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그날은 40대 여성 A 씨의 장례식 날이었습니다. A 씨는 욕실에서 미끄러져 사고로 사망했으며, 슬하엔 아직 어린 자녀도 있었죠. 그리고 그녀의 장례식장엔 A 씨의 언니와 형부 역시 자리를 지키고 있었죠. 장례식장을 찾아 A 씨의 자녀를 살뜰히 돌보던 형부 B씨. 그런데 그렇게 두 달여가 지났을 즈음, 정말 믿기 힘든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A 씨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형부 B 씨.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B 씨는 처제 A 씨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과거에 알아낸 비밀번호를 입력해 몰래 집으로 침입했습니다. 가족이니 무슨 부탁을 받은 것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혀 아니었죠. 말 그대로 ‘무단침입’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집으로 돌아온 처제와 마주치게 됐죠. 남성은 처제의 얼굴을 가린 채 성폭행을 시도했고, 옥신각신 격렬한 싸움이 이어지던 중 순간 신원이 드러난 형부 B 씨, 그리고 이때부터 사건은 되돌릴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야 말았는데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사건, 차근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이수현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이수현 : 안녕하세요, 이수현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변호사님, 이 사건이 처음엔 욕실에서 미끄러진 사고사로 알려졌는데 실제로는 사고가 아닌, 형부가 처제를 살해한 치밀한 범죄였던 거죠? 사건의 흐름부터 짚어볼까요?
◆ 이수현 : 네, 그렇습니다. 처음엔 단순 사고사로 처리될 뻔한 사건인데요. 하지만 수사 결과, 이 사건은 철저히 계획된 범행임이 드러났습니다. 가해자인 30대 남성 A 씨는 지난 2017년 B 씨의 언니와 결혼했습니다. 그런데 결혼 생활 중 아내와의 불화, 장인과의 갈등 등으로 처가 식구 전체에 깊은 적개심을 품게 되었는데요. 특히 평소 처제인 B 씨를 성적 대상으로 노려오던 중, B 씨가 갈등 상황에서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자 이를 계기로 범행을 결심하게 됩니다. 사건 당일, A 씨는 B 씨의 집에 무단 침입해 숨어 있다가 귀가한 처제를 성폭행했고, 자신의 정체가 탄로나자 결국 잔인하게 살해하기에 이르렀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비밀번호는 어떻게 알고 들어간 겁니까?
◆ 이수현 : 그 부분에서 가해자의 치밀함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A 씨는 과거 가족 모임이 있었을 때, 처제가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것을 몰래 훔쳐보고 이를 기억해 둔 것인데요. 범행 당일인 지난해 12월 5일, A 씨는 처제가 자녀를 등원시키기 위해 집을 나선 사이를 정확히 노렸습니다. 비어 있는 집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 처제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린 것이죠.
◇ 이원화 : 범행 당시 얼굴을 가렸단 점도 눈에 띄는데, 처음부터 강도사건으로 위장을 하려고 했던 걸까요?
◆ 이수현 : 맞습니다. 가해자 A 씨는 자신의 신원을 철저히 숨기려 했습니다. 범행 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목조르기 기절', '경동맥 압박', '두부 외상 사망' 등을 검색하며 범행 방법을 연구했고요. 자신의 얼굴을 가리기 위해 넥워머와 모자를 미리 준비했습니다. 심지어 범행 후 갈아입을 여벌의 옷까지 챙겨가는 등 우발적인 범행이 아닌, 아주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였습니다. 처제인 B 씨가 귀가하자 얼굴에 이불을 씌운 상태로 제압해 성폭행을 저질렀는데, 처음에는 신분이 노출되지 않은 채 성적 욕구를 채우고 강도 소행으로 위장하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격렬한 몸싸움 도중 B 씨가 이불을 걷어내며 가해자가 형부임을 알아버렸고, ‘형부!’라고 외치는 순간 가해자는 완전범죄를 위해 살인을 결심한 겁니다. 어쨌든 처제는 결국 사망하게 됐고요. 이제 남은 문제는 이 남성 입장에서 시신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가 문제잖아요? 이 남성이 어떻게 했을 것 같으세요?
