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휘 아나운서 (이하 최휘) : 미디어 속 언어를 재해석해 보는 미디어 언어 시간입니다. 제25회 밀라노-코르티나 2026 동계 올림픽이 어느덧 중반에 접어들었습니다. 사실 시차 때문에 새벽에 생중계를 보기는 쉽지 않지만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항상 깨어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올림픽과 메달의 어원에 대해 함께 알아볼 텐데요. 매일경제에서 ‘말록 홈즈’ 시리즈를 연재하고 계신 어원 연구가 신동광 작가 나오셨습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 신동광 언어연구가 (이하 신동광) : 말 속에 답이 있다, 안녕하세요. 말록 홈즈 신동광입니다.
◆ 최휘 : 반갑습니다. 이번 올림픽 여러 가지 상황들로 인해서 경기 현장을 보기가 만만치 않은데요. 작가님은 어떻게 잘 보고 계신가요?
◇ 신동광 : 아직까지는 마음만으로만 응원하고 있습니다. 평일엔 출근 부담 때문에 경기 결과만 보고 있어요. 그런데 이번 설 연휴에는 마음 놓고 라이브로 응원에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최휘 : 새벽에 중계하는 경기들이 많다 보니까 저도 생중계로는 못 보고 있는데 올림픽 때는 특히 애국심이 막 불타오르잖아요.
◇ 신동광 : 네 그렇습니다.
◆ 최휘 : 올림픽이라는 거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 신동광 : 한마디로 정리하면 신에게 바치는 운동회가 바로 올림픽이라는 말의 본질이에요.
◆ 최휘 : 멋진데요.
◇ 신동광 : 올림픽의 본명은 엄밀히 말하면 올림픽 게임스(Olympic Games)입니다. 문자적 의미로 해석하면은 올림피아의 제전 경기라는 뜻인데요. 여기서 이제 전이라고 하는 건 제사 행사에서 여는 운동 경기를 의미합니다.
◆ 최휘 : 그렇군요. 올림피아도 실제 지역명이잖아요. 어떤 이유로 이곳에서 이런 행사가 열렸는지도 궁금해요.
◇ 신동광 : 올림피아는 고대 그리스에 있었던 엘리스라는 지역의 도시예요. 제우스 신전으로 유명한 곳이죠. 발음이 비슷한 올림푸스가 떠오르실 텐데요. 올림푸스는 본래 산을 뜻하다가 하늘, 천상 천개로도 의미가 확장된 말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올림푸스사는 실제 지명인 동시에 신들이 모여 사는 상상의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 최휘 : 그리스 신화에는 정말 수많은 신들이 등장을 하잖아요. 다른 지역에서도 이 제전 행사가 열렸나요?
◇ 신동광 : 실제로 여러 지역에서 제전이 열렸어요. 올림피아의 올림픽을 비롯해서 네메아의 네메아제, 벨포이의 피에티아제, 코린트의 이스토미아제 등이 대표적인 제전이었습니다. 신을 숭배하는 의식을 치른 후에 운동 경기를 진행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경기를 제전경기라고 불렀는데요. 제전경기의 시초는 그리스 신들의 두목 그리스신들의 최고 권위를 가진 제우스에게 바치는 육상 경기였다고 합니다. 이 제전경기가 오늘날의 명랑 대운동회인 올림픽의 시초였습니다.
◆ 최휘 : 오 지역마다 열린 이 제전 행사 이름도 제각기 달랐군요. 그럼 신에게 바치는 운동회를 4년마다 개최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 신동광 : 평화를 도모했죠. 기원전 8세기경 그리스 도시 국가들은 오랫동안 서로 치열하게 싸워서 공멸의 조짐을 보였습니다. 이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로 엘리스의 왕이었던 이피테스가 전쟁 상대국 스파르타의 전을 제안했습니다.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경건한 기간 동안엔 나라들은 전쟁을 자제했죠. 나아가서 최초 8년에 한 번이었던 이 대회 주기를 4년에 한 번으로 조정했습니다. 제전의 주기가 길면 그 사이에 전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죠. 모두의 평화를 위해 함께 존중했던 신에게 신세를 진 셈입니다.
◆ 최휘 : 전쟁을 잠깐 쉬자 이런 의미로 8년에서 4년으로 주기를 좀 짧게 줄였군요. 근대의 올림픽이 부활한 이유도 세계 평화를 위해서였다고 들었는데요. 고대 올림픽 정신이 계승된 거였네요. 그럼 이 평화의 스포츠로는 어떤 종목들이 있나요?
