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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약속에 '단서'를 달지 않는 전북도정을 기대하며"

2026.06.10 오후 04:42
<초접전 전북지사 선거를 취재한 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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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약속에 '단서'를 달지 않는 전북도정을 기대하며"
전북자치도지사직 인수위 출범식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이원택 당선인. (사진=인수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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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계약을 맺을 때는 서류 하단에 아주 작은 글씨로 적힌 특약이나 예외 조항까지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계약은 글자 하나, 문장 한 줄로 본질이 뒤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차기 전북자치도정 사령탑으로 선출된 이원택 전북지사 당선인의 약속을 곱씹을 때마다, 마치 계약서를 들여다볼 때의 기시감이 듭니다. 발언 속에 숨겨진 단서와 조건들이 지역민의 오해를 부르고, 그 해명을 듣고서도 여전히 고개를 갸웃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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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약속에
김관영 무소속 전북지사 후보의 내란 동조 의혹을 제기하는 당시 이원택 후보. (사진=독자 제공)

선거 판세를 뒤흔들었던, 이른바 '정치생명 논란'이 대표적입니다. 이원택 당선인은 경쟁자였던 김관영 후보의 내란 동조 의혹을 제기하며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자신의 주장에 후보직을 걸 만큼의 무게와 책임감을 담았다는 호소였습니다. 그러나 김 후보에 대한 수사기관의 무혐의 처분이 나온 뒤 그 태도는 묘하게 달라졌습니다. 공언에 책임지라는 압박이 오자 "정치인들은 책임 있게 행동하지 않으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소양을 말한 것이지, 기소가 되느냐 안 되느냐 논쟁은 아니었다"는 애매한 단서들을 붙이며 논쟁에서 벗어나려 했습니다. 그 대가는 어땠습니까. 선거 기간 내내 "국어사전을 보라. 정치생명을 건다는 게 무슨 뜻인지 삼척동자도 알 것"이라는 상대 후보의 맹공을 자초했고, 메시지의 신뢰가 흔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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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약속에
2차 종합특검의 무혐의 처분서를 공개하는 김관영 무소속 전북지사 후보. (사진=김관영 후보 페이스북)

선거에서 이긴 지 일주일도 안 돼 터진 '전주·완주 행정통합 중단 선언'과 태도 번복 논란은 이러한 화법이 재현된 결과물입니다. 이 당선인은 지난 9일 완주군을 찾아 "임기 중 전주·완주 통합은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수년간 이어진 지역 최대 현안을 당선되자마자 사실상 백지화한 것입니다. 태도 번복 논란이 일자 당선인은 "후보 시절에도 통합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당장 추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으니 전과 후의 입장이 똑같다"고 항변했습니다. 기자들의 꼬리 질문이 이어지자, 다시 "임기 내라도 폭발적인 비전이 있다면 완주군민 설득에 나서겠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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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약속에
당선 후 완주군에 방문한 이원택 전북자치도지사 당선인 (사진=이원택 당선인 페이스북)

전형적인 특약과 예외 조항이 또 등장한 장면입니다. 선거 기간에는 '통합 찬성'이라는 앞 글자를 크게 내세워 표를 얻고, 당선된 후에는 '추진은 부적절'이라는 숨은 단서를 들이민 것입니다. 글자 그대로는 앞뒤가 맞을지 몰라도, 맥락과 메시지의 본질을 완전히 뒤집어버린 화법입니다. 이 당선인은 후보 시절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역 언론이 현역 지사에게는 우호적인 표현을 쓰고, 제게는 다른 시각의 글을 써왔다"며 억울함을 토로한 적 있습니다. 지역 언론이 자신에게만 유독 엄격하고 편향되어 있다는 서운함의 표출이었습니다. 그러나 선후관계가 틀려 보입니다. 언론의 냉정한 시선은 이유 없는 미움이 아니라, 당선인의 모호한 발화 방식에 대한 경고등입니다. 단지 승자를 향한 언론지형의 편향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선 이후에도 매서운 질문이 쏟아지는 지금의 인수위 기자간담회 풍경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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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약속에
이원택 당선인과 임명장을 받은 신형식 인수위원장. (사진=인수위 제공)

정치의 본질은 신뢰입니다. 전북 도민들이 정치인의 입을 주목하는 이유는 행간에 숨겨진 함정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약속을 온전히 믿고 싶어서입니다. 이원택 당선인은 이제 180만 전북도민의 삶을 책임질 예비 도지사입니다. 사후에 교묘한 특약을 덧붙이기보다, 때로는 부득이한 약속 변경에 대해 사전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솔직히 양해를 구하는 리더십을 보고 싶습니다. 그것이 지역민의 마음을 진정으로 하나로 모으고, 언론의 날 선 시선을 녹이는 진정한 소통의 길일 것입니다.


YTN 김민성 (kimms0708@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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