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YTN은 이번 주 우리 측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벌어지는 중국 어선의 탈법 어업 행태, '비밀어창'에 대해 기획 보도를 이어왔습니다.
보도 후 우리 정부에서도 중점 단속 등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는데요.
이 내용 취재한 사회부 김이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네, 먼저 '비밀어창'이란 게 정확히 뭔가요.
[기자]
네, 쉽게 생각하면 중국 어선이 물고기를 몰래 저장하기 위해서 배에 만든 공간입니다.
과거에는 나무판자 같은 거로 가려두는 등 수법이 조악한 편이었고, 선체를 아예 개조하는 식의 신종 '비밀어창'은 올해 초 처음 확인됐습니다.
지난 1월 24일 첫 단속 영상 함께 보겠습니다.
해경이 중국 어선을 세워서 올라타고, 수색하다가 선체 벽에 있는 틈새를 발견한 상황입니다.
그 틈새를 잡아당겨 보니 뒤쪽으로 어획물이 보이는데요.
숨겨졌던 문인 건데, 이걸 열고 들어가면 안쪽에 물고기 상자들이 잔뜩 쌓여있습니다.
수법이 교묘한 만큼 해경도 첩보를 입수하고 나서 실제 발견하기까지는 15개월이 걸렸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네, 또 다른 형태의 '비밀어창'도 있습니까?
[기자]
네, 우리 해경에 적발된 또다른 '비밀어창' 모습은 조금 다릅니다.
영상 보시면 아래쪽에 네모난 구멍이 보입니다.
정상 어창 바닥 가까이 만든 구멍인데, 성인 1명이 겨우 들어갈 크기입니다.
하지만 이 통로를 기어서 들어가면, 내부 공간은 다시 커집니다.
천장에 냉동 장치도 설치해두는 등 물고기를 보관할 수 있게 개조가 된 겁니다.
[앵커]
그럼 지금 이렇게 들어간 공간이 배 내부 어디인 건가요.
[기자]
네, 기름탱크인데, '비밀어창'으로 주로 개조되는 공간입니다.
보시면 배 안에 이렇게, 원래 물고기를 실어도 되는 정상 어획물 창고들이 있고, 바로 뒤쪽에 일부 기름탱크가 붙어 있습니다.
수직적인 위치로는 조타실 아래쪽인데요.
어창과 이 기름탱크 사이 벽에 진입로를 뚫어둔 뒤 숨기고, 탱크는 창고로 고쳐서 기름 대신 물고기를 넣는 겁니다.
단속이 이어질수록 물고기를 넣는 구멍과 사람이 들어가는 구멍을 분리하는 등 위치와 구조, 수법이 계속 진화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앵커]
수법이 상당히 교묘해 보이는데요.
개조는 어떻게 이뤄지는 겁니까?
[기자]
네, 중국에는 이런 '비밀어창'을 만들어주는 전문 업체와 조선소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YTN이 단독 입수한 현지 조선소 영상을 보시면, 금어기인 지난 7월에 중국 저장성 온령 지역에 있는 해상조선소입니다.
정상적인 어창 바닥 가까이 좁은 출입구 너머로 보이는 게 기름탱크인데요.
같은 벽면에 유압식 전동 문도 보이고, 기존 어창에 얼음을 채운 것처럼 꾸미고도 실제로는 물고기를 숨길 수 있게 비밀 통로를 뚫어둔 흔적도 있습니다.
YTN은 '비밀어창'이어도 진짜 기름탱크처럼 위장해 해경 의심을 피할 수 있다는 업체 관계자 녹취도 입수했는데, 직접 들어보시죠.
[중국 현지 '비밀어창' 제작업체 관계자 : 바깥쪽 열어봐, 그럼 기름이 있어. (어, 기름이 나오면 무사하겠네?) 그럼 안쪽에서 기름이 나오겠지? 알겠어? 기름탱크 기름을 다 빼내려고 할 수는 없잖아?]
[앵커]
이런 '비밀어창'은 왜 만드는 겁니까?
