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복작복작 사람 사는 온기로 가득했던 그곳이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데까진, 정말, 몇 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피할 수 없을 만큼, 그것은 너무도 빠르게, 돌진해왔죠. 70대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갑자기 식당으로 돌진했고 이 사고로 결국 사람이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습니다.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했죠. 정말 이 사고는 운전자의 주장대로 급발진 때문이었을까요?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우리는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떠올리곤 합니다. 음주나 약물정황은 없었는지, 운전에 영향을 줄 기저질환은 없었는지, 혹은 페달 오조작은 아니었는지. 그날의 ‘진실’은 과연 가려지게 될까요. 100세 시대, 여러분은 과연 몇 살까지 운전할 수 있겠다 생각하시나요? 일정 나이가 되면 면허를 반납해야 한단 목소리도 나오지만 정작 내가 직접 그 나이가 되어보지도 않고, 누군가의 이동권을 함부로 끊어내는 것 또한 가볍게 볼 문젠 아닙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고령자의 급발진 주장사고가 반복되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죠.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문제,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윤치웅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윤치웅 : 네 안녕하세요. 윤치웅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오늘은 급발진 주장 사고 가운데서도 고령 운전자가 사고를 낸 케이스들을 중심으로 이야기 나눠보려고 하는데요. 일단 법적으로 몇 살 이상이면 운전해선 안 된다, 이런 기준이 혹시 있나요?
◆ 윤치웅 : 원칙적으로 현재 한국에서 고령의 운전자에 대해 운전을 금지하는 기준은 없습니다. 연세가 있으신 분들도 운전을 할 수 있지요. 대신 도로교통법에서는 특정 연령 이상의 운전자에 대해 운전면허증 갱신 과정에서 안전교육을 받도록 하거나 면허증 갱신 기간을 단축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 이원화 : 요즘 ‘조건부 면허제 도입’ 이야기도 나오던데 이건 어떤 내용이죠?
◆ 윤치웅 : 네. ‘조건부 면허제’는 운전에 문제가 되는 질환을 가진 분들이나, 고령자를 대상으로 운전 적합성 평가를 하고, 제한된 조건에서만 운전을 할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운전 적합성 평가에서 고위험 운전자에 해당된다면 고속도로 운전이나 야간 운전을 제한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 이원화 : 그런데 이게 자동차 관리법에 저촉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도 있던데요. 어떤 문제가 걸려있는 거죠?
◆ 윤치웅 : 조건부 면허제에서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를 설치하는 조건을 붙일 수 있는데요, 이 장치가 상당히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자동차관리법 제35조 제2항에는 자동차의 안전한 운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임의로 변경하거나 설치, 추가, 삭제하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결국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를 설치하게 되면 자동차관리법에서 금지하는 소프트웨어의 임의 설치나 추가에 해당할 우려가 있게 되는 것이죠. 현재 여러 지자체에서 고령의 운전자분들을 대상으로 면허 자진반납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경우 만 70세 이상의 어르신께서 면허를 반납하시면 20만 원이 충전된 교통카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소에 운전을 하시지 않으시는 분들이 주로 반납을 하시다 보니 실질적인 교통사고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 이원화 : 네, 저는 그래서 아까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얘기 해주셨는데요. 애초에 자동차를 만들 때 이걸 의무적으로 포함시켜서 만들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요즘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일흔이 넘어도, 40대처럼 보이는 분들도 많고요. 반대로 나이는 어린데 운동신경이 60대보다 떨어지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뭐든 간에, 몇 살부터가 고령운전자다, 정해진 기준이 있나요?
◆ 윤치웅 : 정확한 기준은 없지만, 도로교통법상 만 65세부터 운전면허증 갱신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만 65세 정도를 기준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이원화 : 운전면허증 갱신이라는 게 사실 굉장히 형식적이잖아요? 이게 어느 정도 실효성 있게 좀 자리를 잡아야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들 어쨌든 부정할 수 없는 건 고령 운전자의 급발진 주장 사고가 최근에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 같아요.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한번 살펴볼까요?
◆ 윤치웅 : 최근 천안에서 70대 운전자가 운행하는 택시가 승용차와 오토바이 등과 충돌하여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용인에서도 60대 운전자가 식당으로 차량을 돌진시켜 식당 손님 한 분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지는 일이 일어났죠. 두 사건 모두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했습니다.
◇ 이원화 : 운전자가 ‘급발진이었다.’ 주장한다고 해서, 그 말이 법적으로 그대로 인정되진 않죠? 어떤 절차를 거쳐서 어떻게 판단을 하게 되는 겁니까?
◆ 윤치웅 : 우선 차량 후미에 브레이크등이 점등되었는지 여부가 중요하겠지요. 브레이크를 밟으면 브레이크등이 켜지게 됩니다. 그러니 브레이크등은 차량이 급발진을 한 것인지 페달을 오조작한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입니다. 그리고 차량의 사고기록장치도 분석해야 합니다. ‘EDR’이라고도 하는데요, EDR에는 가속 페달을 밟은 정도나 브레이크 페달 작동 여부, 차량 속도 등이 기록됩니다. 급발진을 주장하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EDR 기록 분석을 의뢰하게 됩니다.
◇ 이원화 : 국과수 차량 감정 결과는 재판에서 어느 정도의 증거력을 갖게 되나요?