◇ 신동광 : 올림픽 종목은 원래 단거리 달리기 하나였습니다. 이후에 원반 던지기, 창 던지기, 레슬링, 판크라치온. 판크라치온은 권투와 레슬링이 합쳐진 종합 격투기 같은 종목이에요. 이런 종목들로 늘어났습니다. 사실 이 경기들은 모두 전투력을 상징하는 스포츠들이에요. 평화의 제전의 스포츠라고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치열하게 싸울 수밖에 없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빠르고 힘세고 무기도 잘 쓴다. 그러니 함부로 쳐들어왔다가는 당신들도 성취 못할 줄 알아라 혹은 우리 시민들이 이렇게 대단한 걸 해냅니다. 그러니 뭐 해달라고 하면 성실하게 협조합시다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추정할 수가 있죠. 그러니까 각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은 나라의 운명을 짊어지고 경기에 임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최휘 : 평화를 도모하기 위해 열린 운동회지만 내가 이렇게 강하다 우리가 이렇게 세다 좀 이렇게 과시하려는 의도도 좀 있었던 걸로 보이네요.
◇ 신동광 : 네 아이러니죠. 수천 년을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현대 올림픽은 인종과 국가 혹은 이념의 우월성을 증명하기 위해서 한층 더 치열해졌죠. 이는 선수들이 금지 약물을 사용하거나 심판에게 옳지 못한 판단을 의뢰하거나 아니면 편파 판정 같은 부분들로 여실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 최휘 : 맞아요. 권력과 자본의 힘 앞에서 정의가 얼마나 무력한지를 좀 깨워주는 것 같아서 씁쓸하기도 해요.
◇ 신동광 : 평화를 표방하는 전 세계인의 대운동회가 희망과 정의를 억압하는 불의의 위세 자랑이 돼 버린 셈인데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에는 감동이 있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꿈을 향해 달려온 우리 선수들 ‘PTS’라고 얘기를 할 수가 있습니다. 그들이 흘렸던 피와 눈물과 땀을 블러드 티 스웨트라고 얘기하면 PTS가 되는데요. 내 나라 내 선수를 응원하면서 우리를 느끼고 우리나라 선수가 아니라 다른 나라 선수라고 해도 그들의 노력과 그 감동적인 열정에 우리가 모두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그런 뜻깊은 자리가 되겠죠.
◆ 최휘 : 방금 말씀해 주신 게 사실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는 거 같습니다.
◇ 신동광 : 네 그렇습니다.
◆ 최휘 : 정말 다양한 종목들과 또 세계의 수많은 선수들을 볼 수 있는 기회도 드물잖아요. 마지막으로 우리 선수들의 승리의 훈장인 메달의 어원을 알아볼까요?
◇ 신동광 : 메달은 가치나 금전과 관련이 있습니다. 라틴어 메탈룸에서 온 것이 아니라 동전을 뜻하는 후기 라틴어 메달리아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러니까 메달이랑 메탈이랑 살짝 어감이 비슷해 가지고 저도 그 메달이란 말이 메탈에서 온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아니더라고요. 중간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메달리스 또는 가치가 반밖에 안 되는 작은 동전을 의미하는 메달리아가 고대 프랑스어로 기념주화나 장식용 동전을 가리키는 메달을 거쳐서 영어 메달로 자리 잡았습니다.
◆ 최휘 : 화폐 가치가 낮은 작은 동전을 부르는 말이었는데 점점 특별한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발행된 기념주화를 뜻하게 됐고 오늘날의 이 상징적인 메달로 발전을 하게 된 거네요.
◇ 신동광 : 정말 이해를 설명보다 훨씬 더 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최휘 : 제가 정리를 좀 잘했나요?
◇ 신동광 : 그럼요. 훈장도 메달이라고들 얘기를 하죠. 아무튼 이런 어떤 영광과 어떤 기념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탄생 배경은 결국에는 상징적인 동전이라고 얘기할 수가 있습니다.
◆ 최휘 : 우리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잖아요. 오늘 이렇게 올림픽과 메달의 어원을 알고 나니까 앞으로 남은 경기와 시상식 장면이 더욱 뜻깊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우리 선수들 후회 없이 그간 갈고닦은 기량을 함께 마음껏 펼쳐 보이고 돌아오길 응원하면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신동광 : 시상식장에서 애국가가 더 많이 울려 퍼지기를 고대하겠습니다.
◆ 최휘 : 지금까지 신동광 작가와 함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