◇ 이원화 : 글쎄요. 차로 실어서 유기라도 했나요? 어떻게 했습니까?
◆ 이수현 : 유기가 아니라 현장에서 '사고사'로 위장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A 씨는 B 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화장실로 옮겼습니다. 머리를 욕조 쪽으로 향하게 두고, 화장실 바닥에 물과 세제를 뿌려두었죠. 마치 B 씨가 욕실 청소를 하거나 씻으려다 미끄러져 머리를 부딪쳐 사망한 것처럼 연출한 것입니다. 그 후 준비해온 옷으로 갈아입고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갔습니다. 더 소름 돋는 건 그다음 행동입니다.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태연하게 라면을 끓여 먹고 음란물을 시청한 뒤 잠을 잤고, 심지어 이후 장례식장에 나타나 슬픈 척하며 엄마를 잃은 조카들을 돌보는 인면수심의 태도를 보였습니다. 경찰에 붙잡히기까지 약 두 달 동안 그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가 범행이 발각돼 체포되어 재판에 넘겨진 것입니다.
◇ 이원화 : 범행 직후 집으로 돌아가 라면을 끓여 먹고, 잠을 자고, 심지어 장례식장에 가서 아이들을 돌봤다는 점. 이 부분이 많은 분들을 더 충격에 빠뜨렸던 점 아닌가 싶은데, 이런 행동들은 재판에서 어떻게 해석되나요?
◆ 이수현 : 재판부는 이러한 행동을 '극도로 무거운 죄질'로 판단했습니다. 범행 도구와 방법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점뿐만 아니라, 범행 후 사고사로 위장해 증거를 인멸하려 한 점. 그리고 유족들에게 용서를 구하거나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채 기만적인 행동을 이어간 점을 엄중하게 보았습니다. 특히 자신의 가학적 욕구 충족을 위해 인척 관계인 피해자를 이용하고 살해한 행위는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로 해석했습니다.
◇ 이원화 : 친족 관계란 점이 양형에 영향을 미쳤을까요?
◆ 이수현 : 네, 중형을 내리는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재판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에서 강간등살인 혐의를 적용했는데요. 비록 가해자가 형사 처벌 전력이 없고, 불우한 성장 과정에서 얻은 왜곡된 성 인식이 범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일부 고려되었으나, 친족 관계에 있는 처제를 대상으로 한 범죄의 잔혹성, 그리고 대담함이 훨씬 무겁게 받아들여졌습니다. 결국 1심과 2심 모두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30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 10년 등을 명령하며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 이원화 : 변호사님, 방금 살펴본 사건과 같은 특수한 비극. 과거에도 형부와 처제라는 관계 안에서 참극이 벌어진 사건이 있었거든요? 어떤 사건인지부터 살펴볼까요?
◆ 이수현 : 네, 2016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김포 조카 살인 사건'이 있습니다. 어느 날 대학병원 응급실에 3살 남자아이가 의식을 잃고 실려 왔는데요, 끝내 숨졌습니다. 병원 측은 아이의 몸에 있는 멍 자국을 보고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고, 함께 온 여성 A 씨가 긴급 체포되었습니다. 당시 호적상으로 이 여성은 아이의 이모였고, 경찰은 처음엔 '이모가 조카를 발로 차 살해한 사건'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졌습니다. 숨진 아이가 조카가 아니라 여성 A 씨가 형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낳은 '친아들'이었던 겁니다.
◇ 이원화 : 처음엔 이모가 조카를 살해한 사건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숨진 아이가 조카가 아니라 여성의 친아들이었단 점이 충격적인데,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겁니까?
◆ 이수현 : A 씨는 지능지수가 54인 지적장애를 앓고 있었습니다. 19살이던 고교 시절부터 형부 B 씨에게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해왔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형부는 몸이 아픈 아내를 대신해 조카를 돌보러 온 처제를 위협해 성폭행을 저질렀고, 임신을 하자 낙태를 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후로도 성폭행은 계속되었고, 여성은 형부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출산해 남성의 자녀로 출생신고를 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이런 아이가 하나가 아니라 둘이 더 있었다는 점입니다. A 씨는 B 씨의 성폭행으로 인해 숨진 아이를 포함해 총 3명의 자녀를 출산했고 이 아이들은 모두 형부와 언니의 자식, 즉 가해자의 조카로 호적에 올라가 있었습니다.
