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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금지령' 두 달 만에 '러브콜'...트럼프가 앤트로픽에 다시 손 내민 이유[와이파일]

와이파일 2026.04.17 오전 10:42
앤트로픽 미토스 사태가 드러낸 AI 시대의 '안보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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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금지령' 두 달 만에 '러브콜'...트럼프가 앤트로픽에 다시 손 내민 이유[와이파일]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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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것을 필요하지도, 원하지도 않으며, 그들과 다시는 거래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앤트로픽(Anthropic)의 AI 프로그램의 전면 사용 금지를 명령하면서 한 말입니다.

그로부터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백악관 행정관리예산국(OMB)은 연방 기관들에 앤트로픽의 신형 AI 모델 '미토스(Mythos)'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이메일을 돌렸습니다. 같은 행정부, 같은 해의 일입니다.

#미토스가 무엇이기에

앤트로픽이 이달 초 제한된 기술 기업들에게만 먼저 공개한 미토스는 출시 직후부터 이례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모델은 수십 년간 발견되지 않았던 수천 건의 사이버 보안 취약점을 단기간에 식별해냈습니다. 시스코, 구글, 팔로알토 네트웍스 등 50여 개 기관이 참여한 '프로젝트 글래스윙(Project Glasswing)'을 통해 위력이 확인되자,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JP모건·골드만삭스 등 주요 은행 수장들을 직접 불러 사이버 위험 대응에 미토스를 활용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재무부도 금융 시스템 취약점 파악을 위해 접근권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백악관 국가 사이버국장실의 숀 케언크로스는 공개 석상에서 "고도화된 AI 모델은 방어적 측면에서 이전에는 해결하기 매우 어려웠던 취약점을 수정하는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방어'라는 단어를 강조했지만, 이면의 논리는 자명합니다. 취약점을 찾는 능력은 동시에 그것을 공격하는 능력이기도 합니다. 앤트로픽이 일반 공개를 미루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퇴출과 러브콜 사이

사태의 배경을 이해하려면 지난 몇 달의 경위를 돌아봐야 합니다.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체결된 계약에 따라 이미 미군의 표적 분석과 정보 처리 시스템에 깊숙이 통합되어 있었습니다. 갈등의 도화선은 올해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이었습니다. 앤트로픽이 자사 AI가 해당 작전에 어떻게 활용됐는지 구체적인 경위를 묻기 시작하면서 국방부와의 충돌이 본격화됐습니다.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군사 작전을 개시해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사망한 작전에도 클로드가 위성 이미지 분석과 표적 선정에 활용됐다는 보도가 잇따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앤트로픽 사용 금지를 선언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의 일이었습니다.

앤트로픽은 자사 AI 모델의 활용에 두 가지 원칙적 한계를 설정했습니다. 완전 자율 무기 시스템에의 사용 금지, 그리고 자국민 대상 대규모 감시 목적의 사용 금지입니다. 국방부가 이 제한의 철회를 요구했고, 앤트로픽이 거부하면서 충돌이 빚어졌습니다. 국방부는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supply-chain risk)' 기업으로 지정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사용 금지 명령으로 이어졌습니다.

앤트로픽은 소송으로 맞섰습니다. 캘리포니아 법원에서는 정부와의 거래를 유지할 수 있는 예비 금지 명령을 얻어냈습니다. 워싱턴 연방 항소법원은 앤트로픽의 위협 지정 중단 긴급 요청은 기각했지만, 심리를 신속히 진행하도록 했습니다. 법적 공방이 현재진행형인 상태에서, 이번에는 백악관의 다른 부서가 미토스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의 구도에서 주목할 점은, 트럼프 행정부 내부가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국방부는 앤트로픽을 위협으로 규정했지만, 백악관 행정관리예산국(OMB)과 국가 사이버국장실은 미토스의 방어적 가치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AI 거버넌스 체계가 얼마나 파편화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원칙이 만든 역설

앤트로픽의 입장은 복잡한 해석을 요구합니다. 회사는 AI 안전을 사업 모델의 중심에 놓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자율 무기와 감시 사용을 거부한 결정도 연장선에 있습니다. 군과의 충돌은 회사의 원칙을 지킨 대가였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원칙이 역설적인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국방부 계약에서는 배제됐지만, 재무부와 민간 금융기관들로부터는 신뢰를 얻고 있습니다. ‘안전한 AI를 만드는 회사’라는 브랜드가 협상 테이블에서 카드가 됐습니다. 미토스의 공개 출시를 서두르지 않는 결정도 같은 맥락에서 읽힙니다. 앤트로픽 측은 안전성 확보와 함께 컴퓨팅 자원 한계와 서비스 안정성도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이런 신중함 자체가 오히려 정부 기관들이 앤트로픽의 모델을 더 원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앤트로픽의 행보를 순수한 원칙의 관철로만 보기도 어렵습니다. 미토스는 분명 강력한 공격 도구가 될 수 있고, 그것을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제공하느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질문입니다. 앤트로픽이 정부의 요청을 어디까지 수용할지, 그 과정에서 스스로 설정한 원칙과 어떻게 균형을 맞출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기술이 먼저, 규범은 나중

이번 사태의 더 큰 함의는 개별 기업이나 행정부의 문제를 넘어섭니다. 미토스처럼 방어와 공격의 경계를 허무는 강력한 AI 모델이 등장했을 때, 국가는 어떤 기준으로 그것을 통제하고 활용해야 하는가. 지금까지의 답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 행정명령은 사용 금지를 선언했지만 실무 관료들은 도입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엇갈린 판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기술의 속도를 규범의 속도가 따라가지 못할 때 불가피하게 혼란이 나타납니다.

AI를 둘러싼 안보 딜레마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느 국가든 강력한 AI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배척하면 자국이 손해를 보고, 무조건 수용하면 통제권을 잃을 위험이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두 달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은 그 딜레마 앞에서 국익의 계산이 달라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이 정치적 일관성의 결여인지, 아니면 현실에 대한 합리적 재평가인지는 각자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필요가 원칙을 이긴다.'

AI 패권 경쟁 앞에서 이념이나 원칙은 언제든 쉽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예외는 없습니다. 위험한지 알면서 상대방이 쓸까봐 내가 먼저 쓰는 패턴, '안보 딜레마'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YTN digital 김재형 (jhkim0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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