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지난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4년 동안 친딸을 성폭행한 남성에게 ‘징역 1503년’이 선고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또 2020년엔 10년 동안 친딸을 성폭행한 남성에게 ‘징역 723년’이 선고되는 일도 있었죠. 실제 지난 2010년 필리핀에선 1년 동안 매일같이 자신의 친딸을 성폭행한 남성에게 무려 ‘1만 4,400년의 징역형’이 선고됐습니다. 360차례 범행이 인정됐고, 1회당 징역 40년씩 계산된 결과였죠. 더 놀라운 건 이 형량이 ‘오히려 감형된 결과’였다는 점입니다. 당초 1심 법원은 이 남성에게 ‘사형’을 선고했었죠. 바로 그 지점입니다. ‘양형’이란 그저 단순히 숫자를 매기는 일이 아니죠. ‘그 사회가 범죄를 얼마나 중하게 보는지 여실히 드러내는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선 ‘자신의 친딸을 40년 동안 성폭행하고, 그 사이에 태어난 딸이자 손녀에게까지 같은 범행을 저지른 남성’에게 ‘징역 25년’이 선고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그리고 끝까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한 이 남성의 항변은 과연 법원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사건의 전말과 법원의 판단까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 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김정기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김정기 : 안녕하십니까? ‘로엘 법무법인’의 김정기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사건의 사실관계부터 차근히 정리해 보죠. 구체적으로 어떤 범행이 있었던 건지 사건 개요부터 들어볼까요?
◆ 김정기 : 정말 입에 담기도 끔찍한 사건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1985년부터 이 남성의 범행이 시작됐는데요. 당시 처음 피해를 당했던 딸은 ‘초등학교 2학년’, 아주 어린 나이였습니다. 그런데 이 악몽 같은 범행이 무려 ‘40년 동안’이나 이어졌습니다. 법적으로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는 범행 횟수만 ‘최소 277회’에 달하는데요. 워낙 옛날 일이라 기록이 안 남는 걸 생각하면 정말 빙산의 일각이겠죠. 딸은 그 기나긴 세월 동안 여러 번 도망치려고 했지만 계속 붙잡혀 왔고, 그 과정에서 ‘네 번이나 임신과 낙태를 반복’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청취자 여러분 이거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고 화가 나는 사실이 남아 있습니다.
◇ 이원화 : 자신의 딸을, 그것도 미성년자일 때부터 성폭행해 왔고 그 과정에서 임신과 낙태를 반복하다가 결국 출산까지 했는데 이것보다 더 충격적이게 남았습니까?
◆ 김정기 : 언론에 따르면 결국 딸이 아버지의 아이를 다시 임신해서 2012년에 딸을 낳게 됩니다. 족보상으로는 손녀지만 핏줄로는 사실 가해자의 친딸이기도 한 거죠. 그런데 이 가해자는 ‘그 아이가 10살도 채 되기 전부터 수년 동안 또다시 성폭행’을 저질렀습니다. 아니 도대체 ‘왜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진작 도망치지 않았을까’ 이렇게 답답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아주 어릴 때부터 가장 믿어야 할 어른에게 이런 범죄를 계속 당하면 피해자는 그냥 순응하는 것만이 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일종의 깊은 무기력에 빠지게 되는 거죠. 하지만 자신의 아이마저 똑같이 끔찍한 일을 당하는 걸 보고 딸은 미치도록 괴로워하다가 결국 사회에 도움을 청할 용기를 내게 된 것입니다.
◇ 이원화 : 더 화나는 건 사건이 드러난 뒤 ‘가해자의 태도’였거든요? 100만 번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국에 태도가 아주 가관이었죠?
◆ 김정기 : 네, 정말 뻔뻔함의 극치였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구속돼서 재판을 받으면서도 ‘나는 술에 취해서 전혀 기억이 안 난다’라면서 범행을 전부 잡아뗐습니다. 심지어 딸이 자기한테 독립할 자금을 안 주니까 앙심을 품고 거짓말로 신고했다. 즉 자기를 무고한 거라고 우기기까지 했습니다. 게다가 평소에 친딸을 마치 자기 아내인 것처럼 대하고 다른 남자 만나는 걸 의심하기까지 했다고 하니, 정말 일반인으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태도죠.