◆ 윤치웅 : 국과수에서는 기록을 분석한 결과를 보내 주는데요, 법원에서는 이 결과의 신뢰성을 매우 높게 인정합니다. EDR 기록에서 운전자가 어떤 페달을 밟았는지 명확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여러 법원에서 EDR 기록을 반영하여 판결을 내리고 있습니다.
◇ 이원화 : 최근 부천의 한 시장에서도 60대 운전자가 상점으로 돌진하면서 사상자가 다수 발생한 사고가 있었는데, 이 사고 역시 운전자가 처음에는 급발진을 주장했었죠?
◆ 윤치웅 : 맞습니다. 트럭 운전자가 트럭을 몰고 부천 제일시장 통행로를 질주했는데, 이 사고로 인해 70대 여성 2명이 사망을 하셨고요, 부상자도 무려 18명이나 발생했습니다.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고요.
◇ 이원화 : 그런데 사고 이후, 내부 블랙박스가 있었나 봐요? 그걸 확인해보니,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페달을 밟았던 정황이 드러난 걸로 알려졌는데. 이렇게 운전자의 과실이 명백해지면 어떤 혐의가 적용되고, 형량, 처벌수위는 어떤 요소들에 따라 달라지나요?
◆ 윤치웅 : 부천제일시장 사건의 경우 운전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를 받게 됩니다.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를 반영해서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높은 처벌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치상 혐의까지 함께 받게 되겠죠. 피해자분들이 18분이 다치셨기 때문에요. 대신 사고의 경위, 합의 여부, 전과 등 여러 사유들을 바탕으로 실제 처벌 수위가 정해질 것으로 봅니다.
◇ 이원화 : 조심스럽게 예측을 해보자면, 너무나 많은 사상자들이 발생을 한 사건이고 사망자도 이미 2명이나 나왔고요. 그리고 가속 페달을 계속해서 밟았다는 그런 사실. 어떻게 보면 과실이 있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난 상황이기 때문에 실형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이 되기는 합니다. 운전자의 나이가 처벌 수위에 영향을 주기도 하나요? 그러니까 고령이라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된 경우도 있는지 궁금한데요?
◆ 윤치웅 : 고령의 운전자의 경우에는 형량에 유리하게 적용될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실제로 형법 제51조에는 연령이 양형사유가 된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고요. 살펴보니 피고인의 고령을 양형사유로 반영한 판례들도 존재합니다.
◇ 이원화 : 여기서 청취자분들이 혹시라도 오해하실까 봐 좀 첨언을 해서 말씀을 드리자면, 고령의 운전자니까 뭐 실수를 할 수 있었다 이런 취지로 감명을 해주는 게 아니라요.고령의 고령의 피고인은 감옥에 가기 적절하지 않다고 보는 거예요. 그래서 형량이 좀 감형이 되는 그런 경향이 좀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부천 제일시장 사고 같은 경우는, 운전자가 ‘모야모야병’이라는 뇌질환을 앓고 있었단 이야기도 나왔는데 기저질환이 사고 책임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나요?
◆ 윤치웅 :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형법 제10조 제2항에서는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 변별하거나 의사결정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감경사유임을 규정하고 있고요. 부천제일시장 사고에서 운전자가 모야모야병이라는 뇌질환으로 인해 운전능력에 영향이 있었다면 참작이 될 여지가 있지요. 대신 의사 등 전문가의 의료감정을 통해서 운전자가 실제로 운전 능력의 저하가 있었는지의 여부를 확인해 봐야 되겠습니다.
◇ 이원화 : 이 모야모야병이라는 것이 운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이건 뭐 단순히 병이 있다고 해서 바로 감염이 되거나 하는 건 아니고 실제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좀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말씀이잖아요?
◆ 윤치웅 : 네, 그런 객관적 증거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그렇죠 아니면 관련 기관에 감정을 보내서 회신을 받는 경우도 있을 수가 있겠습니다.
◆ 윤치웅 : 그런 부분도 실무적으로 진행이 많이 되고 있는 부분입니다.
◇ 이원화 : 지난해 여름이었죠. 시청역에서 역주행 참사가 발생했는데 법적 분쟁이 최근에서야 마무리 됐거든요? 운전자에게 금고 5년이 확정됐는데, 1심과 2심 판결이 갈렸고 대법에서 2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내용을 보면, 1심은 ‘실체적 경합’으로 7년 6개월, 2심은 ‘상상적 경합’으로 5년, 이었는데 이게 사실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무슨 얘기인가 할 것 같거든요? 이게 어떤 차이인 겁니까? 알기 쉽게 설명을 해주시죠.
◆ 윤치웅 : 이 사건의 경우에는 하나의 행동이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면 ‘상상적 경합’이고, 각 행동마다 죄가 따로 성립하는 경우를 ‘실체적 경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시청역 역주행 참사의 경우에는 1심에서 피해자마다 하나씩의 죄가 성립한다고 보아 실체적 경합에 근거한 판단을 내렸고요, 2심에서는 가속 페달을 밟았다는 하나의 행위로 인해 여러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아 상상적 경합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 이원화 : 끝으로 고령 운전자 사고를 줄이기 위해 지금 가장 시급히 보완돼야 할 가장 현실적 해법, 뭐라고 보세요?
◆ 윤치웅 : 운전자들이 운전이라는 행위가 얼마나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충분히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순간의 실수로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칠 수 있고, 큰 물적 피해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저도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항상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 이원화 :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