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라디오(FM 94.5) [YTN ON-AI RADIO]
□ 방송일시 : 2026년 6월 19일 (금)
□ 진행 : AI챗봇 “에어”
□ 보조진행: 김우성 PD
□ 출연: 최민석 작가 (녹음)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김우성 :
의 메인 토크 시간 시간입니다. 앞서 오프닝에서도 잠시 소개해 드렸지만 금요일날은 이 책 읽어봤으면 하는 마음에 드는 책도 열어보게 하고요. 또 전혀 몰랐던 책들도 열어보게 합니다. 벽돌 같은 책을 부숴서 잘게 먹어서 내 마음과 정신에 영양분이 되게 하는 그런 시간이죠. 오늘은 오늘의 독서 셰프, 쉐르파랑 발음이 비슷하죠. 셰프 최민석 작가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최민석 작가 (이하 최민석) : 제 분야가 바뀌었네요. 원래는 제가 산악 안내인, 등반 안내인이었는데 어느덧 요리하는 사람으로.
◇ 김우성 : 맞습니다. 벽돌 책을 잘게 부숴서 먹기 좋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됐고요. 일단 AI에게 간단하게 ‘작가’와 ‘작품’에 대해서 정리한 이야기 듣고 와서 얘기 이어갈게요.
● 에어 : ‘더글라스 케네디’는 1955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난 소설가입니다. 원래는 극단을 운영하며 희곡을 쓰고, 세계 곳곳을 다니며 여행기를 쓰던 사람이었어요. 그러다 소설로 길을 옮겼습니다. 1997년에 발표한 <빅 픽처>가 바로 그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든 작품입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정작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곳은 프랑스였어요. 2006년에는 프랑스 문예 공로 훈장을 받았고 2013년에는 <빅 픽처>가 프랑스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스릴러와 범죄를 주로 쓰지만 그 안에는 늘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 담겨 있습니다.
◇ 김우성 : 네, 작품으로 바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어 이거 영화로도 봤는데?’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고요. 그래서 아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몰입도가 높은 작품’이라고요?
◆ 최민석 : 네, 이 작품이 초반에는 설렁설렁 읽힐 수 있어요. 그런데 읽다가 어느 순간 독자가 깨닫게 됩니다. 앞에서 작가가 뭔가 설렁설렁 언급한 것 같은 그 모든 것들이 나중에 하나도 빠짐없이 복선으로 작용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걸 깨닫는 순간부터는 하나도 놓칠 수 없다는 듯이 엄청나게 몰입해서 읽게 되는 거죠.
◇ 김우성 : 그런 작품들 보면 ‘아, 그때’, ‘주인공이 그래서...’ 막 이런 것들이 있잖아요. 그러면 이야기의 속도감, 보폭이 궁금해요. 쭉쭉 직진하면서 빨리빨리 카드를 여는 그런 전개 방식인가요?
◆ 최민석 : 또 놀라운 게, 이렇게 몰입도는 높은데 이야기는 직진하지 않아요. 돌아서 갑니다.
◇ 김우성 : 죄송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제 스타일이 아닙니다.
◆ 최민석 : 독자 입장에서는 궁금해 죽겠는데 작가가 자꾸 딴 소리를 하니까. 그걸 또 안 읽을 수는 없잖아요. 왜냐하면 거기서 또 복선이 나올 수 있으니까. 오늘 셰프라고 소개해 주셨는데 나오는 글들을 정말 요리에 비유하자면 허겁지겁 걸신들린 듯이, 먹어 치우듯이 읽게 됩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저도 이 책을 굉장히 빨리 읽었던 것 같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말 빨리 읽게 되는 소설입니다.