[기자]
중국 어민들이 우리 측 수역에서 할당량보다 더 어획하거나, 치어처럼 잡으면 안 되는 물고기를 잡아 숨기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올해 첫 단속 당시를 보면 정상 어창에는 어획 가능한 물고기 7백 킬로그램을 보관해뒀습니다.
'비밀어창'에는 2.8톤이 숨겨져 있었는데, 그중에는 손가락 굵기 정도 되는 어린 갈치같이 잡아서는 안 되는 물고기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한국과 중국은 25년 전 어업협정을 맺은 뒤부터 매년 서로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조업할 수 있는 어선 수와 어획량을 합의해왔습니다.
올해는 1,150척이 양측 수역에 들어가 55,750톤까지 잡을 수 있는데요.
이 할당량을 모두 채우면 철수해야 해서 수익을 내기 위해 어획량을 속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얼마나 많은 중국 어선에 이 '비밀어창'이 설치된 것으로 보이는 상황인가요.
[기자]
네, 상당수 중국 어선에 '비밀어창'이 설치됐을 거로 의심되는 정황들은 포착이 된 상황입니다.
먼저 올해 첫 단속 직후에 근처에서 조업하던 다른 중국 어선 1백여 척이 전속력으로 달아났다고 하는데요.
달아난 뒤에는 서로 무전을 전하면서 발각돼 돈을 못 벌게 됐다면서 적발된 선장을 비난하고, 어떤 부분을 더 개조해야 할지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7월에는 중국 현지에서 열린 어민 연수회에서 중국 정부 관리가 고장 난 문은 들킬 수 있는데 왜 들어갔느냐는 취지로 책망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졌습니다.
[앵커]
실제로 많은 중국 어선이 '비밀어창'을 쓰고 있다면 어민 피해가 클 것 같은데, 단속은 잘 이뤄지고 있나요.
[기자]
네, 통계상으로 최근 5년 동안 우리 정부가 '비밀어창'을 적발한 중국 어선은 16척에 불과한데요.
이마저도 올해 적발된 게 9척으로 절반 이상입니다.
해경은 '비밀어창' 하나가 평균 20톤 정도의 어획량을 숨길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올해 들어 10월까지 우리 수역에 들어와 조업한 중국 어선 수가 9백여 척인데, 이 중 절반 정도가 '비밀어창'을 설치했다고 가정하면 최대 9천 톤의 물고기, 그러니까 올해 중국 어선이 받은 총 어획 할당량의 16% 정도를 더 실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앵커]
아직 단발성 단속만 이뤄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잡히면 처벌은 잘 되고 있나요.
[기자]
현재로써는 '비밀어창' 자체에 대한 처벌 규정은 따로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에서도 올해 어업공동위원회 회담에서 중국 측에 처벌 규정을 신설하자고 제안했는데, 실제 논의가 이뤄지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중국 내부적으로는 주의 신호를 보낸 정황이 확인됐는데요.
YTN이 입수한 중국 현지 어민 단체 대화방을 보면 어민협회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이런 당부 글을 보냈습니다.
한국 측이 '비밀어창'에 관심을 보여 중점 단속할 것으로 보이니 출항 전 미리 준비하라는 내용입니다.
[앵커]
중국 측과 협조가 잘 이뤄져야 단속이 수월해질 것 같은데, 앞으로 대책이 있습니까?
[기자]
네, 우선 YTN 단독 연속 보도가 나간 뒤 해양수산부는 설명자료를 냈습니다.
중국에 계속 문제를 제기해왔고, 외교 채널을 통해서 강력히 항의하겠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최근 해경과 합동단속도 진행했다면서 앞으로도 '비밀어창' 같은 은닉 수법을 집중 점검하고 담보금 부과 기준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비밀어창'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숨길 수 있는 구조이다 보니 밀수 같은 다른 범죄에도 악용될 우려가 나오는 만큼, 앞으로도 정부에서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 내용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사회부 김이영 기자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YTN 김이영 (kimyy082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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