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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화 : 유치원 측 설명은, 오히려 더 큰 분노를 불러왔습니다. 심지어 고인이 입원 중이던 시점에 사직서가 제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졌는데요. 만약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유치원은 왜 해당 교사의 사직서를 위조하려 했던 걸까요. 그리고 유치원 교사가 직접 병가를 요청하지 않았다면, 해당 사건에서 사용자 책임은 사라지는 걸까요.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화 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권지안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권지안 : 예, 안녕하십니까. 권지안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사건을 다루다보면, 상식이 더 이상 상식으로 작동하지 않는 순간을 너무 많이 마주하게 되는데, 이번 사건 역시 그랬던 것 같아요. 부천의 한 사립유치원에서 20대, 젊은 여교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 권지안 : 네, 정말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경기 부천의 한 사립유치원에서 근무하던 20대 여교사 A씨가 올해 1월 27일 B형 독감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요. A씨는 확진 이후에도 사흘간 정상 출근을 이어갔습니다. 결국 1월 30일 체온이 39.8도까지 치솟아서야 조퇴를 하게 됐고, 그날 밤 피를 토하면서 다음 날 새벽 응급실로 이송됐습니다. A씨는 중환자실에서 2주간 치료를 받았지만, 2월 14일 연쇄알균 독성쇼크 증후군과 폐 손상과 패혈성 쇼크등 합병증으로 결국 사망했습니다. A씨가 독감 판정을 받은 지 18일 만의 일이었습니다. 더 충격적인 건 고인이 지인들에게 "너무 아파서 눈물 나", "미치겠어"라고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원장에게는 "몸 관리 좀 더 신경 써야 했는데 죄송하다, 내일 마스크 쓰고 출근하겠다"고 사과의 문자를 보냈다는 점입니다.
◆ 이원화 : 이게 단순히 ‘좀 아픈데 출근했다’ 정도가 아니라 업무 강도가 상당했다는 것 같던데, 어느 정도였던 겁니까. 그리고 이런 부분들이 단순히 안타깝다란 차원을 넘어서 법적으로도 중요한 포인트가 될까요? 그러니까 사망 직전의 며칠, 혹은 그 전부터 누적된 과도한 업무 부담, 이런 것들이 이후 법적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건지 궁금한데요.
◇ 권지안 : 네, 굉장히 중요한 지점입니다. 고인은 독감에 걸리기 전부터 이미 극한의 업무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1월 19일부터 24일까지 신입생 설명회 행사 준비로 고강도 육체노동을 이어갔고, 퇴근 후에도 '주간 놀이 협의 보고서' 작성을 위해 늦은 밤까지 재택근무를 해야 했습니다. 심지어 토요일인 24일 휴무마저 반납하고 출근했고, 그날 자정부터 고열 증세가 시작된 겁니다. 법적으로는 이런 누적된 과로와 업무 부담이 독감 증세를 악화시킨 직접적 배경으로 작용했는지가 산재 인정 여부와 원장에 대한 형사 책임 판단에 핵심 근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A씨가 과로로 면역력이 극도로 떨어진 상태에서 적절한 휴식과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계속 근무하게 한 게 사망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인지 그 인과관계를 따져야 겠죠.
◆ 이원화 : 그런데 문제는 이겁니다. 유치원 측에선 “본인이 조퇴나 병가를 신청하지 않았다” 이렇게 설명하고 있거든요. 실제 쉬기 어려운 분위기, 눈치, 압박, 관행이 있었다고 한들, 본인이 먼저 쉬겠다, 말하지 않았다면, 사용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나요?
◇ 권지안 :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 관련볍인 학교보건법 55조, 질병관리청과 교육부의 감염병 관리 지침을 보면 감염병에 걸린 교직원에 대해 등교와 출근을 중지시킬 수 있다고 규정(권고)하고 있거든요. 원장은 이 권고 지침을 지키지 않은 겁니다. 또한 사용자는 단순히 근로자가 요청할 때만 반응하면 그만인 게 아닙니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지켜야 할 '안전배려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법정 감염병 확진 판정을 받은 교사가 "마스크 쓰고 출근하겠다"는 문자를 보냈다면, 사용자 측에서 선제적으로 "오지 말고 쉬어라"는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생기는 겁니다.
◆ 이원화 : 그런데 독감이란 게 감염병이잖아요. 일반 성인도 아니고, 유아를 돌보는 유치원 교사였는데 한 교사의 건강 문제를 넘어서 아이들 건강과 안전에도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였거든요. 법정 감염병에 걸린 교사가 계속 근무하게 한 부분, 아이들의 건강, 안전권 차원에서 문제삼을 여지는 없나요? 좀 더 나아가서 아동학대라든지요.