◇ 김우성 : 당연히 중요한 부분은 집중해서 읽게 되기도 하는데, 돌아가는 부분도 이게 나중에 앞에 펼쳐질 이야기와 어떻게 연결될까라고 생각하게 되면 그냥 지나갈 수가 없거든요. 왜냐하면 그때 내가 그 맛을 놓치게 되잖아요. 맛을 잘 봐야 됩니다. 정말 맛의 완급 조절, 이야기의 완급 조절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 최민석 : 그래서 확실히 ‘이야기의 마술사다’ 그런 느낌을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처>를 읽으면서 확실히 느꼈습니다.
◇ 김우성 : 미국 작가인데요. 영화는 프랑스어가 배경인 영화였었고, 줄거리로 본격적으로 한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여러분도 그 맛을 미리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줄거리 시작하시죠.
◆ 최민석 :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처> 줄거리는 제일 처음에 주인공으로부터 시작을 하는데요. 주인공의 이름은 ‘벤 브래드포드’입니다. 뉴욕의 월스트리트에 있는 법률회사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사랑하는 아내 베스와 두 아들 그리고 안정적인 수입에 안락한 집까지, 많은 사람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부러워할 만한 모든 것을 갖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겉으로 보기에는’ 이라고 조건을 붙인 걸 보면 아시겠죠? 사정을 들여다보면 딱히 즐겁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 김우성 : 갑자기 우리 어머니랑 대화하는 것 같아요. ‘세상 문제없는 사람 없어’ 이 얘기 같은데, 무슨 문제입니까?
◆ 최민석 : 언제부턴가 아내 베스가 나를 멀리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 아내는 원래 소설을 써오고 있었어요. 이미 데뷔한 작가는 아니고 그냥 작가 지망생인데, 계속 출판사에서 거절을 당하면서 이제는 소설 쓰는 걸 아예 멈춰버렸습니다. 그러면서 아내가 싸늘해졌어요. 남편에게요. 왜냐하면 이 결혼이 자기의 꿈을 망쳤다고 생각을 한 거죠. 그런데 꿈을 포기한 거는 나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 김우성 : 주인공도 꿈을 포기했어요. 아내가 “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결혼하고 이렇게 사느라 애 낳고 내가 내 꿈 망쳤어” 이러는데 주인공 남자 벤도 마찬가지라는 거잖아요.
◆ 최민석 : 주인공인 나는 원래 변호사가 아니라 ‘사진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월가의 엘리트였던 아버지는 늘 나한테 얘기를 했죠. “네 돈이 곧 자유다”. 이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나는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로스쿨에 들어가서 변호사가 된 거죠. 그래서 마음 한쪽이 늘 허전했거든요. 그런데 그 허전한 마음을... 돈을 잘 벌잖아요?
◇ 김우성 : 부럽네요.
◆ 최민석 : 금융 치료.
◇ 김우성 : 부러우면 지는 건데.
◆ 최민석 : 카메라를 사 모으는 것으로 내 허전한 마음을 달랬습니다. 그런데 아내와 사이가 나빠지면서 이것마저도 이제는 위안이 되지 않습니다. 아내는 계속 나를 밀어내기만 합니다. 그러다가 며칠 전에 아내가 갑자기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 김우성 : 이놈의 결혼 때문에 내가 작가도 못 되고, 힘들고 막 그러다가 갑자기 막 생글생글 활기를 찾았어요.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 최민석 : 그래서 아내가 활기를 찾은 게 반가웠지만 나는 왠지 어딘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리고 곧 알게 됐습니다.
◇ 김우성 : 알게 됐다니요?
◆ 최민석 : 아내가 이웃에 사는 남자, 그것도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리’와 몰래 만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 김우성 : 이거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YTN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가야 될 얘기네요. 이 ‘게리’는 어떤 사람인가요?
◆ 최민석 : ‘게리’는 부모님 유산으로 먹고 사는 만년 사진작가 지망생입니다. 내가 볼 때는 게리는 굉장히 한심한 인간입니다.
◇ 김우성 : 그러네요. ‘능력 없는’ 이렇게 되겠죠.