◇ 이원화 : 그러니까 형부의 성폭행으로 태어난 아이가 셋이나 있었단 이야기잖아요? 그런데 이쯤 되면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겁니다. 친언니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건가요? 도대체 이런 상황이 어떻게 가능했던 거죠?
◆ 이수현 : 당시 친언니는 몸이 몹시 아파 정상적인 생활이나 육아가 힘든 상태였습니다. 가해자 A 씨는 지적장애로 인해 경제적 자립 능력이 없었고, 형부 부부의 집에 살며 언니의 자녀 2명과 자신이 낳은 아이 3명 등 총 5명의 아이를 독박 육아하며 지냈습니다. 언니는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거나, 설령 의구심이 들었더라도 형부의 폭언과 위세에 눌려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A 씨는 형부가 자신의 인생을 망쳤다는 분노 속에서도, 아이들이 자라날수록 자신을 성폭행한 형부를 닮아가는 모습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꼈다고 합니다. 사건 당일, 아이가 말을 듣지 않고 반항하자 쌓여있던 분노가 폭발하면서 아이를 폭행하면서 아이가 사망하는 비극적인 범행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 이원화 : 말씀을 들어보니, 이 여성이 장기간 성폭력 피해자이자, 극심한 정신적, 육체적 압박 속에서 살았구나 싶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어린아이를 숨지게 한 건 사실입니다. 엄연한 범죄고요. 법원은 이 부분을 어떻게 판단했나요? 심신미약이라든지 감경 요소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 이수현 : 법원도 이 사건의 특수성을 깊이 고려했습니다. 가해 여성 A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는데, 이는 살인죄의 양형 기준상 권고되는 최하한의 형량입니다. 재판부는 A 씨가 오랜 기간 성폭행 피해자였으며, 기형적인 상황에서 얻은 정신적 충격과 출산 우울증, 독박 육아 스트레스가 범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형부 B 씨에 대해서는 ‘처제를 성폭행해 3명의 아이를 낳게 하고도 반성하지 않는다’며 징역 8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검찰은 A 씨에게는 13년을, 형부 B 씨에게는 10년을 구형한 것과 반대로 법원은 여성의 처지를 최대한 참작해 선처한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 이원화 : 이 여성이 처음엔 ‘형부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 말했던 모양이던데. 이건 왜 그랬고, 중간에 입장이 바뀌었다면서요. 왜 그랬던 거죠?
◆ 이수현 : 처음엔 가족이라는 관계와 지적장애로 인한 판단력 저하 때문에 형부를 보호하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형부 B 씨의 뻔뻔한 태도가 그녀의 마음을 돌려놓은 것입니다. B 씨는 수사 과정에서 ‘처제가 먼저 나를 유혹했다’, ‘숨진 아이는 내 자식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과 윤간해서 낳은 아이다’라는 식의 파렴치한 거짓말을 일삼았다고 합니다. 이 사실을 전해 들은 A 씨는 큰 충격을 받았고, 결국 ‘형부를 엄벌해달라’며 입장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DNA 검사 결과 세 아이 모두 형부의 자식임이 명백히 밝혀졌고, 형부의 이 뻔뻔한 거짓말은 도리어 본인에게 엄벌이 내려지는 이유가 된 것입니다.
◇ 이원화 :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요, 국민참여재판을 둘러싼 공방이거든요?
◆ 이수현 : 처제 A 씨는 자신의 억울한 사연과 처참했던 삶의 과정을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하고 싶어서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했습니다. 반면 형부 B 씨는 자신의 파렴치한 범행이 대중 앞에 낱낱이 공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렸고, 배심원들 앞에 서는 것이 수치스럽다며 일반 재판을 요구했습니다. 재판부는 결국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는데요. 두 사람의 사건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에 재판을 병합해 진행할 필요성이 컸기 때문입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섞인 복잡한 관계 속에서 국민참여재판이 자칫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사법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