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뒤늦은 면이 있기는 하지만 경찰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의 유서를 확보하고, 가족들을 면담하면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습니다.
피해자는 편지 형식의 유서에서 딸과 가족을 향한 애끓는 사랑을 차마 놓지 못했는데, YTN은 유족의 동의를 얻어 이 가운데 일부를 공개합니다.
부장원 기자가 이어서 보도합니다.
[기자]
불법 사채에 시달렸던 싱글맘 A씨는 삶의 마지막 자락에서도 여섯 살 난 딸을 잊지 못했습니다.
딸에게 꾹꾹 눌러 쓰며 남긴 글에는 회한과 사랑이 가득했습니다.
내 똥강아지, 너로 인해 울고 웃었고, 사람이 됐다 생각했는데….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보는 너의 얼굴이, 목소리가, 웃음이, 장난치는 짓궂음이 하나하나 모든 게 대못처럼 박힌다.
주말 동안 먹고 싶어 했던 빼빼로, 젤리 직접 전해줄 수 없어 정말 미안하고, 사랑한다, 내 새끼
자신의 품에서 언제나 환하게 웃던 아이와 꾸려갈 미래는 불법 추심이 한순간에 앗아갔습니다.
[A 씨 유가족 : 다 그 사람들 때문에 (내 딸이) 간 거 아니에요.]
피해자는 험한 세상에 든든한 버팀목은 못 되어주고 큰 짐만 된 자신을 용서하지 말라면서,
마지막까지 딸을 향해 사랑한다고, 미치도록 보고 싶다고 셀 수 없이 되뇌고 되뇌었습니다.
[A 씨 유가족 : 엄마 미국 갔다니까 돈 많이 벌어오라고 하고, 얘기도 안 해요. 언젠가는 알게 되겠죠.]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에도 홀로 자신의 어린 딸을 돌보던 아버지가 끝까지 눈에 밟혔다던 피해자,
세상을 향한 원망이라도 한껏 쏟아낼 법했지만, 철없는 선택을 해 죄송하다는 말만 끊임없이 반복했습니다.
경찰은 불법 사채와 추심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피해자의 유서를 확보하고, 가족들을 면담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YTN 부장원입니다.
※ YTN은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 세상을 등진 30대 여성의 삶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사채 내역이 포함된 유서를 확보했습니다. YTN은 유서에 담긴 마지막 호소가 불법 추심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유족의 동의를 얻어 일부를 공개합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YTN 부장원 (boojw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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