◆ 최민석 : 그냥 꿈만 쫓고 현실에 노력은 전혀 기울이지 않는 그런 사람으로 나는 한심하게 생각을 했는데, 그런데 오히려 게리는 나를 비웃고 있습니다.
◇ 김우성 : 아니, 부모님 유산으로 그냥 사진이나 찍고 말 그대로 한량처럼 사는데. 그 한량이 나를, 성공한 이 월스트리트의 변호사를 비웃다니요.
◆ 최민석 : 게리는 나를 ‘안정적인 삶을 택하기 위해서 사진이라는 소중한 꿈을 포기한 속물’로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나는 아내가 만나는 남자가 하필이면 이 녀석 게리라서 더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게리를 만나서 다투다가 내가 그만 우발적으로 살인자가 되고 맙니다.
◇ 김우성 : 그러면 우리 주인공 잘 나가는 변호사 벤이 만년 사진작가 지망생, 유산으로 먹고 사는 게리를 죽인 건가요?
◆ 최민석 : 그렇습니다. 이게 사실 소설 초반부거든요? 소설을 펼치면 몇 장 지나지 않아서 이 얘기가 나와요. 이런 식으로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은 항상 초반부에 인물이 낭떠러지로 완전히 추락한 후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 김우성 : 전조를 만들어 놓네요. 그런데 참 흔한 치정극 같았으면 결말이 돼버리는 건데 그 치정이 주제가 아닌 것 같아요. 살인자가 됐는데 참 걱정되네요.
◆ 최민석 : 모든 소설은 ‘인간의 추락을 통해서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엿보는 것’이거든요. 그리고 소설은 결국은 실패를 이야기합니다. 순문학은 더욱더 그렇고요. 그런데 이 실패라는 게 세속적인 기준일 뿐이지 문학에서는 때로는 이 실패가 인간을 한 단계 더 성숙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 김우성 : 뭔가 문이 쾅 닫혀서 끝난 것 같은데 그 문이 닫힌 덕분에 새로운 문이 열리는 느낌이 듭니다.
◆ 최민석 : 아무튼 기본적으로 소설은 실패에 관한 서사이기 때문에 모든 작가들이 어느 정도 실패를 그려내는데, 그중에서도 더글라스 케네디는 실패와 추락에 더욱더 천착한 작가라고 볼 수 있는 거죠.
◇ 김우성 : 독자들이 굉장히 강한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주인공이 이렇게 어쨌든 살인을 저질렀으니까 이거 보통 일이 아니에요. 뒷수습도 그렇고.
◆ 최민석 : 그렇죠. 그래서 이렇게 큰 위기에 빠지자 나는 ‘어서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보자’ 이렇게 여기게 된 거죠.
◇ 김우성 : 이런 상황에 읽는 사람 막 빨려 들어가잖아요.
◆ 최민석 : 이게 무슨 영문일까요? 이때부터 갑자기 머리가 막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 김우성 : 보통은 어쨌든 감추고, 숨기고 이런 맥락인데 주인공의 머리가 반짝인다 이런 느낌인데. 어떻게 됩니까?
◆ 최민석 : 게리의 시신으로 내가 사고를 당해서 내가 죽은 것처럼 꾸미기로 한 겁니다.
◇ 김우성 : 자신이 우발적으로 죽인 남자가 자신이 되게 만드는 거군요.
◆ 최민석 : 그렇죠.
◇ 김우성 : 우와, 아니 그럼 본인은 어떻게 해요?
◆ 최민석 : 벤은 게리가 되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하는 거죠. 어차피 벤의 꿈은 사진작가였잖아요.
◇ 김우성 : 우와 이쯤 되면 심리적으로 일단 우리가 따라갈 수 없는 보폭을 쫙 벌려놓는 느낌이에요.
