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휘 아나운서 (이하 최휘) :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합니다.
◇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 (이하 김언경) : 안녕하세요.
◆ 최휘 : 오늘은 ‘공익신고, 공익제보’에 대한 언론 보도의 문제를 살펴보신다고요.
◇ 김언경 : 몇 달 전, 이재명 대통령이 “부패·공익 신고를 통해 세입을 회복하면 그 회수액의 20~30%까지 포상금을 지급하자”, “수천억, 수조 원대 보상도 가능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했습니다. 이 발언을 계기로 국민권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여러 부처가 공익·부패 신고 포상금 상한을 없애고, 과징금이나 회수액의 일정 비율을 포상금으로 지급하는 제도 개선 작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을 전하는 언론 보도 중 일부가 공익신고자를 ‘돈벌이 제보자’, ‘파파라치’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은 최근의 공익신고자, 공익제보자에 대한 언론보도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 최휘 : 그렇다면 먼저 이재명 대통령이 공익신고와 포상금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핵심 내용을 정리해볼까요?
◇ 김언경 :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담합 등 불공정거래를 신고하는 사람에 대한 포상금 제도를 언급했습니다. 당시 “(담합 사건은) 발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 같은데 포상금을 확 주라. 신고하면 인생 고치게, 팔자 고치게. 예를 들어 4000억 원 과징금을 (부과하면) 몇 백억 원은 주라. 포상은 놀랄 만큼 많이 줘야 한다. ‘악!’ 소리 나게, 로또 하는 것보다 (낫도록 해서) ‘담합을 뒤지자’ 이렇게 해야 한다. (포상금으로) 수백억 줘도 괜찮다.”라고 말했습니다. 4월 국무회의 겸 제5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는 노동부의 산업안전 분야 위반행위 신고 포상제도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중 대통령은 “파파라치 괜찮다니까요”, “직업으로 신고하는 회사가 생겨서 작업장 안전관리 잘못된 곳을 돌아다니며 신고해서 돈 버는 게 뭐가 나쁘냐”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은 이때 과거 담배꽁초 투기 단속 사례를 들면서 ‘망원렌즈로 촬영해 신고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안 준 사례는 잘못’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공무원 대신 민간 신고를 통해 불법행위를 잡는 것이 비용 효율적이라는 논리였고요. ‘불법을 통해 돈을 버는 사회를 끝내기 위해 신고 포상금을 적극 활용하자, 공익신고를 직업화해도 괜찮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였습니다. 5월 제22회 국무회의 겸 제9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는 “담합 등 민간 신고를 장려하기 위해 일반 법률을 하나 만들어서, 범죄·위법 행위를 신고해 정부 세입이 늘어나면 회수액의 30%까지 지급하는 구조를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 최휘 : 대통령의 발언 이후 실제 제도 변화는 어떻게 진행됐나요?
◇ 김언경 : 국민권익위원회는 오래 전부터 부패·공익 신고자 보상금 상한 폐지와 회수액의 30%까지 지급하는 방안을 숙원 과제로 검토해 왔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권익위는 “대통령이 강조한 부패·공익 신고 보상금 상한 폐지를 추진해 수입 회복액의 30%까지 지급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보다 구체적으로 움직였습니다. 2026년 5월 ‘공정거래법 등 위반행위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 지급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하면서, 담합 등 불공정거래 신고 포상금 상한액(기존 최대 30억 원)을 폐지하고 포상금 산정 요율을 상향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개정안과 이후 발표에 따르면, 공정위는 신고 활성화를 위해 포상금 상한을 없애고 과징금의 최대 10%를 포상금으로 지급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했으며, 증거 수준에 따라 최상 100%, 상 80%, 중 50%, 하 30%의 포상율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 최휘 : 네, 좋은 제도라고 해도 따라오는 부작용 등이 있기 마련인데, 공익제보 같은 경우에는 생각을 좀 해봐도 문제가 될 부분이 확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언론들이 어떻게 다뤘길래 소장님은 문제라고 생각하신 건가요?