◇ 권지안 : 충분히 짚어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유아를 돌보는 교사를 계속 출근시킨다면 이런 행동은 아이들의 감염 위험에 노출시키는 행위로 볼 수 있겠죠. 유아교육법상 원장은 원아의 안전과 건강을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 키우는 청취자분들도 이 부분을 굉장히 걱정하실 것 같고 이런 부분도 저희가 다 확인을 해봐야 될 부분이기는 하지만 사실 직접적으로 아동 학대라고 인정을 할 만한 사안인가를 볼 때는 사실 법리적으로 따졌을 때 조금 보수적으로 봐야 될 부분은 있습니다. 그런 형사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을 정도의 어떤 구성 요건이 충족되는지는 사실 조금 더 따져봐야 될 부분이기는 합니다.
◆ 이원화 : 결국 이 사건이 재판으로 가게 되면, 가장 큰 쟁점 가운데 하나는, 인과관계일 것 같습니다. 제때 쉬지 못하고 근무를 이어간 게 사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줬는지, 연결고리를 어떻게 입증하느냐의 문제... 법적으로는 이 연관성을 어떤 방식으로 입증하게 되죠? 그리고 이 사건 같은 경우는 어떨까요.
◇ 권지안 : 네, 인과관계 입증이 이 사건의 핵심입니다. 사망진단서에는 B형 독감으로 인한 연쇄알균 독성쇼크 증후군, 폐 손상, 패혈성 쇼크가 사인으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의학 전문가들은 B형 독감 감염 시 폐 기능 저하와 면역력 감소로 이런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고요. 법적 인과관계 입증은 '상당 인과관계', 즉 그 업무상 요인이 없었더라면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상당한 개연성을 보이면 됩니다. 감염병 확진 후 즉시 쉬지 못하고 사흘간 계속 근무한 것이 증세를 악화시켰다는 점, 그리고 사용자가 치료와 휴식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 연결되면 인과관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기도교육청도 "큰 틀에서 A씨 사망을 직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방향을 같이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 이원화 : 형사책임의 주체는, 원장이 되는 건가요? 아니면 실제 운영에 관여한, 해당 교사의 일과 연관된 다른 유치원 관계자들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건가요.
◇ 권지안 : 아직은 수사가 진행이 되고 있기 때문에 저희가 명확하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일차적으로는 원장이 형사책임의 주체가 됩니다. 원장은 사용자로서 안전배려 의무가 있고, 감염병 확진 교사를 계속 출근시킨 데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을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경찰이 원장 등 유치원 관계자를 불구속 입건하고 압수수색까지 진행했습니다. 해당 유치원 설립자가 최소 3개의 사립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유치원들에 대한 감사와 수사로도 이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 이원화 : 그리고 이 사건, 사직서 위조 의혹까지 불거졌던데 사직서를 뭐 어떻게 위조했단 거고,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유치원 측에서 사직서를 위조한 이유가 있을 거잖아요. 법적인 책임 면에서 본다면, 어떤 이유 때문이었을까요.
◇ 권지안 : 충격적인 부분입니다. 고인이 중환자실에서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2월 10일 자로 고인의 자필 서명이 들어간 사직서가 작성됐고, 유치원 측은 2월 20일, 즉 고인이 사망한 지 6일 후에 이 사직서를 부천교육지원청에 제출했습니다. 혼수상태인 사람이 사직서를 쓸 수 없다는 건 상식이고, 유치원 측도 결국 "우리가 실수한 것"이라며 위조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왜 이런 일을 했을지 살펴보면요, 핵심은 사학연금과 관련이 있습니다. 사학연금공단은 교직원 재직 중 사망 시 사망 조위금을 유족에게 지급하는데, 퇴직 후 사망이면 지급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즉, 유치원은 고인을 사망 이전에 이미 퇴직 처리함으로써 유족이 조위금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동시에 산재 및 사용자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재직 중 사망'이라는 사실 자체를 지우려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이거 만약 사실로 밝혀지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단순히 도의적으로 비난받는 수준에 그칠 문젠 아닌 것 같은데요?
◇ 권지안 : 단순한 도의적 비난으로 끝날 문제가 아닙니다. 형법상 사문서 위조 및 위조 사문서 행사죄가 적용됩니다.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고, 경찰이 이미 원장 등을 사문서 위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압수수색까지 진행한 상태입니다.
◆ 이원화 : 산재 인정은 가능한 상황입니까?
◇ 권지안 :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현재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이 유족 신청에 따라 직무상 재해 여부를 심의 중이고, 경기도교육청도 "직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방향에 동의한다"고 밝혔습니다. 산재 인정의 핵심은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 인과관계인데요. 고인이 신입생 설명회 준비로 극한의 과로를 했고, 독감 확진 후 충분한 치료와 휴식 없이 사흘간 근무를 이어갔으며, 사용자가 치료와 휴식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 모두 인정된다면 산재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독감이 개인 질병으로 분류될 경우 보수적으로 접근해 부결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독감에 걸린 것이 아니라, 과로로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쉬지 못하고 근무를 이어간 과정이 사망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전체적 맥락이 중요하게 고려될 것입니다.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