◆ 최민석 : 그렇죠. 그래서 장르 소설인 거죠. 아무튼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극단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데. 그래서 벤은 도망자 신분이 됩니다. 그런데 나는 게리의 신분증을 가지고 게리의 행세를 하게 됐으니까 조심스럽게나마 새 삶을 살 수 있게 된 거죠. 그래서 나는 도망을 가는데, 내가 도착한 곳은 마운틴 폴스라는 산간 마을입니다. 우리로 치자면 정선에서 더 들어가는 완전 산골 마을인데요. 미국은 워낙 크니까 이런 데 가버리면 찾기 어려운 거죠. 그래서 여기에서 허름한 아파트 한 채를 얻고 매일같이 사진을 찍으러 다닙니다. 바텐더와 도박꾼, 폐차장 주인과 광부. 그런데 진짜 여기가 약간 버려진 탄광촌이었거든요? 되게 정말 정선이랑 비슷하네요.
◇ 김우성 : 그러네요. 우연히 튀어나온 말 같지만 정말 연결되네요.
◆ 최민석 : 카지노도 있고 아무튼. 그래서 나는 이렇게 광부, 도박꾼, 폐차장 주인, 바텐더 이렇게 고단한 삶의 흔적을 얼굴에 새긴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삶은 예측 불가였습니다.
◇ 김우성 : 내가 죽은 걸로 꾸미고... 어차피 틀어진 아내와의 관계. 비록 아이들은 보고 싶지만 멀리 시골에 와서 다른 사람으로 살고 있는데 여기까지는 ‘일단은 성공했네’로 생각하면 이야기가 또 끝날 텐데 그게 아니라는 거잖아요.
◆ 최민석 : 네. 내가 여기서 사진을 찍었잖아요. 이 사진들이 호평을 받으면서 갑자기 유명해지기 시작한 겁니다.
◇ 김우성 : 아 곤란한데 이거.
◆ 최민석 : 그렇죠. 나는 지금 ‘게리’로 살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유명해지면 안 됩니다.
◇ 김우성 : 사진이라도 하나 나온다면 ‘어? 저거 벤이잖아’.
◆ 최민석 : 그렇죠. 내 신분이 탄로 나는 거죠. 그런데 사실 원래 내 꿈은 옛날부터 사진작가였잖아요.
◇ 김우성 : 갈등하게 되네요.
◆ 최민석 :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망설이던 와중에 뜻하지 않게 이곳의 지역 신문사 사진부장인 앤과 애인 사이가 됩니다.
◇ 김우성 : 이거 한국 드라마 욕할 거 아닙니다. 우리는 전쟁하다가 연애하고, 환자 살리다가 연애하고 막 이런 소리 하는데 여기도 등장하네요.
◆ 최민석 : 사랑에 빠져버립니다.
◇ 김우성 : 사랑에 빠지는 거야 막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니까요. 이야기가 갈수록 한 3개의 층위들이 층층이 쌓여서 더 커지는 것 같아요.
◆ 최민석 : 그렇죠. 굉장히 대범해지죠.
◇ 김우성 : 언론인인데 자기 탄로 나는 건 일도 아닐 것 같은데.
◆ 최민석 : 그런데 앤은 신문사 사진부장이잖아요? 그래서 내가 사진작가로서 유명해지는 걸 주저한다는 사실을 이해를 못합니다.
◇ 김우성 : 소설가인데 네가 미국에 있는 유명 출판사에서 나오는 걸 거부해? 이런 느낌이잖아요.
◆ 최민석 : 예. 아무튼 내가 이렇게 갈등하는 사이 앤과의 사랑은 더욱더 깊어져만 갑니다. 그리고 나는 앤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서 일단은 사진작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해야 했습니다.
◇ 김우성 : 사진작가로서 활동을 더 집중해야 사람들의 의심을 안 살까요? 살까요? 애매한데. 활동을 또 안 하면 애인이 ‘얘는 사진작가 맞아?’ 이렇게 될 거고, 더 열심히 활동하면 ‘벤 아니야?’ 이렇게 될 위험이 커지고 진퇴양난이네요. 벤은 어떻게 했습니까?