◇ 김언경 :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내용에서 돈을 강조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제도의 취지는 분명해요. 불법 담합, 탈세, 내부 비리 같은 걸 내부자가 아니면 알기 어렵기 때문에 신고 유인을 높이겠다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사회 전체의 감시망을 넓히겠다는 거죠. 그런데 언론은 이걸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거의 상당수가 “돈”에만 집중했습니다. 제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빅카인즈에서 6월 8일부터 6월 22일까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도 관련 보도를 직접 추출해서, 제목을 기준으로 프레임 분석을 해봤습니다. 총 32건의 보도가 있었는데요, 제가 코딩한 결과를 보면 돈벌이 프레임 보도가 9건(28%)에 해당되었습니다.
◆ 최휘 : 돈벌이 프레임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뉘앙스의 보도들을 말씀하시는 걸까요?
◇ 김언경 : 예를 들면 “신고하면 팔자 고친다”, “로또 대신 신고”, “671억 받는다”, “내 계좌에 671억 들어올 수도”, “포상금 잭팟” 이런 내용이 제목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이건 사실상 공익제보를 벼락부자의 기회처럼 묘사하는 겁니다. 문제는 이런 프레임이 제보자의 정체성을 바꿔버린다는 거예요. 원래 공익제보자는 부정과 비리를 멈추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시민입니다. 그런데 언론이 만들어낸 이미지는 “돈 냄새 맡고 뛰어드는 사람”이 돼버립니다.
◆ 최휘 : 그런데 사실 공익제보는 굉장히 위험한 일이잖아요. 일이 끝나고 나선, 조직에서 퇴출 되거나 왕따가 되기도 한다던데요?
◇ 김언경 : 맞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게 이번 보도에서 가장 크게 빠진 부분입니다. 기사들은 “수백억”을 말하지만 정작 제보자가 감수하는 건 말하지 않습니다. 공익제보자들은 업계 퇴출, 왕따, 소송, 생계 파탄, 정신적 고통을 겪습니다. 국내외 사례를 보면 극단적 선택이나 신변 위협까지 이어진 경우도 보고돼 있습니다. 공익제보자는 신고 한 번으로 인생이 망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포상금은 ‘쉽게 버는 돈’이 아니라 공익제보자가 감수하는 위험의 사후적 보전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돈을 언급했다고 언론이 그 표현만을 부각해서, 이를 ‘벼락부자 서사’로 전환하고 공익제보의 가치 그 자체를 무시하는 것이죠. 그래서 반대로 공익강조 프레임의 보도는 얼마나 있나 살펴보았는데요. 제가 분류한 결과 단 1건뿐이었습니다. 전자신문의 <대규모 담합 감시 강화>라는 제목의 보도였습니다. 이마저도 이번 조치가 대규모 담합감시를 강화하는 조치라는 의미를 강조한 것일 뿐, 공익제보자들이 제대로 보호조치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언급된 보도가 없었습니다.
◆ 최휘 : 돈벌이 프레임 9건, 공익강조 프레임 1건이라고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또 어떤 프레임 보도가 있을까요?
◇ 김언경 : 중립 프레임의 보도가 21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상한 폐지, 감면 조정 등 제도 변화 자체를 전달하는 제목이 여기 해당되었습니다. 그나마 이런 보도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니까 문제적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모럴해저드 프레임은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이런 보도는 1건 있었는데요. 디지털타임스의 <"내가 짜고, 내가 찌른다?"...가담자도 배 불리는 신고포상금 ‘구멍’>이라는 6월 18일자 보도였습니다. 사실 제가 오늘 이 주제를 방송하고 싶은 이유는 바로 이 보도를 비평하고 싶어서이기도 한데요.
◆ 최휘 : "내가 짜고, 내가 찌른다?"라는 것은 한마디로 공범인데 내가 제보를 하는 것을 문제 삼는 표현이네요. 자작극처럼도 들리고요.