◇ 이원화 : 기억 안 난다, 무고다, 심지어 돈 문제 때문에 그런 거다. 이 정도면 정말 본인이 그렇게 믿고 있는 건지 아니면 이게 재판 전략인 건지... 워낙 오래된 일이니까 증거가 없을 거다 생각한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만약에 이 남성의 변호인이었다면 이런 주장을 그대로 고수하셨을 것 같으세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정기 : 저라면 절대로 그런 식으로 변호하지 않습니다. 이 가해자는 범행 기간이 워낙 40년으로 길다 보니까 ‘옛날 일이라 뚜렷한 증거가 없겠지’, ‘일단 억울하다고 우기면 통하겠지’ 하는 아주 얕은 생각으로 그런 전략을 쓴 것 같은데요. 하지만 유전자, 즉 DNA 분석 결과라는 확실한 과학적 증거가 있었고 피해자의 진술도 아주 구체적이고 일관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끝까지 거짓말을 고수하는 건 재판장님을 화나게 해서 형량만 높이는 아주 무모하고 어리석은 태도입니다.
◇ 이원화 : 법원은 이런 태도를 당연히 더 괘씸하게 보죠.
◆ 김정기 : 그렇습니다. 법원은 이 남성이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할 모녀의 인생 기회를 완전히 빼앗아 버렸다고 지적했습니다. 모녀가 평생 서로의 고통을 보면서 살아가야 하는 비극을 만들어 놓고도 범행을 끝까지 부인하며 오히려 딸 탓을 하고 있으니, “도무지 양심의 가책을 눈곱만큼이라도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아주 호되게 꾸짖었습니다.
◇ 이원화 : 아무튼 결국 이 남성에겐 ‘징역 25년’이 선고됐습니다. 가해자 본인도 억울한지 상고를 했다지만,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탐탁지 않은 형량이거든요? ‘40년 넘게 범행을 해왔는데 겨우 25년?’ 이런 반응일 텐데, 양형 기준이라는 게 있잖아요. 이 사건에 적용될 수 있는 기본적인 기준은 어떻게 되고, 어떻게 이 형량이 나오게 된 건지 설명을 해 주시죠.
◆ 김정기 : 우리나라 법원에는 판사님들이 형량을 정할 때 기본적으로 참고하는 ‘양형 기준’이라는 게 있습니다. 원래 친족 간 성폭력은 최대로 무겁게 가중 처벌을 해도 10년 정도가 기준입니다. 이 사건을 권고형으로 따져도 보통 10년에서 최대 21년 4개월 사이가 나오는데요.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 남성의 죄가 너무나도 무겁다고 판단해서 양형 기준을 뛰어넘는 징역 25년이라는 이례적으로 높은 형량을 선고한 겁니다.
◇ 이원화 : 그러니까 형식적으로만 보면 법원이 기준보다 더 무겁게 본 부분도 있다는 건데, 기간 혹은 친족이라는 관계, 세대를 넘어선 범행, 또 범인의 반성 없는 태도. 법원이 특히 더 중요하게 본 대목은 어떤 부분일까요?
◆ 김정기 : 가장 보호해줘야 할 아버지가 친딸을 무려 4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짓밟았다는 점, 그리고 그 악몽이 딸이 낳은 손녀에게까지 이어진 세대를 넘나든 참혹한 범행이라는 점을 재판부는 가장 무겁게 평가했습니다. 거기에다가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자기가 한 짓을 끝까지 부인하고 반성조차 하지 않는 태도까지 합쳐져서 죄질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나쁘다고 결론 내린 겁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오프닝에서 본 사례처럼 미국이나 필리핀에선 친족 성범죄에 수백 년, 수천 년, 심지어는 1만 년이 넘는 징역형이 선고된 사례도 있었잖아요. 변호사님이 보기에도 좀 인상적이다 싶은 사례들 어떤 게 있을까요?
◆ 김정기 : 정말 예전 TV 프로인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법한 판결들이 많은데요. 2016년에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4년 동안 친딸을 성폭행한 가해자에게 무려 징역 1503년이 선고됐습니다. 2020년 미국 다른 주에서도 10년간 딸들을 성폭행한 부부에게 각각 723년, 438년이 선고되기도 했고요. 심지어 필리핀에서는 1년 동안 360번이나 친딸을 성폭행한 남성에게 성폭행 1회당 징역 40년까지 쳐서 무려 1만 4400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징역형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 이원화 : 이렇게 형량의 숫자가 극단적으로 달라지는 이유, 가장 핵심적인 차이는 뭔가요? 나라가 범죄를 대하는 감정, 문화의 차이라든지 아니면 법 체계 자체가 다른 건지도 궁금합니다.