◆ 최민석 : 그래서 벤은 결국 앤과의 사랑을 선택합니다. 사진작가로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로 결심한 거죠. 그런데 또 앤이... 이건 제 사견인데 약간 눈치가 없어요. 사진부장이잖아요. 아는 사람들을 다 동원해서 벤의 사진을 뉴욕으로 보내서 팔고 전시회도 엽니다.
◇ 김우성 : 아니, 앤이 상황을 알 수는 없으니까요. 우발적 살인을 저지르고 온 사람이라는 걸 모르니까. 그런데 이렇게 유명세를 타면 조용히 살려고 하는 사람에 비해서 너무 일이 커져버린 거잖아요.
◆ 최민석 : 그렇죠. 이제는 어쩔 수 없습니다. 벤은 조마조마한 채로 앤과의 사랑을 위해서 아슬아슬한 삶을 택한 겁니다. 그런데 소설이잖아요. 그냥 이렇게 흘러갈 수만은 없는 거죠.
◇ 김우성 : 그렇게 평생 긴장하며 잘 살았다고 합니다. 이거는 한국 옛날 전래동화고. 뭐가 또 터집니다. 어떻게 됩니까?
◆ 최민석 : 누군가가 나타나는데, 이 지역 신문사에 맨날 술독에 빠져 사는 기자 한 명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 사람이 요즘 유행으로 치자면 ‘힘순찐’입니다.
◇ 김우성 : 힘숨찐.
◆ 최민석 : 그런 사람이에요. 힘을 숨긴 찐 능력자인데, 원래는 엄청난 특종 기자였습니다. 그래서 이 게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사진작가를 보더니만 뭔가 미심쩍다는 낌새를 느낍니다. 결국 술독에 빠져 살던 이 기자가 왕년의 기자 정신을 발휘해서 게리의 뒤를 캐죠. 그리고...
◇ 김우성 : 말하자면 주간 정선에 왕년에 잔뼈 굵은 기자가 뒤를 캐는 겁니다.
◆ 최민석 : 그래서 결국 ‘게리’는 죽었고, 지금 게리 행세를 하는 이 남자는 ‘벤’이라는 사실까지 알아냅니다.
◇ 김우성 : 이쯤 되면 ‘여기서 끝났네’ 독자가 이런 마음을 가질 것 같습니다. 어떻게 됩니까?
◆ 최민석 : 이 기자가 모든 사실을 알아내고 나자 벤을 협박하기 시작합니다.
◇ 김우성 : 끝났구나. 역시 주인공도 이렇게 절망할 것 같은데, 벤은 어떻게 이걸 극복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됩니까?
◆ 최민석 : 그렇죠. 진행자님의 말씀을 들었다는 듯이 벤이 진짜 깊은 절망에 빠져서 운전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맞은편 도로에서 불빛이 깜빡거립니다. 그러더니 그 차가 나한테 돌진을 해 와요. 그래서 나는 급하게 핸들을 꺾었고, 맞은편의 차 역시 핸들을 급하게 꺾었는데 그런데 그 맞은편의 차는 갑자기 너무 꺾은 나머지 중심을 잃고 그만 공중으로 붕 날아오릅니다.
◇ 김우성 : 술을 먹고 운전했나? 왜 이랬지?
◆ 최민석 : 그리고 그 차는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졌는데, 그 차의 운전자는 바로...
◇ 김우성 : 바로... 두구두구두구두구 ‘술을 먹고 운전했나?’ 여러분 제가 복선을 깔았습니다.
◆ 최민석 : 그렇죠. 벤을 협박했던 그 기자 아까 잘 들으셨죠? 이 기자가 무슨 독에 빠져 있다고 했었죠?
◇ 김우성 : 술독에 빠졌죠.
◆ 최민석 : 그렇죠. 술독에 빠져 살았던 거죠. 그래서 알코올 중독자였던 이 기자가 음주운전을 한 것입니다. 이렇게 더글라스 케네디답지 않게 음주 운전의 위험성을 공익 광고처럼 한번 알려준 다음에.