◇ 김언경 : 그렇습니다. 담합 가담자가 신고해 포상금을 받으면 도덕적 해이라고 주장하는 논리인데요. 담합은 정상 경쟁처럼 보이고 소비자는 알 수 없고, 정부도 외부 자료만으로는 잡기 어려워서 내부고발이 아니면 잡아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공정거래법 집행에서 담합에 참여했더라도 먼저 자수하고 협조하면 처벌(과징금·형사처벌)을 감면해주는 제도를 매우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도덕적 해이라고 몰아간다면, 그 담합이 계속 유지되면서 국민에게 끼치는 피해를 모른 척 하고 거기서 이익을 누리는 사람이 도덕적이라는 것일까요? 거액을 노린 허위·기획 신고가 늘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요. 허위신고는 이미 법적으로 처벌 가능하고, 공정위는 증거 심사와 조사 절차를 거칩니다. 단순 신고만으로 포상금이 지급되지 않습니다. 이 보도에서 또 아쉬운 점은 이런 조치로 인해서 조직 내 불신이 커지고 기업 정보가 폐쇄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이건 지금 현재 기업들이 불법을 숨기기 쉬운 상태라는 고백에 가깝다고 생각됩니다. 투명 경영을 하는 조직이라면 내부 고발 위험 때문에 정보 공유를 막을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담합은 소비자 가격 상승, 경쟁 제한, 혁신 저해를 낳는 중대 반시장 행위입니다. 담합이라고 표현하려면 가격·물량·시장분할 합의 등 법적으로 매우 엄격한 요건이 있어요. 따라서 정상적 경영 활동까지 담합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과장이며, 이런 ‘오인 가능성’을 과장해 법 집행 자체를 위축시키려는 논리라고 생각됩니다.
◆ 최휘 : 그렇군요. 그러나 대통령이 분명 돈 이야기를 강조한 것은 사실이다 보니, 그걸 강조하는 보도들이 모두 문제라고 하는 것은 좀 억지 아닐까요?
◇ 김언경 : 많은 언론이 이번 조치에 대해서 공익신고의 본질인 위법행위 적발은 지우고, 신고자를 탐욕적 행위자로 먼저 상상하게 만드는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포상금을 챙기는 시대를 연다’는 식의 표현이 그런 것입니다. 포상금은 “챙기는 돈”이 아니라 적발로 회수되는 공공 손실의 일부를 정당하게 지급하는 것입니다. 담합 과징금은 대개 소비자 피해와 시장 왜곡에 기반하는 것이고, 과징금의 10% 지급은 오히려 국가가 얻는 순편익이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돈 때문에 신고한다”고 말하는 것은 유가족들에게 배·보상금 운운하며 모독하는 것과 비슷한 논리라고 생각됩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공익제보자는 해고, 업계 퇴출, 왕따, 소송, 정신적 고통을 겪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포상금은 탐욕 보상이 아니라 침묵을 깨는 비용 보전에 가깝습니다. 제가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공익제보·내부고발이 없이는 거의 적발이 어려운 담합이나 부패방지의 의미는 생략하고, 공익제보자의 제보가 주는 가치도, 공익제보자가 겪는 현실적 어려움을 무시하고 돈 이야기만 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공익신고 포상금은 불법행위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침묵의 비용을 감수한 사람에게 주는 사회적 투자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 최휘 : 언론의 이런 보도 관행을 바꾸기 위해, 어떤 기준과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할까요?
◇ 김언경 : 첫째, 공익신고자에 대한 ‘신원 보호’와 ‘2차 피해 방지’를 최우선 윤리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실명이나 인적 사항을 노출하는 보도는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고, 기자가 직접 고발·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언론 현장에서 상식으로 공유해야 합니다. 둘째, 공익신고 이슈를 다룰 때 ‘포상금 액수’보다 ‘제보가 가져온 구조적 변화와 공익 효과’를 중심에 두는 프레임이 필요합니다. 부패·비리·위험을 얼마나 줄였는지, 제도 개선으로 이어졌는지 등을 강조해야지, ‘얼마를 받았나’에 집착하면 공익신고 가치를 훼손합니다. 셋째, ‘파파라치’라는 표현을 남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대통령 발언 인용이더라도, 언론이 자막·제목에서 이를 반복 사용하면 공익신고 전체를 ‘기생적 행위’로 낙인찍는 효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맥락과 대안 용어를 함께 제시하는 책임 있는 보도가 요구됩니다.
◆ 최휘 :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김언경 소장이었습니다.
◇ 김언경 : 감사합니다.