◆ 김정기 :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형량을 계산하는 법 체계 자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범죄를 여러 개 저질렀을 때 그중 가장 무거운 죄 하나를 골라서 거기에 형량을 조금 더 얹어주는 방식을 씁니다. 이걸 ‘가중주의’라고 부르는데요. 그래서 아무리 길게 줘도 최대 50년까지만 선고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미국 같은 나라들은 죄를 지은 개수만큼 형량을 더하기로 쭉 합쳐버리는 ‘병가주의’를 씁니다. 게다가 형량도 상한선도 없기 때문에 저렇게 몇 백 년, 몇 천 년이라는 상징적인 숫자가 나올 수 있는 겁니다.
◇ 이원화 : 이 사건 말고 다른 사건 하나 더 보자면 친딸의 의붓딸, 처제까지 추행하고 강간을 시도한 남성에게 ‘징역 5년’이 선고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이 남성은 관련 전과까지 있었거든요? 그럼에도 징역 5년은 너무 한 거 아니냐 이런 목소리가 있었는데. 어떤 사건이었고 어떻게 징역 5년이 나오게 된 겁니까?
◆ 김정기 : 이 사건도 참 듣기만 해도 화가 나는데요. 언론에 따르면 50대 남성이 2008년부터 초등학생 의붓딸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하고, 자기 친딸에게도 이상한 음란 행위를 강요하며 학대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2015년에는 자기 처자한테까지 수차례 추행을 하고 강간을 시도했죠. 더 충격적인 건 이 남성이 과거에도 자기 친딸을 성폭행해서 이미 징역 7년을 살고 출소한 전과자였다는 겁니다. 법원도 이 남성이 재범이고 장기간 가족들을 성적 요구의 대상으로 삼았다고 질타하긴 했지만, 결국 앞서 말씀드린 양형의 한계 등 여러 이유로 징역 5년을 선고하는 데 그쳤습니다.
◇ 이원화 : 만약 미국이나 필리핀이었다면 이 남성 몇 년 나왔을까요?
◆ 김정기 : 만약 미국이었다면 아까 말씀드린 병가주의에 따라서 피해자별로 범행 횟수별로 형량이 다 더해졌을 테니 수백 년은 훌쩍 넘었겠죠. 실제 이 기사를 본 네티즌들 중에서도 ‘미국 같았으면 징역 200년짜리다’라면서 분노하는 목소리가 아주 컸습니다.
◇ 이원화 : 그리고 친족 성폭력 같은 경우 늘 따라붙는 쟁점 가운데 하나가 ‘공소시효’거든요? 범죄 특성상 피해자들이 뒤늦게 신고를 겨우 하게 되는 사례들이 많은데, 공소시효가 문제되는 경우도 제법 있는 것 같습니다. 시스템이 어떻게 돼 있는지, 이런 부분이 공소시효에 대해서 폐지를 우리가 검토할 만한 부분은 없는지 한번 말씀해 주시죠.
◆ 김정기 : 지금 우리나라 법을 보면 피해를 당할 당시에 나이가 13세 이상에서 19세 미만의 미성년자였다면 피해자가 어른, 즉 성년이 된 날로부터 딱 7년까지만 공소시효가 돌아갑니다. 다행히 13세가 채 안 된 아주 어린 나이에 당한 성폭행은 2010년 법 개정 이후로 아예 공소시효가 없어지긴 했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10대 때 피해를 입은 많은 분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가족이라는 이유로 망설이다가 시효를 놓치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이런 친족 성폭력은 나이 따지지 말고 공소시효를 전면 폐지하자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그런 전면 폐지가 되지는 않는데요. 가장 큰 반대 이유는 바로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 때문입니다. 여성가족부 같은 부처에서도 ‘공소시효를 없애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살인 같은 다른 중범죄와 비교했을 때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거든요. 하지만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는 ‘형평성만 따지다가는 폐쇄적인 가족 안에서 범죄가 꽁꽁 숨겨지고 피해자가 뒤늦게 신고할 수밖에 없는 이 범죄의 진짜 심각성을 놓치게 된다’며 폐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 이원화 :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