가해자가 경찰 입관이 되기 전에 발생한 사건이어서 국가공무원법이 적용되지 않아 직위 해제나 징계 처분이 어려운 사안입니다. 뿐만 아니라 폭행죄와 상해죄의 공소시효도 이미 한참 지나서 형사책임을 묻기도 어렵습니다. 또한 학교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남성이 해당 경찰관의 이름과 신상 정보를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의 글을 올린 만큼 오히려 학교폭력 피해자가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고요. 해당 경찰관 역시 법적 조치 후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 이원화 : 사건 X파일 오늘은 자신에게 엽기적 가혹행위를 일삼던 동창생을 살해해 학교폭력 피해자에서 피고인이 돼버린 10대 청소년 살인 사건 살펴봤습니다. 어떤 이유가 됐건 살인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될 최악의 범죄입니다만 이 사건 결코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피고인의 아버지는 잘못했고 그에 따라 형량은 정해지겠지만 아들이 학폭 피해를 당한 걸 생각하니 속이 뒤집힌다 이야기했다고 하죠. 그 어느 케이스보다도 마음이 무거워지는 그런 사건 아닐까 싶습니다.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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