◇ 김우성 : 중간에 하나 싹 광고가 들어갔는데 너무 강렬해요. 어쨌든 한 고비 넘겼네요.
◆ 최민석 : 이렇게 이 기자는 사고 현장에서 즉사했습니다.
◇ 김우성 : 그러면 벤은 안 다쳤나요?
◆ 최민석 : 벤 역시 사고를 피할 수는 없었지만 다행히 차에서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천신만고 끝에 내 비밀을 아는 사람은 사라졌습니다.
◇ 김우성 : 다행이긴 한데...
◆ 최민석 : 그렇다고 기자가 내 비밀을 파헤치느라고 헤집고 다닌 이곳에서 내가 계속 살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 김우성 : 맞아요. 그 집에 무슨 자료가 있을 수도 있고.
◆ 최민석 : 그래서 나는 다시 또 외롭게 새 삶을 시작해야 할 판입니다.
◇ 김우성 : 야, 이거 이렇게 되면 네버 엔딩 스토리입니다. <반지의 제왕> 되는 거죠. 어디까지 갈까요? 조마조마한 삶을 또 이어가나요?
◆ 최민석 : 그렇습니다. 나는 또 새롭게 삶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릅니다. 왜냐하면 내 곁에는 앤이 있습니다.
◇ 김우성 : 앤은 포기하지 않았군요.
◆ 최민석 : 네. 그리고 나는 로스앤젤레스로 이동을 합니다. 거기에서 사는 거죠.
◇ 김우성 : 거기서는 다 잊고 행복할까?라는 궁금증도 드는 약간 열린 결말 같아요.
◆ 최민석 : 그렇습니다. 예전에 스페인에 ‘악당 소설’이라는 장르가 있었어요. 주인공이 전통적인 선한 캐릭터가 아닌 거죠. 더글라스 케네디는 이 스페인 악당 소설에 기반해서 작품을 쓴 겁니다. 그래서 이후에 주인공이 또 어떤 삶을 겪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분 상상의 영역에 남겨져 있는 겁니다.
◇ 김우성 : 과연 누가 악당일까요? 여러분 가만히 생각해 보면 명목상의 살인을 저지른 사람 당연히 악당이겠지만, 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부분도 고민하게 되고. 원작이 영화보다 훨씬 재밌다고 하는데 오늘 최민석 작가님 설명 들으면 진짜 그런 것 같습니다. 이거 휴가철에 읽기에 딱인 것 같아요.
◆ 최민석 : 일단 요즘 날씨 덥잖아요? 무더위를 잊기에 굉장히 좋은 소설이에요. 그리고 더글라스 케네디 소설을 읽다 보면 소위 말하는 ‘힐링 스팟’들이 많이 나와요. <빅 픽처>를 읽으면서 주인공이 도주한 장소들을 하나하나 검색해서... 구글에서 보면 위성 사진을 볼 수 있잖아요? 그걸 다 찾아서 봤는데 역시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여기가 여기 소설에 나오는 곳들이 대부분 실제 지명이거든요. 휴가지로 딱인 곳들만 골라서 마치 영화 로케이션 장소를 고르듯이 작가가 배경 장소를 다 골랐어요. 그래서 그거를 찾아서 사진을 보시면 대리만족하기에 되게 좋습니다.
◇ 김우성 : 여러분 책을 즐기는 꿀팁까지 우리 최민석 작가가 알려주시네요.
