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해상 봉쇄로 원유 수출길이 막힌 이란이 원유 저장고가 빠르게 차오르자 이미 산유량을 줄이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이란 고위 관리는 블룸버그에 "이란은 원유 저장고가 가득 찰 때를 기다리기보다 수용한계를 미리 관리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원유를 감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수십 년간 제재를 받은 이란이 이와 유사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을 미국이 간과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심 수익원인 석유 부문을 타격하면 이란과 대결에서 승리하리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해상 봉쇄로 이란이 원유를 수출하지 못하면 원유 저장 탱크 포화로 결국 산유량을 감축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유정이 영구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실제로 유정은 한번 감산하면 산유량을 회복하기 어렵고 아예 불능화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란은 제재로 유정이 중단되는 일이 잦아 유정에 영구적 손상을 주지 않고 신속히 재개하는 노하우를 익혔다고 이란 관리들이 블룸버그에 말했습니다.
특히 2018년 당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핵 합의를 파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이란은 산유량을 대폭 줄여야 했는데 이때 '유정 재가동' 기술을 더욱 연마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습니다.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과거엔 제재 속에서도 '그림자 함대'를 이용해 이란이 원유를 중국 등으로 어느 정도 수출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미국의 해상 봉쇄로 이런 방식이 통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합니다.
블룸버그는 "이란도 원유를 계속 생산하는 노력이 일정 기간만 유효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관건은 고유가로 인한 미국의 고통보다 이란이 더 오래 버틸 수 있는지"라고 짚었습니다.
이란의 원유 저장고가 가득 차 유정을 강제로 폐쇄해야 하는 '탱크 톱'에 언제 도달할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주 전 이란의 석유 인프라가 사흘 안에 마비된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JP모건 등에선 한 달 정도가 남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 분석 전문 기업인 볼텍 사는 이란이 여전히 6,500만∼7,500만 배럴의 해상 저장 용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전략 자문 회사인 옵시디언 리스크 어드바이저는 "미국은 이란이 압력을 그대로 흡수하며 예측 가능한 시간표에 따라 붕괴할 거라는 가정하에 움직인다"고 짚었습니다.
하지만 "이란은 굴복하지 않고 적응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반면 트럼프 1기 행정부의 해외 자산 통제국(OFAC) 출신인 미아드 말레키는 "1기 때는 유조선, 외국 항구의 도움으로 탱크 톱을 피했지만, 이번엔 강제 폐쇄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장고가 다 차면 이란은 국내 소비량(1일 약 200만 배럴)을 제외한 나머지 1일 약 100만 배럴의 산유량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터키, 파키스탄 등 육상 국경을 통한 원유 수출량은 일일 30만 배럴 미만으로 알려졌고 철도를 이용한 중국 수출은 경제성이 떨어집니다.
볼텍 사는 "이란의 석유 수출 인프라는 유연성을 바탕으로 구축됐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부유식 저장 시설, 환적, 노후 유조선 등 여러 수단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흐름을 유지해 제약은 있지만 작동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가장 큰 변수는 미·이란의 종전 협상과 미국의 해상 봉쇄 의사가 될 전망입니다.
YTN 이승윤 (risungy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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