◆ 최민석 : 그리고 주인공이 살인을 저지르고 가는 그 산동네, 거기가 미국의 몬태나주거든요. ‘몬태나’가 스페인어로 원래는 ‘몬따냐’, 산이죠. 이걸 미국식으로 몬테냐 이렇게 발음을 한 건데 어원은 같아요. 몬따냐가 이제 마운틴이 된 건데, 아무튼 그래서 이 주 이름이 몬태나예요. 그래서 몬태나 주는 산이 굉장히 많은 천혜의 자연에 둘러싸인 곳이죠. 이런 주인공이 살던 시골이 주인공이 살고 있던 뉴욕과는 상당히 이질적인 매력을 선사하는 거죠. 그래서 몬태나에 대해서 읽다 보면 독자로서는 자연스럽게 휴가나 캠핑을 가서 힐링하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
◇ 김우성 : 저도 국내에 이런 소설 하나 나오면 좋을 것 같아요. 진짜 강원도 정선에 숨어들었다가 막 이렇게... 이런 느낌이고 마치 내가 숨어들기 위해서 왠지 작은 시골 마을에 간 것 같지만 더 폐쇄적이고 주인공을 옭아매는 것 같아요.
◆ 최민석 : 그렇죠. 이 작품의 설정이 다 힐링의 역할만 하기 위해서 넣은 게 아니라 다 서사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있어요. 이렇게 굉장히 시골 마을에 가니까 주인공은 사진작가로서 제2의 삶을 살아가는데 여기가 너무 좁은 동네다 보니까 지역 신문에 괴짜 기자가 벤을 취재하면서 신분이 탄로 날 위험에 처하게 되잖아요. 이런 식으로 긴장감이 형성되는 거죠. 그래서 그 이야기의 배경 장소로서 독자한테 공감각이라고 하죠? 이 몬테냐의 산 그러면 바람 소리도 들릴 것 같고 눈앞에 시원한 광경도 펼쳐지면서 이야기도 쫄깃쫄깃하게 구성하는 이중 역할을 하는 거죠.
◇ 김우성 : 이야기, 즉 사건들의 연속만을 갖고 참 잘 쓰는 작가냐 아니냐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최민석 작가님은 구글링으로 위성 지도로 그 지역을 봤어요라고 하잖아요. 어떤 공간을 설정하고 그려내느냐도 작가의 굉장히 큰 장점인데. 와, 정말 막다른 골목에서 막 쫓기는 직전의 공포 이런 거를 정말 잘 만들어낸 것 같고 굉장히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자연의 아름다움도 멋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어떤 분들에게 이 책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까?
◆ 최민석 :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좋아할 것 같고요. 그리고 기존의 정형화된 캐릭터에 질린 사람들, 뻔한 캐릭터에 질린 사람들 그런 분들이 읽으면 좋아하실 것 같고. 순문학이 재미도 있고 의미도 깊은데 또 때로는 너무 진지하잖아요. 그런 진지한 순문학에 지쳐서 가볍게 재밌는 소설을 읽기를 원하시는 분 그리고 미국의 자연을 맛보고 싶은 분 그리고 동시에 제 생각에는 ‘기욤 뮈소’의 소설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도 분명 좋아하실 겁니다.
◇ 김우성 : 자 오늘 ‘주말에 뭐 먹지?’가 아니라 ‘어떤 책 보면 좋을까?’ 고민하시는 분들 독서 셰르파에서 독서 셰프가 잠시 되신 최민석 작가의 추천하는 책,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처>. 빅 픽처라는 제목으로 영화도 나와 있습니다. 프랑스 영화하고 불어를 사용하는 영화인데, 그 영화에 관련된 내용들을 쭉 공부해 보고 최민석 작가님 통해서 들어보니 여러분, 책이 낫습니다.
◆ 최민석 : 그건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책이 훨씬 나아요.
◇ 김우성 : 지금 들은 차이로만도 영화의 호흡보다는 훨씬 독서의 호흡이 나을 것 같습니다. 아, 빅 픽처. 사진을 꿈꾸는 작가인데요. 영화에서는 차 안에 있던 아들의 사진이 불타는 장면에서 주인공이 굉장히 슬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우리 모두 한 장의 사진처럼 결코 버리거나 포기할 수 없는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상상도 할 수 있게 됩니다. 다음 주에는 또 우리 최민석 작가가 어떤 ‘빅 픽처’를 그릴지 기다려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최민석 :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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